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메모리 레이스]'HBM 장비대결' 세메스, 한미반도체 자리 채울까'대리전' 펼치는 TC 본더 협력사, 한화정밀기계 '호시탐탐'
김도현 기자공개 2024-06-05 09:27:01
[편집자주]
메모리 시장에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HBM을 필두로 DDR5, eSSD 등 기존 제품까지 살아나면서다.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불황을 겪으면서 더욱 단단해진 모양새다. 다만 이전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의 압도적 선두 지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올해 자존심 상한 삼성전자와 자신감 붙은 SK하이닉스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메모리 레이스'를 추적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4일 09: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고대역폭 메모리(HBM) 전쟁이 장비 협력사 '대리전'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핵심 설비로 주목받는 열 압착(TC) 본더가 중심에 있다. 경쟁을 뚫고 독점 체제를 구축한 한미반도체와 이를 깨려는 세메스, 한화정밀기계 등의 대결 구도다.◇'차세대 제품 개발' 세메스 등 플레이어 확대 지속
HBM은 여러 개 D램을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로 쌓아 만드는 고성능 메모리다. TSV는 수천 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위아래 칩을 수직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패키징 방식이다. 이때 각 D램을 접합해야 하는데 이 역할을 TC 본더가 한다.
HBM용 TC 본더 시장에서는 한미반도체가 주도권을 잡은 상태다. HBM 선두주자인 SK하이닉스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가면서 4세대 HBM(HBM3), 5세대 HBM(HBM3E) 라인에 최신 TC 본더를 단독 공급한 덕분이다.
SK하이닉스 레퍼런스를 확보한 한미반도체는 HBM 도전장을 내민 미국 마이크론과도 손을 잡았다. 올 4월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마이크론은 일본 신카와, 도레이 등과 협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초기 생산기지 설립 과정에서 신카와 설비 수십 대를 사들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럼에도 마이크론이 한미반도체 제품을 구매한 건 적지 않은 성능차가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신규 투자는 한미반도체와 협력할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론까지 한미반도체를 택하자 삼성전자의 결정에 관심이 쏠렸다. 삼성전자 역시 한미반도체 장비 도입을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양사 간 과거 악연이 발목을 잡고 있다. 2010년대 초 한미반도체는 삼성 계열사 세메스와 법적 분쟁을 겪으면서 삼성전자와 사실상 교류가 끊긴 바 있다. 올해 들어 논의가 본격화됐으나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메스가 빈틈을 파고들었다. 3일 세메스는 HBM 제조에 필요한 차세대 TC 본더 개발해 양산 중이라고 밝혔다. 고객을 따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삼성전자 HBM3E향으로 추정된다.
세메스는 "최근 HBM 트렌드인 인아웃 피치의 미세화에 따른 마이크로 범프 증가에 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능과 성능을 갖추고 있다"면서 "본딩 과정에서 위치정렬과 열, 압력조정 등을 통해 고하중에도 높은 적층 정밀도를 구현했다. 'NCF(Non Conductive Film)' 공법으로 제작되는 HBM에 최적화된 본딩 공법을 적용해 높은 생산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나오는 NCF는 삼성전자가 활용 중인 패키징 방식이다. 비전도성 접착 필름을 칩 사이에 넣고 위에서부터 열 압착을 가하는 본딩 공정으로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마이크론도 이를 응용 중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MR-MUF(Mass Reflow Molded Underfill)'라는 기술을 쓴다. 내부 공간 전체에 열을 가해 납땜을 진행하고 칩 사이에 체 형태의 보호재를 넣어 공백을 채우는 방식이다.
한미반도체의 경우 MR-MUF용 TC 본더 위주로 다루다가 마이크론 공급망 진입으로 NCF용까지 납품할 수 있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세메스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신카와, 세메스 등으로부터 TC 본더를 조달해왔다. 추후 한미반도체와 연결고리가 생길 수 있겠으나 이번 소식을 계기로 당분간 세메스 비중을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반도체와 세메스가 정면 승부하는 가운데 기존 신카와, TC 본더 강자 네덜란드 ASMPT, 한화정밀기계도 참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중 한화정밀기계는 이달 중 SK하이닉스에 HBM용 TC 본더를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이전부터 본딩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왔으나 HBM용은 처음이다. 이번 제품 성능이 잘 나온다면 주문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한미반도체 '솔벤더' 체제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 전장은 '하이브리드 본딩' 예고
국내외 본딩 장비사들은 6세대(HBM4) 또는 7세대(HBM4E) HBM까지는 TC 본더 고도화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넥스트 스텝은 '하이브리드 본딩' 설비가 유력하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솔더볼이나 범프 등 연결 소재 없이 칩과 칩을 붙이는 접합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TC 본더가 아닌 신개념 장비가 필요하다.
당초 해당 기술은 HBM4부터 적용될 것으로 여겨졌으나 HBM 두께 표준이 상향되면서 다소 늦춰지게 됐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는 시간을 벌었다.
이날 세메스는 "현재 HBM4 이후 초미세 공정을 대비해 별도의 연결 단자 없이 칩을 적층으로 연결할 수 있는 고정밀, 고생산성의 하이브리드 본더도 개발해 평가 중"이라고 언급했다. 차차세대 준비가 원활하게 되고 있음을 암시한 대목이다.
한미반도체 등도 연구개발(R&D)에 한창이다. 일부는 개발이 어느 정도 완료된 것으로 전해진다. HBM 세대교체가 점점 빨라지는 만큼 하이브리드 본더 상용화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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