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기로에 선 코인마켓거래소]'최대 고비' 준비금·인력채용…다수의 선택 '사업종료'①법 시행 한 달 앞두고 점검 나선 당국…비용 부담에 '지닥'마저 사업 종료
노윤주 기자공개 2024-06-21 09:00:19
[편집자주]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준비금 마련, AML 고도화 등 거래소 요구 자격이 한층 강화된다. 요건을 맞추지 못한 거래소는 퇴출이 불가피하다. 원화거래를 지원하지 못해 수년간 적자를 봤던 코인마켓거래소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규제 준수를 위해서는 준비금, 인력 채용 등 추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법 시행 전 사업을 종료하는 코인마켓거래소들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그중에서도 꿋꿋이 버티며 미래를 기다리는 거래소들이 있다. 어떤 코인마켓거래소가 생존하게 될 지, 또 이들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9일 16: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을 한 달 앞두고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분주하다. 거래소들은 준비금 마련, 이상거래 탐지시스템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충분한 인력과 자금을 가지고 있는 원화거래소들은 법규 준수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원화거래를 지원하지 못하는 중소형 코인마켓거래소 사정은 다르다. 준비금 5억원 마련부터가 커다란 장벽이다. 여기에 법에서 요구하는 인력 구조를 완성하기 위해 추가채용까지 진행해야 한다.
언제쯤 수익이 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금 추가투입을 망설이는 코인마켓거래소들이 늘고 있다. 코인마켓거래소 중 가장 큰 규모이던 지닥이 이달 18일 서비스 운영 종료를 선언한 배경이다. 가상자산 업계서는 30개에 육박했던 코인마켓거래소의 숫자가 5개 이내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본잠식 코인마켓거래소, 준비금 마련 시작부터 난항
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거래소에 준비금을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킹, 전산장애 등 사고로 투자자 자산이 소실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준비금 규모는 전체 가상자산 위탁 보유량 중 인터넷에 연결된 '핫월렛' 보유 수량의 5%다. 현금으로 준비하지 않을 경우 보상 규모가 유사한 공제 또는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5%는 적지 않은 규모다. 업비트(두나무)는 1분기말 기준 55조원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20% 상당인 11조원을 즉시 전송 가능한 핫월렛에 보관 중이라고 가정한다면 5500억원을 준비금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위탁 보유 중인 가상자산 가치가 적더라도 최소 준비금 요건을 맞춰야 한다. 원화거래소는 30억원, 코인마켓거래소는 5억원이 허들이다. 코인마켓거래소는 5억원 마련 자체가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2021년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시행 이후 원화거래가 막혀 3년동안 수익을 거의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준비금 마련을 위한 잉여금 처분 내용이다. 준비금 마련을 위해서는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잉여금 사용을 결의해야 한다. 특금법 시행 이전 벌어둔 금액으로 사업을 유지해 왔던 코인마켓거래소들은 적자 누적으로 이익잉여금 없는 결손 상태다.
일부 코인마켓거래소들은 잉여금 처분 절차 없이 은행에 준비금을 단순 예치하면 되는 것으로 잘못 인지하고 있을 정도다. 당장 법 시행이 한달 뒤여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이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이달 11일 열린 가상자산 사업자 준법감시 워크샵에서 유연성을 부여하겠다고 시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인마켓거래소들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보헙협회, 손해보험사들과 상품 개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안내했다.
그간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높아 보험사들이 상품 출시를 꺼렸다. 재보험사를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상품이 있더라도 보험료율이 높아 중소 거래소들이 가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당국이 직접 해결에 나섰다. 또 자본잠식 기업은 우선 은행에 준비금 만큼의 현금을 예치하는 방식을 허용하는 것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상자산 업계서는 준비금 마련의 파장이 코인마켓거래소 뿐 아니라 원화거래소까지 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고팍스는 고파이 자금이 부채로 잡혀 자본잠식 상태고 코빗도 누적 결손을 기록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인마켓거래소들은 5억원을 구하기 위해 외부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라며 "원화거래소 중 일부도 이익잉여금 처분 내용 때문에 준비금 마련이 순탄치는 않다"고 말했다.
◇각 부문 전담 인력 채용 요구…인건비 증가도 '부담'
인력 충원 요구도 코인마켓거래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용자보호법 준수를 위해 올해 4월 15개 가상자산거래소 대상 실태파악 및 지원 현장컨설팅을 실시했다. 원화거래소 5개, 코인마켓거래소 10개가 컨설팅을 신청했다. 3년 전과 비교해 코인마켓거래소의 숫자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금감원은 컨설팅에서 이상거래탐지, 거래기록 보존 현황 등을 확인했다. 특히 이상거래 탐지와 관련해 거래소들이 시스템 개발, 인력 충원을 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대표적으로 가상자산을 인터넷에서 분리된 콜드월렛에 안전히 보관하기 위해 보관작업 담당자와 거래 모니터링 업무 담당자를 분리토록 했다.
또 일부 거래소들이 완전자본잠식 상태로 인해 이상거래 시스템 구축이 지연되고 있고 전담 인력이 없어 자금세탁방지(AML) 담당 인력이 불공정거래 감시업무를 겸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코인마켓거래소들의 인력 규모는 20명 내외로 알려져 있다. 한 사람이 여러 업무를 담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당국은 이미 법 시행 한달 전에 맞춰 규제 시범 운영에 착수했다. 이에 지닥과 같은 코인마켓거래소가 법 정식 시행 전 사업을 종료하고 나섰다.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추가비용을 투입하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알려졌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서비스 종료를 알리지 않은 코인마켓거래소들은 사업을 지속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이들의 목표는 7월 이용자보호법, 12월 갱신신고를 무사히 마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살아남는 코인마켓거래소는 5개 이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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