태성, 자사주 블록딜 할인율 3%대 '달라진 위상' 투자처 선가격 제안, 높은 몸값 '입증'
성상우 기자공개 2024-06-04 09:05:39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3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태성이 3%대 할인율에 자사주 블록딜을 추진한다. 시가총액 1000억원대의 코스닥 상장사에겐 다소 이례적인 수치다. 코스닥 시총 중위권 이하 상장사들의 블록딜 할인율은 대체로 5~10% 선에서 형성되고 10%를 넘는 경우도 있다.최근 국내 첫 완성형 복합동박 생산 설비 공개 직후 높아진 시장 주목도가 반영된 수치라는 해석이다. 이번 자사주 처분의 목적이 복합동박과 글라스기판 등 신사업 설비 투자이고 매각 지분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당장의 주가 흐름 측면에서도 타격이 최소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태성은 지난 31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54만9921주를 처분키로 결정했다. 이날부터 다음달 2일 사이 한 달 간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한다. 블록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54만9921주는 기존 태성이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 전량이다. 태성은 지난 2022년 4분기에 자사주 29만여주를 처음 매입해 보유했고 이듬해 추가 매입으로 54만9921주를 확보해 최근까지 보유했다. 약 1년 6개월간 보유한 자사주를 이번에 모두 처분한다.
처분 단가는 6685원으로 공시했다. 기준 가격은 이사회 결의일은 지난달 31일의 종가(6950원)다. 3.8%의 할인율이다. 처분 주식 수를 반영한 총 처분 예정 금액은 약 36억7600만원으로 기재됐다.
공시엔 주당 처분가격이 변동될 수 있다고 기재돼 있다. 실제 처분단가는 거래가 이뤄지는 날의 전일 종가에 할인율(3.8%)을 적용한 금액이 될 전망이다.
할인율 수준은 앞서 국내외 기관투자자가로부터 선제안받은 가격이다. 공식적으로 수요예측을 거치진 않았지만 복합동박 제조설비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지난달부터 시장에 서서히 알려지면서 지분 확보를 원하는 복수의 투자처가 나타났다.
시장에선 3%대의 할인율은 1000억원대의 코스닥 상장사로선 확실히 유리한 매각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대기업에서 적용되는 수준이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HD한국조선해양의 HD현대중공업 지분 블록딜이 6.5% 할인율로 이뤄졌다. 하이브의 SM엔터 지분 블록딜엔 5.5% 할인율이 붙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SK이터닉스 지분 블록딜의 할인율은 각각 9.7%, 10.3% 수준에서 형성된 바 있다. 태성 지분 블록딜의 할인율(3.8%)보다 모두 높다.
부쩍 높아진 태성의 위상을 나타내는 수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태성은 최근 복합동박 제조설비를 공개하면서 주가 급등을 맞았다. 중국과 국내에서 복합동비 제조설비 개발 시도는 많았지만 유의미한 수율로 복합동박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설비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첫 사례다.
급등을 맞아 주가가 오른 주식의 경우 추후 조정 가능성에 대비해 할인율도 높게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태성의 경우 최저 수준의 할인율을 고수하는 데 성공했다. 지분 매입측이 향후 주가 하락보단 상승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단 의미다.
할인율이 높게 책정된 블록딜 지분은 거래 직후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요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곧바로 유통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물량이기 때문이다. 10% 가까이 할인받아 매입한 지분을 빠르게 시장에 내다 팔수록 수익 극대화가 가능하다. 반면 할인율이 낮을 경우 차익실현 유인이 줄어든다.
태성은 자사주 처분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복합동박 등 2차전지 사업을 비롯해 또 다른 신사업인 글라스기판 설비 개발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주요 임원의 개인 보유 지분 매각은 시장에서 주가가 고점이라는 시그널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회사가 신사업 자금 마련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하는 케이스는 성격이 다르다.
태성 고위 관계자는 "코스닥에선 할인율이 최소 5%부터 시작하는 게 일반적인데 시장 평가가 좋아진 만큼 매각 조건도 잘 나온 것 아닌가 싶다"면서 "확보 자금은 신사업인 글라스기판 개발 및 운영자금으로 대부분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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