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화학사는 지금]삼남석유 최소 현금유출, 시설 선제 구축 '나비효과'②3년 전 흑자전환 성공, 되찾은 조단위 매출…수직계열 역할 충실, 사실상 '무차입'
김동현 기자공개 2024-06-25 10:17:10
[편집자주]
근래 '위기'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따라붙는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석유화학이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제 성장 부진, 중국발 공급 과잉, 원가 부담 상승 등으로 대기업마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단순 사이클에 따른 불황이 아닌 산업의 대격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환경에 놓인 중견화학사들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더벨은 중견화학사의 경영 현황과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1일 08: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그룹은 비교적 일관성 있게 석유화학 사업을 확장했다. 1969년 폴리에스터 공장을 준공하며 원료 내재화의 필요성을 느꼈고 약 20년 뒤인 1988년 폴리에스터 원료인 테레프탈산(TPA) 생산을 위한 법인(삼남석유화학)을 설립했다. 기본 원료인 TPA를 활용해 엔지니어링플라스틱(EP) 생산에 나섰고 EP 시장 진출은 곧 페트병 생산으로 이어지는 등 일련의 수직계열화 구조를 완성했다.삼남석유화학은 삼양그룹 화학 계열사 중 기초소재인 TPA 생산을 담당한다. 삼남석유화학 설립 당시만 해도 TPA는 미래 고부가 소재로 평가받았고 회사 역시 시장 수요 증가에 따라 증설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시작된 극심한 업황 악화 시기를 지나며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적도 있다.
그룹 내 수직계열화의 시작점인 만큼 탄탄한 수요처를 확보했고 적자 시기를 큰 차입 없이 이겨냈다. 보유한 자산을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했다는 의미다. 중국발 석유화학 불황이 재차 불어닥친 지금, 삼남석유화학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며 공정개선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2000년 전에 완료한 100만톤 생산체제
삼양홀딩스(당시 삼양사, 지분율 40%)와 미쓰비시화학(40%), GS칼텍스(당시 호남정유, 20%) 등 3사가 합작한 삼남석유화학은 설립 2년 만인 1990년, TPA 제품 중 하나인 QTA(중순도테레프탈산)를 생산하기 시작한다. 첫 준공 당시 생산능력은 23만톤이었다.
TPA는 공정에 따라 PTA(고순도 테레프탈산)와 QTA로 나뉘는데, 삼남석유화학은 설립 때부터 QTA를 주력 제품으로 삼았다. 1993년 QTA 생산능력을 7만톤 추가했고 1995년에는 연산 30만톤 규모의 PTA 생산시설을 구축했다. 1997년 40만톤 규모의 QTA 증설을 통해 연산 100만톤의 TPA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회사 설립부터 100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는 데까지 10년이 걸리지 않은 셈이다. 빠르게 생산능력을 끌어올린 덕에 이후 투자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실제 지난해까지 연도별 삼남석유화학의 자본적지출(CAPEX)을 살펴보면 한해 CAPEX가 1000억원을 넘긴 시기는 1995년(1028억원)과 1997년(1135억원) 등 단 2번 뿐이다.
생산능력 100만톤 체제를 갖춘 뒤 2011년까지 총 5차례의 추가 증설 작업을 거쳐 삼남석유화학은 총 180만톤 규모의 TPA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그 사이 삼남석유화학은 매출 1조원(2004년), 2조원(2011년)을 차례로 돌파하며 수요 증가에 따른 외형 확장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 TPA 시장의 최대 수요처였던 중국이 2010년대 들어 자급화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삼남석유화학도 급격한 수익성 악화를 경험했다. 외형 확대로 유지하던 영업이익이 2012년 적자로 돌아섰다. 운영 효율화를 위한 사업장 축소(생산능력 180만톤→150만톤 축소), 보유 재고 최소화 등 사업 재편 과정 끝에 2016년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생산 효율화 초점, 실질 '무차입' 경영
삼남석유화학은 운영 효율화와 공정 개선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전방산업 전반이 위축됐던 2020년(영업손실 64억원)을 제외하면 꾸준히 흑자를 유지 중이며 2022년(매출 1조1099억원)에는 2014년(1조2841억원) 이후 8년 만에 조단위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차례 설비 폐쇄로 생산능력을 인위적으로 줄이긴 했으나 이미 국내에서 한화임팩트, 태광산업 등과 3강에 드는 150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삼양그룹 석유화학 사업의 기초소재 공급을 담당하는 한편 외부 고객사로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이미 2010년대에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덕에 CAPEX 집행을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삼남석유화학의 CAPEX 집행액이 100억원을 넘은 것은 코로나19로 고정운영비가 많이 들어가던 2020~2021년이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집행한 CAPEX 총액은 531억원에 불과하다. 원가·품질 경쟁력에 초점을 둔 공정 개선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남석유화학은 TPA 사업 외 별도의 신사업이나 해외 진출 등을 크게 염두하고 있진 않다. 덕분에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과 보유 현금으로 사업 운영 비용을 충당하며 차입을 최소화하고 있다. 삼남석유화학이 차입을 아예 일으키지 않는 것은 아니나 대개 200억원 내외의 단기차입 정도로 자금을 조달한다.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총영업활동현금흐름이 꾸준히 200억원대 이상의 플러스(+)를 유지하며 현금성자산을 쌓았고 덕분에 마이너스(-) 순차입금을 기록 중이다. 현금성자산이 총차입금보다 많다는 의미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삼남석유화학이 순차입금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3년(62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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