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는 MICE]'인천 vs 고양 줄다리기' 끝 탄생한 킨텍스⑧건립부터 유치 경쟁…준공 후에도 경기도-고양시 주도권 다툼
고진영 기자공개 2024-07-03 08:27:13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컫는 이 시대의 핵심 가치는 '연결'과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는 MICE산업의 본질과 그대로 일치한다. MICE산업은 기업회의(Meeting)와 기업 주관 보상여행(Incentives),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vents/Exhibition)를 뜻하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타를 맞고 붕괴 직전까지 갔지만 엔데믹과 함께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위기에서 기회로 전환한 MICE산업의 현황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1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킨텍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컨벤션센터로 꼽힌다. 그만큼 설립 계획부터 기대가 컸다 보니 이권 다툼이 만만치 않았다. 35년 전부터 부지를 마련해놨으나 2000년대 와서야 첫 공사를 마쳤다. 유치 경쟁, 예산 문제같은 난항이 연이어 찾아온 탓이다.현재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데 지도감독 관계도 다소 복잡하게 이뤄져 있다. 주도권을 두고 지자체간 신경전이 벌어져 간신히 합의점을 찾았다.
◇기획부터 준공까지 '십여년'
일산은 일찍부터 국제 전시시설 유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지역경제에 윤활이 필요하긴 한데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공장을 짓기 힘든 위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1989년 일산신도시 개발 당시 10만평 정도를 도시계획상 전시장 부지로 못박아놨다.
이 전시장 건립은 상공부(현 산업통상자원부)와 논의를 마쳤던 사안이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실시한 타당성 조사에서도 인천 연희지구, 송도매립지와 경쟁한 끝에 고양 일산이 인천시를 누르고 최적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일이 계획처럼 풀리지 않았다. 약속과 달리 1993년 후보에도 없던 부산으로 위치가 달라져 전시장 건립이 추진됐다. 정치권과 상공부를 거쳐 결정이 난터라 뒤집을 도리가 없었다. 경기도로선 거의 확보할 뻔했던 전시장을 돌연 빼앗긴 셈이다.
그러다 코엑스가 포화 상태에 이르자 기획예산위원회는 수도권에 추가로 국제전시장을 세울 필요를 느꼈다. 1998년 6월 전시장 건립이 민자유치 대상사업으로 선정, 고시됐다. 이번엔 인천시가 빨랐다. 송도 매립지에 국제전시장을 짓겠다고 상공부에 먼저 요청했다. 그러나 한 발 늦게 고양시가 참전하면서 유치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각축전은 양상이 치열했다. 인천시는 공항이 가깝고 땅이 광활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고양시의 경우 국제회의나 전시회가 대부분 서울에서 열려 더 접근성이 좋은 데다 이미 전시장 용도로 지정된 부지가 있다는 강점을 내세웠다.
특히 기회를 한 번 놓쳤던 고양시가 엄청난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이트맥주 광고를 히트시킨 제일기획 광고팀까지 불러 홍보를 맡겼다. 경기도 부시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산자부에서 한달간 상주하다시피하며 고양시에 전시장을 유치해야한다고 설득하기도 했다. 결국 1999년 4월 열린 수도권 종합전시장 입지선정위원회에서 위원들은 7대 2로 고양시 손을 들어줬다.
다만 고양시로 낙점된 이후에도 착공이 순탄친 못했다. 애초 2022년 한일 월드컵이 개막하기 전 킨텍스를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예산 문제가 있었다. 고양시의회가 건립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시의회 측은 '국책사업인데도 자치단체 재정부담이 많고, 코트라가 운영권의 51%를 갖는데 경기도와 고양시가 건설사업비 70%를 내는 등 협약이 불리하게 체결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계획보다 크게 늦어진 2003년이 돼서야 킨텍스는 건립의 첫 삽을 떴다. 코트라와 경기도, 고양시가 각각 33.33%씩 공동출자해 자금을 마련했다. 출자금은 2180억원. 2005년 4월에 1차 공사를 끝냈다.
킨텍스는 고양시 일산구 대화동 일원의 24만㎡ 부지에 실내전시장 약 5만㎡, 옥외전시시설 약 9000㎡ 크기로 들어섰다. 서울 코엑스의 1.5배, 국내 최대 규모였다. 서울모터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간 킨텍스는 한국전자전, 세계화상대회, 교육인적자원혁신박람회 등 전시회를 잇따라 열었다.
또 2011년 9월엔 제 2전시장이 개장하면서 실내전시면적이 10만8483㎡로 늘었다. 덕분에 그간 전시면적이 모자라 유치가 힘들었던 세계적 규모의 전시회 유치가 가능해졌다. 지식경제부와 경기도, 고양시가 3591억원을 각각 3분의1씩 부담해서 이뤄진 증축이다.
◇'솔로몬식'으로 나뉜 지도감독권
다만 태생이 공동출자였다 보니 준공 뒤에도 주도권 다툼이 있었다. 2014년 9월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지출법)이 시행되면서 지자체가 출자·출연한 기관에 사후 감독권을 부여한 게 발단이 됐다. 킨텍스에 대해 동일한 지분을 가진 경기도와 고양시가 서로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경기도가 먼저 지도감독권 행사를 통보했지만 고양시의회 역시 시설관리 책임이나 소재지 등을 감안할 때 고양시가 지도감독하는 게 마땅하다고 맞섰다. 실제로 고양시는 킨텍스 부지를 소유하고 있을뿐 아니라 출자기관 3자합의(고양국제전시장 건립사업 협약서)에 따라 킨텍스 전시장(건물)을 기부채납받았다. 계약을 통해 킨텍스에 관리운영을 위탁하는 방식이다.
킨텍스 입장은 또 달랐는데, 지출법 대신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경우 국정감사 대상이 되지만 자율경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줄다리기 끝에 경기도와 고양시 어느 쪽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양 측이 3년씩 번갈아서 킨텍스를 지도감독하기로 결론이 났다. 킨텍스 역시 자율경영 확보엔 실패한 셈이다. 지금은 고양시가 지도감독 중이며 내년 1월부터 경기도 차례가 돌아온다.
킨텍스 관계자는 "경영평가, 인사 등 지도감독을 받아야 하는 사항들이 있다"며 "순서에 따라 경기도 또는 고양시가 이런 사항들을 감독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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