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메모리 레이스]'첨단 D램 생산지' 평택·이천, 후공정 라인 증설HBM 캐파 확보 차원, 일반 메모리 수요까지 증가
김도현 기자공개 2024-07-19 10:04:45
[편집자주]
메모리 시장에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HBM을 필두로 DDR5, eSSD 등 기존 제품까지 살아나면서다.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불황을 겪으면서 더욱 단단해진 모양새다. 다만 이전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의 압도적 선두 지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올해 자존심 상한 삼성전자와 자신감 붙은 SK하이닉스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메모리 레이스'를 추적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8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승부수를 띄운다. 첨단 D램 전초기지에 후공정 라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HBM에 최적화된 팹으로 구축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여러 개 D램을 적층해 만드는 HBM은 전공정만큼이나 후공정이 중요하다. HBM 제조 과정에서 쓰이는 실리콘관통전극(TSV), HBM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하는 2.5차원(D) 패키징 등이 대상이다.
양사는 각각 평택사업장, 이천사업장에서 해당 작업을 착수해 HBM 생산능력(캐파)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더불어 일반 D램, 낸드플래시 등 주문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관련 캐파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AI 서버 투자 계속, HBM 생산량 2배 증대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택 4공장(P4) 내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존 천안 및 온양에서 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었는데 이를 평택으로 확장하는 개념이다.
SK하이닉스는 이천 M10 일부에 후공정 라인을 설치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청주, 미국 인디애나주에도 유사한 역할을 하는 팹이 들어선다. 동시다발적으로 HBM 생산량을 증대시키려는 움직임이다.
P4는 메모리 및 파운드리 복합, M10은 D램 위주다. 전공정 중심 공장에 후공정 라인이 들어서는 건 이례적이다. 이러한 결정에는 '완판' 행진을 이어가는 HBM 존재감이 작용했다. HBM은 인공지능(AI) 서버에서 주로 쓰인다.
현재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클라우드서비스공급자(CSP)는 엔비디아 등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해 AI 서버를 구축하고 있다. 이때 HBM이 GPU와 세트를 이룬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 2분기 AI 서버 출하량이 전기 대비 20%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연간 출하량 전망치는 전년 대비 42% 오른 167만대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HBM 공급량은 2025년까지 2배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후공정 캐파 증대에 나서는 건 HBM 성능 및 적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TSV와 2.5D 패키징 때문이다.
TSV는 수천 개의 작은 구멍을 뚫어 위아래 칩을 수직 관통하는 전극이다. 전극이 신호를 전달하는 엘리베이터 역할이다.
2.5D 패키징은 넓은 기판 모양의 실리콘 인터포저에 GPU와 HBM을 수평으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아이큐브(I-Cube)'라는 이름으로 구현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해당 기술이 없어 TSMC와 협력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올해 HBM 캐파를 전년 대비 2배 이상 확대하기로 했다. 빠르게 이를 달성하기 위해 D램 생산라인에 후공정 설비를 투입하는 이례적인 결단은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중국 메모리 공장 연이어 투자 재개
HBM 주문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HBM 원재료가 되는 일반 D램의 경우 범용 서버를 운영하는 플레이어들이 구매 재개에 나서면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P4, SK하이닉스는 이천 M16 등에서 D램 캐파 투자를 본격화한 상태다.
더불어 낸드플래시 설비투자도 진행되고 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 학습을 위해 재료가 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담을 공간과 추란 단계에서 알고리즘이 빠르게 동작하기 위한 고성능 스토리지가 필요해지면서 낸드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중 쿼드레벨셀(QLC) 9세대 낸드 양산에 착수한다. SK하이닉스는 하반기부터 솔리다임과 함께 기업용(e)SSD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는 주요 사업장 가동률을 높여 사실상 감산을 종료하는 한편 각각 평택과 시안, 이천과 우시 등 증설 또는 라인 전환을 통해 전반적인 캐파 확장을 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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