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11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글코리아 넷플릭스 BMW코리아 애플코리아 등등. 청년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외국계 기업이다. 근무 방식이 선진적이고 한국 비즈니스에서 짭짤하게 수익을 내니 복지도 좋다.그런데 이 기업들은 배당 시즌만 되면 여론의 과녁판이 된다. 한국에서 번 돈을 본사에 배당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이 언론을 통해 적나라하게 중계된다. 세금은 제대로 냈는지, 한국에서 기부 등 사회적 공헌을 얼마나 했는지를 놓고 여론 재판 수준으로 치닫는다. '배당잔치'니 '먹튀'니 하며 배당 자체가 부도덕한 경제적 행위인 것마냥.
특히 씨티나 SC제일은행 같은 금융회사들은 눈치를 더 본다. 라이선스 장사이다 보니 금융당국의 의중을 살피다 적절한 수준에서 배당을 하는 것으로 타협을 보기 일쑤다.
이 기업들은 해외 본사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어 자본 유출이라는 프레임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한국에 자금을 가져와 투자를 했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는 건 부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외국 자본의 비율이 100%가 아닌 90%, 80% 혹은 50%인 기업에 대해서는 여론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비율이 낮을수록 비난의 수위는 낮아지는 걸까.
삼성전자의 최근 외국인 지분율은 55%. 글로벌 경영의 선봉에 있으나 대주주와 근로자 대부분이 한국 국적이다. 하지만 배당은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배당금의 45% 정도가 해외로 빠져나간다. 게다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밀고 있는 정부는 배당률을 더 높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일자리 창출, 그리고 사회적 기여 활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빠져 나가는 배당금은 '적절하다'고 봐야 하나. 삼성전자와 외국계 기업의 배당정책을 놓고 보면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모순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는 뉴욕과 싱가포르 등 해외 투자자를 만나 국내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금융시장 뿐 아니라 제조업 등 해외 자본의 국내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떨어지는 잠재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미 한국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에 대한 태도가 별로다. 실컷 돈을 벌어 배당을 하겠다고 하니 '나쁜 놈' 취급한다.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배당을 많이 하라지만 국내에서 비즈니스 하고 있는 해외 기업들이 배당을 하려고 하면 반발합니다. 이건 자기모순입니다."
우리 집에 온 손님을 잘 모셔야 내가 그 집에 갈 경우 대접받을 수 있다. 마침 논어 자로(子路) 편에 비슷한 구절이 있다. 근자열(近者說) 원자래(遠者來).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뻐하게 해야 멀리서도 찾아온다는 뜻이다.
국내에 이미 진출해 있는 해외 기업들에게 베풀지는 않더라도, 삐딱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면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한 글로벌 IR은 공염불일 뿐이다. 외국계 기업,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외국계 기업의 배당에 대한 시각교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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