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League Table]두둑이 쌓인 모험자본 '12조', 하반기 곳간 열릴까1000억 이상 드라이파우더 VC 35곳…아주IB·하나벤처스 10위권 신규 진입
유정화 기자공개 2024-07-01 08:20:03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8일 15: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꽁꽁 얼어붙었던 벤처캐피탈(VC) 시장이 풀리는 분위기다. 투자를 집행하지 않은 자금(드라이파우더)이 지난해 말 보다 축소됐다. 신규로 조성한 펀드 규모 보다 투자금 집행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여전히 투자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금액이 많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드라이파우더가 1000억원을 넘는 VC는 35곳에 달한다. 최상위권에는 IMM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벤처캐피탈이 포진했다. 지난해와 달리 1조원이 넘는 드라이파우더를 보유한 VC는 없었다. 상반기 IMM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등 VC들이 투자금을 공격적으로 집행했기 때문이다.
현재 VC가 보유한 드라이파우더 상당 부분이 팬데믹 시기 결성된 벤처펀드인 만큼 소진 압박이 점차 커지고 있다. 투자심리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일부 VC들은 펀드레이징에 나서면서 투자 재원을 추가로 마련하고 있다. 두둑이 쌓인 실탄을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투자에 나서 '벤처붐'을 되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상반기 VC 곳간, '딥테크'에 열렸다
더벨이 국내 66개 벤처캐피탈을 대상으로 집계한 '2024년 상반기 벤처캐피탈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모험자본 운용사들의 투자 여력을 모두 합한 금액은 12조996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투자 혹한기가 다소 풀리면서 드라이파우더는 지난해 말(12조6290억원) 보다 5294억원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벤처조합의 잔여 재원은 9조8684억원, PEF의 가용 실탄은 2조2231억원이다. 눈에 띄는 수치는 벤처조합의 드라이파우더다. 지난해 말 10조5756원에서 7072억원(6.7%) 감소했다. 펀드레이징이 주춤한 가운데 최근 딥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딥테크 분야 스타트업·벤처기업의 투자 규모는 392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 증가했다. 신규 벤처조합 투자액(9820억원) 가운데 딥테크 투자 비중은 40%에 달했다. 중기부는 인공지능(AI), 우주항공, 친환경 기술(2차전지), 로봇 분야를 딥테크 기업으로 묶었다.
실제 올 상반기 총 투자액은 2조3936억원으로 전년(1조7871억원) 보다 6065억원(25.3%) 늘어났다. 공격적인 투자기조는 고스란히 드라이파우더 감소로 귀결됐다. 그간 고금리 기조와 중동 전쟁 리스크 등 대내외 변수 탓에 투자 대상을 정하지 못하고 갈 곳 잃은 투자금이 그대로 쌓이면서 드라이파우더는 빠르게 증가해왔다.
올해부터는 VC들도 마냥 곳간만 걸어잠그고 있을 수 없다. 통상 벤처조합 투자 기간이 4~5년인 만큼 2020~2022년 팬데믹 시기 결성한 펀드의 투자 기간 만기도 머지않았다. 여기에 최근 투자 혹한기를 겪으면서 자금줄에 목말라 있는 스타트업이 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적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공격적 투자에도 IMM인베·KB인베 '2강' 지속
올해 벤처조합 기준 1000억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확보한 하우스는 32개사다. PEF의 미소진 금액이 1000억원을 넘는 모험자본 운용사는 10곳이다. 드라이파우더 상위 3개사(IMM인베스트먼트, KB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순위를 유지했지만, 이후 순위권부터는 변동이 큰 모습을 보였다.
IMM인베스트먼트와 KB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나란히 1조원 이상 실탄을 확보했던 하우스다. 올해도 변함없이 드라이파우더 1, 2위를 지켰지만 규모는 크게 축소됐다. 두 운용사의 드라이파우더는 각각 9014억원, 807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각각 1334억원, 2162억원가량 축소됐다. 그 만큼 상반기 많은 투자금 집행이 있었다는 의미다.
특히 IMM인베스트먼트는 올해 VC 중 가장 많은 3617억원의 투자금을 집행했음에도,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켰다.올 상반기 2735억원의 펀딩에 성공한 덕분이다. 구체적으로 벤처조합에서 1260억원이 추가됐으며, 사모펀드에선 4개 펀드를 결성하면서 총 1475억원 규모 펀딩이 이뤄졌다.
KB인베스트먼트 역시 올해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여줬다. 상반기 투자금만 1883억원에 달한다. 컬러렌즈 전문 제조사 비젼사이언스,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 등이 상반기 대표적인 투자처다. 펀드 결성도 있었다. '케이비 세컨더리 플러스 2호 펀드', '케이비-비전에쿼티 컨텍트 투자조합' 2개 펀드를 결성 총 120억원을 펀딩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드라이파우더는 6880억원으로 3위 자리를 지켰다. 원펀드 전략을 고수하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말 8600억원 규모 메가펀드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을 결성하면서 투자 자금을 대거 확보했다. 올해 투자에 집중하면서 미소진 자금은 지난해 보다 1486억원 감소했다.
◇펀딩 잇따라 성공 한투파·하나벤처스, 순위 상승
다음으로 실탄을 두둑하게 확보한 하우스는 한국투자파트너스다. 지난해 5위에서 한 단계 올랐다. 상반기에만 2107억원가량의 투자금을 집행했지만, 상반기 펀드레이징에 나서 VC 5085억원, 사모펀드 1200억원의 가용 실탄을 확보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올해 다수 펀드를 결성하면서 투자 재원을 확보했다. 지난 6월 '한국투자 밸류체인(VC) S1 투자조합'을 비롯해 '한국투자 SOSV 투자조합', '한국투자 딥테크 투자조합', 'Orsus KIPUS Fund' 등 총 4개의 벤처조합을 결성했다. 공동운용사(Co-GP) 지분율을 감안한 펀딩 규모는 793억원이다.
사모펀드 투자 재원도 확보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1200억원 규모 '한국투자아이비케이씨 혁신성장 사모투자합자회사' 결성도 완료했다. 지난해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금융이 진행한 혁신성장펀드 혁신산업 일반 소형 분야의 위탁운용사(GP)로 선정돼, 자금을 모집했다. 이외에 127억원 '케이아이피아이콘 사모투자합자회사'도 만들었다.
아주IB투자와 하나벤처스도 상반기 펀딩에 성공하면서 10위권에 새롭게 이름을 추가했다. 아주IB투자는 지난해 말 결성한 ‘아주 좋은 초격차 스케일업 펀드’ 규모를 올 들어 400억원 증액했다. 해당 펀드는 2020년 3월 출범한 아주IB투자 액셀러레이터사업단에서 두 번째로 결성한 펀드다. 미소진 자금은 4196억원으로 6위를 차지했다.
하나벤처스의 투자 재원은 3900억원이다. 순위는 지난해 15위에서 6단계 오른 9위를 기록했다. 올초 하나은행 출자를 받아 1000억원 규모의 1호 민간모펀드인 '하나초격차상생재간접펀드'를 결성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도 1000억원 규모 '하나테크밸류업펀드 2호'를 만들었다.
반면 인터베스트는 지난해 6위에서 올해 15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상반기 펀드 결성을 하지 않은 가운데 1000억원에 가까운 투자금을 소진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위를 차지했던 우리벤처파트너스 역시 올해 11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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