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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기로에 선 코인마켓거래소]지닥의 교훈, 은행 계약보다 내부 개선 집중 필요②의미 없는 비용 지출 중단, 단기 목표 '연말 갱신신고 무사 통과'

노윤주 기자공개 2024-06-24 07:35:24

[편집자주]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준비금 마련, AML 고도화 등 거래소 요구 자격이 한층 강화된다. 요건을 맞추지 못한 거래소는 퇴출이 불가피하다. 원화거래를 지원하지 못해 수년간 적자를 봤던 코인마켓거래소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규제 준수를 위해서는 준비금, 인력 채용 등 추가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법 시행 전 사업을 종료하는 코인마켓거래소들이 우후죽순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그중에서도 꿋꿋이 버티며 미래를 기다리는 거래소들이 있다. 어떤 코인마켓거래소가 생존하게 될 지, 또 이들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1일 07: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인마켓거래소 중 가장 큰 규모였던 지닥(법인명 피어테크)이 영업을 종료했다. 지닥은 원화거래소 전환을 위해 여러 시중은행을 거쳐 마지막 카드로 올해 초 수협은행과 논의를 이어왔으나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최후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자 결국 거래소 종료 선택을 내렸다.

지닥 사례를 본 다른 코인마켓거래소들은 올해 은행 계약 대신 신설 법 준수와 사업자 갱신신고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은행과 실명인증 계좌 계약을 위해 관련 인력 채용을 비롯한 비용 지출을 이어왔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교훈을 얻었다. 특히 은행과 소통은 장기전으로 접근해야 하는 만큼 내실 쌓기에 집중할 방침이다.

◇은행계약 올인했던 지닥의 사업 종료

지닥은 사업 개편을 위해 가상자산거래소 운영을 종료한다고 최근 밝혔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운영 종료일로부터 최소 한 달 전 고객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야 한다. 내달 16일 서비스를 종료하는 지닥은 이달 17일 해당 사실을 공지사항으로 알렸으며 24일부터는 모든 종목의 매매를 중단할 예정이다.

코인마켓거래소 중 지닥은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면서 원화거래를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하려 했다. 2022년에는 원화거래소에서 일괄 상장폐지됐던 위믹스를 단독 상장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를 끌어모았고 코인마켓거래소 1위 사업자 자리를 굳혔다.

이후 원화거래를 뚫기 위해 시중은행부터 지방은행까지 다양한 곳과 논의를 이어갔다. 올해 초에는 수협과 실명계좌 제공 계약에 대한 이야기가 나눴지만 결국 무산됐다. 지닥의 사업 규모와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등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4월 발생한 해킹사고 영향도 있었다. 지닥은 당시 시세 기준 200억원이 넘는 고객 자산을 탈취당한 바 있다. 회사 자금과 경영진 사재출연으로 전액 충당하긴 했지만 은행에게는 거래소의 해킹 이력이 큰 리스크로 다가왔을 수 있다.

수협을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했던 지닥은 결국 사업 종료를 선택했다. 최근 열린 금융당국과 가상자산사업자 워크숍에도 지닥 관계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 외 원화거래소, 코인마켓거래소 담당자 대부분은 이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서는 당국과 소통 자리를 마다한 이때부터 지닥 운영 종료를 예상하고 있었다.


◇올해는 인력채용·시스템 업그레이드에 비용 지출 집중

지닥이 당장 버틸 운영 자금이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인 지니언스와 핑거로부터 각 30억원, 20억원을 투자받았다. 작년 말 기준 현금자산도 23억원가량 보유하고 있었다. 인력 규모를 줄여왔기에 연말 사업자 갱신신고까지는 버틸 여력이 있었지만 거래소를 포기했다.

코인마켓거래소 중 가장 큰 규모인 지닥마저 은행 계약에 실패해 사업을 종료하자 비슷한 규모의 경쟁사들도 '선택과 집중'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올해는 은행 계약 보다는 7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준수, 연말 사업자 갱신신고 마무리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그간 은행과 접점을 만들기 위해 지출했던 비용을 AML 인력 채용, 시스템 구축에 사용한다. 은행과 소통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사업 의지가 있는 코인마켓거래소들 사이 '당장 살아남는 게 우선'이라는 기조가 팽배하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코인마켓거래소들은 은행과 소통 경로 자체를 모르다 보니 필요 없는 지출을 많이 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줄을 조여도 모자란 시기에 비용 누수가 계속되니 우선은 이를 중단하고 내부 체질개선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촉박한 원화거래 변경신고 접수 시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코인마켓거래소들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필수 요건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비 원화거래' 조건으로 취득했다. 이에 원화 전환을 계획할 경우 원화 조건으로 ISMS 예비인증을 다시 획득해야 한다.

문제는 '예비인증'이기 때문에 취득 3개월 이내로 금융당국에 변경신고 접수까지 완료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부 코인마켓거래소들은 석 달 내로 은행과 계약체결까지 마치고 접수까지 하기 위해 무리수에 가까운 일정을 밀어붙인 바 있다. 은행 위험평가, 내부 검토, 실명계좌 확인서 지급이 이뤄지기까지 3개월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 코인마켓거래소 관계자는 "코인마켓거래소 입장에서는 ISMS 예비인증 취득 비용도 부담이다"라며 "힘들게 취득한 예비인증이지만 세달 내 처리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빠르게 일을 마무리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촉박한 기간에 모든 과정을 처리하다 보니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며 "광주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하고도 불수리 통지를 받은 한빗코가 대표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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