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통신소부장 기업들]'짧은 전성기' 에치에프알, 'M&A'로 먹거리 다변화②5G 시장 안정기·통신 장비 단가 하락 영향 '실적 부진'
최현서 기자공개 2024-07-18 09:10:00
[편집자주]
통신사와 소부장기업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매년 조단위 CAPEX 투자를 집행하는 통신 업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제공하는 협력사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상용화 5년이 지난 5G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통신사들은 다가올 6G 시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얻을 낙수효과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IT 분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소부장기업들도 발맞춰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요 통신 소부장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재도약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사업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2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치에프알(HFR)은 유·무선 통신 장비를 제공하면서 이음 5G 사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음 5G의 성과, 일본 통신 장비사 '후지쯔' 등 해외 수주 급증에 힘입어 2022년을 HFR 역사상 최고의 한 해로 장식했다.하지만 전성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5G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5G 보급이 대부분 마무리됐다. 관련 장비 단가도 내려갔다. 해외 매출은 2022년의 5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HFR은 2022년에 비축한 현금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다. 와이파이 기업 '엘텍네트웍스(현 에이치원래디오)'을 인수해 기존 사업 역량을 강화했다. 벤처캐피탈 'DSN인베스트먼트'도 사들였다. 특히 DSN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인공지능(AI) 보안을 주 투자 목표로 정하면서 새 사업 진출의 서막을 알렸다.
◇이음5G·해외 수주로 '대박' 터뜨린 HFR
HFR의 매출은 크게 △모바일 액세스(무선통신 장비 산업) △브로드밴드 액세스(유선통신 장비 산업) △프라이빗 5G(이음 5G)로 나뉜다.
모바일 액세스는 HFR의 주요 먹거리인 프런트홀 관련 장비, 광전송 장비, 인빌딩광분산장치(DAS) 등의 판매고로 이뤄졌다. 브로드밴드 액세스는 광케이블과 이와 관련된 스위치 등의 매출을 뜻한다.
HFR은 5G CPE(5G 라우터나 모뎀 등), 5G vRAN(무선 접속 네트워크 가상화), 5G vCore(핵심 네트워크 가상화) 등과 같은 이음 5G 솔루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2021년 이음 5G 사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건 당시 배경과 맞물린다.
HFR은 창업 초부터 우즈베키스탄, 중국, 태국 등에 광중계기와 같은 무선 통신 장비를 팔았다. 신사업의 성장, 해외발 매출의 극대화라는 HFR의 장점은 실적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HFR은 2022년 연결 기준 매출 3663억원, 영업이익 90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전년(매출 2064억원, 영업이익 218억원)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77.5%, 312.8% 늘었다.
우선 HFR은 2022년 2월 일본 NEC 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전문 시스템 통합 업체 'NESIC'와 이음5G 솔루션 총판 계약과 사업 제휴 협약을 맺는 성과를 올렸다. NESIC는 제3자 배정 증자로 HFR의 주식 60만7006주를 받았다. 총 168억원 규모다.
또 그 해 5월 후지쯔 미국 법인(후지쯔 네트웍스 커뮤니케이션스)과 261억원 규모의 프론트홀 공급 계약을 맺었다. 2021년 매출 대비 12.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를 비롯해 후지쯔 본사 등에 프론트홀 장비를 납품했다. 그 해에만 후지쯔와 미국 법인 계약 4건이 맺어졌다. 이를 포함한 2022년 HFR의 수주 총액은 128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해 HFR의 연결 기준 매출은 1642억원으로 전년 대비 55.8% 줄었다. 90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84억원의 영업적자로 바뀌었다.
해외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든 점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지난해 국외 매출은 559억원으로 전년(2643억원) 대비 78.9%나 줄었다. 수주 잔고는 134억원으로 2022년(607억원) 대비 77.9% 감소했다. 5G 통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장비의 단가가 낮아졌다. 5G 보급 자체도 마무리 수순이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실탄 활용 M&A 추진, 미래 먹거리 발굴 나서
HFR은 2022년에 쌓은 현금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회사들을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식이다.
이는 HFR의 2010년 모습과 비슷하다. 2008년 HFR은 코스닥 상장에 실패했다. 무선 사업에만 집중해 사업 확장에 어려움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HFR은 2010년에만 두 차례에 걸쳐 스위칭 장비업체 '지피시스(ZPSYS)'와 광통신업체 'SNH'를 인수했다. 2000년 창업 이후부터 2009년까지 영업이익 행진을 이어가 총알이 두둑한 것도 유사하다.
2022년 말 기준 HFR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095억원이었다. 전년(3552만원) 동일 대비 무려 3082배 차이났다. 폭증한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 곳간을 채울 수 있었다. 2022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585억원으로 2021년 말의 현금 규모인 635억원보다 149.5% 컸다.
HFR은 지난해 7월 와이파이 솔루션 전문 기업 엘텍네트웍스의 지분 91.2%를 취득했다. 쓰인 금액은 211억원이다. 이후 HFR은 엘텍네트웍스를 에이치원(H1)래디오로 사명을 바꿨다. 동시에 본사의 와이파이 담당 부서와 H1래디오와 통합해 사원을 단일화했다. 올해 1분기 기준 HFR의 H1래디오 지분은 94.3%까지 늘어난 상태다.
또 HFR은 올해 1월 160억원을 투입해 벤처캐피탈 DSN인베스트먼트를 지분 100%를 취득했다. DSN인베스트는 부동산 디벨로퍼 'DS 네트웍스'의 투자 계열사로 탄생했다. 자본금은 200억원이었다. HFR은 지분 취득 한달 뒤인 지난 2월 DSN인베스트의 이름을 '케이알벤처스'로 바꿨다.
HFR이 케이알벤처스를 가져오며 △5G 관련 글로벌 전략 프로젝트 △AI 보안 △양자 센싱과 통신 분야 원천 기술을 주요 투자 분야로 밝혔다. 케이알벤처스를 통한 5G 사업 강화와 AI와 같은 새 먹거리의 확장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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