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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스펙트럼 리포트]큐티스바이오, '미생물로 염색·화장품·약을' 친환경 균주의 확장[큐티스바이오]①핵심플랫폼 통한 염료·자외선차단 소재 개발, 코오롱·아모레 등과 협력

정새임 기자공개 2024-06-11 09:28:46

[편집자주]

무지개는 하나의 빛이 물방울 안에서 반사되고 굴절되며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표현되는 현상이다. 바이오 산업의 발전은 마치 무지개와 같다. 합성생물학의 눈부신 발전은 빛과 물방울의 만남처럼 바이오에 다채로운 색깔을 입히고 있다. 기초연구 단계에서 이제는 산업계의 태동으로 이어지는 레드·화이트·그린바이오. 바이오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 새로운 시장을 더벨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0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간의 피부에 닿는 염색약이나 화장품과 같은 화학원료를 친환경 소재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환경파괴에 대한 죄의식을 내려놓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건강에 대한 부담감도 줄일 수 있다.

프랑스 럭셔리 명품 그룹, 세계 최대 프랑스 화장품 회사 로레알그룹, 국내선 코오롱FnC와 대웅제약 등 패션과 의약품 등을 넘나드는 대형 파트너십을 맺은 바이오 벤처 큐티스바이오는 바로 이 지점에서 할일을 찾는다.

석유나 화석자원 기반의 화학산업을 바이오소재 기반의 화학산업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합성생물학을 토대로 세상에 없던 균주를 만들어내는 방식, 산업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대량생산공정이 가능한 플랫폼도 갖췄다.

◇친환경 니즈 파악한 핵심기술 장착, 대기업과 협업 선순환 강점

큐티스바이오는 피부과 전문의인 최원우 대표가 합성생물학을 활용한 산업바이오에 관심을 보이며 2020년 창업했다. 우연히 참석한 학회에서 합성생물학을 접하게 됐고 무궁무진한 시장 확장성에 확신을 얻었다.

확장이 무궁무진 해도 사업의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니즈가 확실하지만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대기업이 직접 진출하지 않는 스페셜티 분야(특수화학소재)를 1순위로 본다. 자원이 한정적인 벤처 특성상 빠르게 사업성을 입증해 대기업과 손 잡는 영리한 전략을 쓴다.

큐티스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균주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스케일업 해 판매하면서 매출을 낸다. 합성생물학을 활용해 필요한 기능을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이나 박테리아를 만들어내는 것이 첫 단계다.

특정 화학 물질을 미생물로 전환하는 아이디어를 발굴하더라도 대량생산의 벽에 부딪힌다. 미생물을 배양하고 키우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큐티스바이오는 생물을 개량해 수율과 생산성을 높이고 타깃하는 바이오 소재에 대량생산공정을 적용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렇게 대규모 생산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대기업에 넘기는 방식이다.

기업들은 화학소재를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데 필요한 노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량생산까지 가능한 플랫폼이 마련된 데 따라 곧바로 현실에 적용할 수 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협업 선순환이 가능한 지점이다.

큐티스바이오는 첫 타깃으로 패션·의약품·식품 등 다양한 업계의 제조물에 쓰일 수 있는 70여종의 소재를 만들어내는 일명 '균주 공장'을 구축했다. 각 제품에서 필요한 기능을 낼 수 있는 균주를 만들어내는 큐티스바이오의 핵심 플랫폼은 'KeySS'로 명명했다. 크게 4종(A,T,M,S)으로 분류된 이 균주 공장에서 원료의약품이나 자외선 차단 소재 등이 만들어진다.


KeySS 플랫폼에서 탄생한 '아쿠아 인디고'는 큐티스바이오의 대표 파이프라인이다. 인디고는 청바지 등 원단을 파란색 계열로 염색하는데 쓰이는 염료다. 자연적으로 얻을 수 있지만 생산성이 극히 낮아 화학적으로 합성한 인디고를 널리 쓴다.

화학 인디고 염료는 염색 과정과 염색 후 탈색 등 공정 과정에서 유독 화학물을 생성하고 많은 물을 사용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시행하고자 하는 의류 업체들이 생물유래 친환경 인디고를 찾는 이유다. 기존 화학 염료를 대체할 저렴한 원가를 지닌 적합한 인디고를 찾는 과정에서 큐티스바이오의 아쿠아 인디고가 선택을 받았다.

큐티스바이오는 미생물 유전자를 개량해 문헌 기반 세계 최고 생산 수율(6g/L)을 낼 수 있는 인디고 균주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독자적 추출기술을 적용해 한 번의 발효공정으로 수분산성·비분산성의 두 가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기존 화학 인디고로 불가능했던 실크와 캐시미어 염색도 가능케 했다. 친환경적이면서도 저비용이 가능한 공정인데다 여러 원단에도 적용할 수 있어 경쟁력을 드러냈다.

코오롱FnC가 LA에 오픈한 '서큘러 라이브러리'에 전시된 '회장저고리' 작품. 큐티스바이오의 아쿠아 인디고 염색공법이 적용됐다.

코오롱FnC와 협업이 성사된 배경이다. 코오롱FnC는 큐티스바이오의 아쿠아 인디고를 활용해 지속가능패션을 추구하는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그룹과도 협력을 모색 중이다. 전 세계 친환경적인 패션 기업으로 꼽히는 해당 그룹의 브랜드 의류에 친환경 염색 공법을 적용하기 위함이다. 아쿠아 인디고는 큐티스바이오의 첫 상용화 제품이 될 전망이다.

이 외에도 화장품에 적용할 수 있는 3종 천연 자외선 차단 소재 및 3종 정밀발효소재를 서울대학교, 아모레퍼시픽과 개발 중이다. 선크림 사용되는 옥시벤존, 옥티노세이트 등 여러 화학성분이 해양생물에는 치명적인 탓에 유럽과 하와이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이 대안으로 해조류에서 동일한 기능을 내는 성분(MAAs)을 추출하기도 하지만 높은 원물가격과 낮은 생산 수율 등으로 적용이 쉽지 않았다.

큐티스바이오가 서울대학교와 미생물을 개량해 만든 자외선 차단 성분 MAA는 순도 95%를 자랑한다.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로 순도 95% 이상의 수용성 천연 자외선 차단 소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정제 공정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단계다. 국책과제로도 선정된 이 프로젝트는 2026년쯤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대웅제약 자회사 대웅바이오와는 데옥시콜산(DCA) 원료를 비동물유래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DCA는 대웅바이오가 만드는 지방용해주사제 원료로 대웅제약 '브이올렛' 원료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동물유래 원료 허가가 어려워지면서 저렴한 원가의 비동물유래 DCA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현재 유일한 비동물유래 DCA는 가격이 매우 높아 큐티스바이오와 손을 잡았다.

◇바이오 소재 대체 조건 '대량생산과 가격, 올해 증명의 시간

석유 기반 화학 소재를 바이오 소재로 대체하는 데에는 몇 가지 걸림돌이 존재한다. 품질이 기존 소재보다 떨어지면 안 되는 것은 물론이며 가장 큰 장벽은 단연 가격이다. 화학 소재를 바이오 소재로 대체했을 때 원가가 지나치게 오른다면 기업으로서는 대체할 이유가 없다. 친환경 생산이 시대적 요구라 해도 가격의 장벽은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원가를 낮추는 핵심은 대량생산에 있다.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상용화 길이 열린다. 최근 효성TNC는 베트남에 1조원을 투자해 바이오 공장을 지어 이 공장에서 미국 생명공학 기업 '제노(Geno)'가 개발한 바이오 소재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제노는 화장품 원료로 널리 쓰이는 부탄다이올 원료를 바이오 소재로 대체하는 곳이다. 사탕수수 등에서 나오는 당을 발효해 천연 부탄다이올을 만든다. 결정적으로 양사의 딜이 성사될 수 있었던 건 제노가 20톤(t)에서의 생산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큐티스바이오 역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또 다른 핵심 플랫폼을 장착했다. KeySS 플랫폼으로 개발한 바이오 원료를 대량생산할 수 있도록 공정을 만드는 'M to M' 플랫폼이다. 'Microbe to Market'을 뜻하는 이 플래폼은 수 톤 단위의 생산공정을 신속히 개발한다. 대량생산을 하는데 있어 최대한의 효율을 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한다.


최원우 큐티스바이오 대표는 더벨과의 만남에서 "단적인 예로 큐티스바이오의 주력 파이프라인인 '인디고'는 20리터(L)에서 생산 시 kg당 가격이 800만원에 달하지만 500리터에서 생산 시 kg당 50만원으로 원가가 크게 낮아진다"며 "궁극적으로 석유화학 소재와 비슷한 원가를 맞출 수 있다면 바이오 소재로의 대체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 점이 큐티스바이오가 타깃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큐티스바이오의 핵심 플랫폼의 한 축인 M to M 플랫폼이 이 과정에 적용된다. 'Microbe to Market'을 뜻하는 M to M 플랫폼은 바이오소재를 대량생산공정을 빠르게 개발하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으로 아쿠아 인디고의 대량생산을 시도하고 있다.

큐티스바이오가 올해를 '입증의 시간'이라고 지칭하는 배경이다. 500L로 생산했던 아쿠아 인디고를 1~5톤(t)으로 대량생산하는 작업을 하반기 진행한다. 1~5톤은 스페셜티 소재 대량생산을 가늠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요구되는 양이다. 신약 개발로 치면 빅파마에 기술이전을 할 수 있도록 초기 임상을 실시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쿠아 인디고가 성공적으로 대량생산 입증을 마친다면 2025년 예정대로 첫 상용화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된다. 큐티스바이오는 출시 첫 해 아쿠아 인디고를 통해 16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아가 2027년에는 전체 인디고 염료 시장 규모의 0.5% 정도인 87억원의 매출을 예상치로 제시했다.

최 대표는 "올해 큐티스바이오는 주력 파이프라인의 상용화 입증에 집중하고 있다"며 "아쿠아 인디고 5톤 생산을 위해 위탁생산 계약을 진행 중이며 시리즈B 전 브릿지 투자를 통해 5억~1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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