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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인도 IPO]신주 모집 없이 100% 구주 매출 하는 이유는인도법인 자금 조달 시급하지 않아…4조2000억 폭넓은 활용 가능성 열려

조은아 기자공개 2024-06-18 16:59:16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7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기업공개(IPO)가 본격화했다. 외신은 이번 IPO를 통해 현대차가 최대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를 조달해 인도 IPO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목할 만한 건 공모 구조다. 신주 모집없이 현대차는 보유한 인도법인 주식 8억1200만주 가운데 17.5%(1억4200만주)를 구주 매출할 것으로 전해진다. 최대 4조2000억원이 인도법인이 아닌 현대차에게 고스란히 흘러간다.

업계는 당초 현대차의 지분율이 100%인 만큼 구주 매출 비중이 낮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신주 발행 역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법인이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 시장에 직접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도법인은 향후 10년간 약 3조2400억원을 투자해 첸나이 공장에 약 10만대 생산설비를 증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4조2000억원 현대차 품으로…넓어진 자금 활용폭

현대차가 구주 매출만 하는 이유는 뭘까. 구주 매출은 공모 자금이 회사 성장에 쓰이는 신주 발행과 달리 기존 주주의 주머니로 흘러간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을 인도법인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 전반의 미래 사업에 폭넓게 투자하겠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생산능력 확대 및 경쟁력 제고, SDV(소프트웨어 기반 차량) 본격 전환, 수소 생태계 구축 등 굵직굵직한 미래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올해 현대차가 나홀로 계획한 연구개발(R&D) 투자금만 4조9092억원에 이른다. 전년 집행한 투자금(4조 1391억원)보다 18.6%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의 별도기준 3월 말 현금성자산은 10조6726억원에 이른다. 적지 않은 수준이지만 연간 R&D에만 5조원 가까이 들어가고 주주환원 확대까지 예고해둔 상황인 만큼 추가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 현대차는 지난해 배당에만 3조원을 썼다.

물론 현대차로 유입된 자금을 인도법인에 투자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세계 곳곳에 위치한 해외법인에 직접 자금을 수혈하며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비슷한 방식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인도법인, 자금 여력 충분

인도법인에 조달이 급하지 않다는 점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체적으로 매년 적잖은 돈을 벌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신주 발행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법인은 현대차의 최대 해외 생산기지다. 국내를 제외하고 북미와 유럽, 남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설치한 생산법인 가운데 가장 큰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말 누적 기준으로 생산실적은 76만5000대에 이른다. 2위인 북미법인(HMMA)보다 2배 이상 많다.

수익성 역시 높다. 지난해 10조6346억원의 매출과 9211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순이익률은 8.6%에 이른다. 지난해 처음으로 8%를 넘겼다.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 재무구조 역시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62%에 그친다. 3분기 말엔 75%였는데 1분기 만에 13%포인트나 개선됐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는 부채비율이 200% 이하면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구주 매출 100%에도 흥행에 문제 없어

국내 증시와는 달리 인도에선 IPO 때 구주 매출만 하더라도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 역시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국내의 경우 통상 구주 매출만 하는 경우 IPO 흥행에 악영향을 미친다.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 당장 투자자 심리도 악화된다. 기존 주주들이 주가 상승 가능성을 낮게 본다는 의미로 읽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모 단계에서 100% 구주 매출로 상장에 성공한 IPO를 찾아보려면 201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대주주 지분율이 매우 높고 회사에 당장 현금 조달 수요가 적은 경우 이런 구조가 종종 나타났다.

두산밥캣과 SK엔무브(구 SK루브리컨츠) 등은 공모를 철회하거나 구조를 바꿔 상장했다. 최근 40% 이상을 구주 매출로 채우고 흥행에 성공한 곳은 LS머트리얼즈(2023년) 정도에 불과하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법인을 설립했다. 1998년 타밀나두주 첸나이 공장에서 첫 모델 쌍트로를 양산하며 인도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내 본사가 지분 100%를 가진 완전 자회사로 설립,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중부 아난타푸르에는 기아 공장도 있다. 지난해에는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탈레가온 지역에 있는 공장을 인수하면서 생산 시설을 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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