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이용료율 전쟁 '은행 협의 없는 출혈경쟁' 자체 결정해 새벽 공지, 업비트-케이뱅크만 자정 앞두고 재논의
노윤주 기자공개 2024-07-23 09:01:15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2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치열한 고객 예치금 이용료율(이자율) 경쟁을 펼쳤다. 19일 빗썸이 업계 최고수준인 2% 이자율을 공지함에 따라 업비트, 코빗도 덩달아 각각 1.3%, 1.5%에서 2.1%, 2.5%로 상향 조정했다. 빗썸도 질세라 2.2%로 이자율를 올렸다.주목할 점은 빗썸과 코빗이 이자율을 재조정한 시간이 20일 새벽이란 점이다. 자정에서 1시 사이 긴박하게 결정이 이뤄졌다. 이 두 거래소는 은행과 별도 협의 없이 이율을 상향했다.
은행 금리 내에서 고객 이용료율은 거래소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상 규정에 따라서다. 앞으로도 빗발칠 수 있는 출혈 경쟁의 단적인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코빗·빗썸 '전략적 조정'…업비트 자정 1분 앞두고 은행과 '극적 타결'
22일 기준 가상자산거래소 중 원화 예치금 이용료율이 가장 높은 곳은 코빗이다. 세전 연 2.5%의 이율로 이용료를 지급한다. 이 결정은 20일 새벽 전격 이뤄졌다. 기존에는 1.5%의 이용료율을 제공하기로 공지했었다.
은행과 협의는 없었다. 코빗은 "예치금 이용료율 숫자를 정하는 건 코빗의 고유 권한"이라며 "이에 대해 신한은행과 이미 합의된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이 코빗에 제공하는 상품 금리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객에게 지급할 이용료율은 코빗이 직접 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은행이 거래소에 제공하는 금리는 이미 정해져 있었고 거래소가 자신 몫의 마진을 포기한 셈이다.
거래소가 은행이 지급하는 금리보다 높은 이용료율을 책정하는 건 유사수신으로 간주될 수 있어 불가능하다. 이에 신한은행이 코빗에게 최소 2.5% 이상 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빗썸도 마찬가지다. 빗썸은 최초 공지에서 '업계 최고 수준인 2% 이자율'을 내세웠다. 그러나 업비트가 19일 11시 59분 2.1%로 이자율을 전격 상향하자 질세라 20일 자정 2.2%로 이자율을 올렸다.
이 시점에서 제휴사인 NH농협은행과의 협의는 없었다. 최초 공지 후 40분만에 빗썸 핵심 관계자들 중심으로 이용료율 조정 결정이 이뤄졌다. 은행이 제공하는 금리 안에서 융통성 있게 이용료율을 산정했다는 입장이다.
업계서는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이 제휴 거래소와 2.5%~3%의 금리를 협의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처음부터 거래소에 평균보다 높은 이자율을 주는 것으로 얘기가 오갔다"며 "다만 예치금을 100% 운용할 수 없으니 다른 RP 상품보다는 금리가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경쟁에서 은행과 협의를 진행한 곳은 업비트(두나무) 하나다. 업비트와 케이뱅크는 빗썸 공지 후 재차 상의를 진행했다. 이용료율 계약까지 다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19일부터 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자정 넘어 20일로 넘어간 시점에 이용료율 조정을 공지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에 업비트와 케이뱅크 측이 긴박하게 논의해 밤 11시 59분에 맞춰 공지를 업데이트했다"고 말했다.
◇코인원-카뱅 연합, 이자율 경쟁 따라갈까
원화거래소 중 가장 낮은 이용료율을 제공하는 곳은 이용료율 1%의 코인원이다. 전북은행과 제휴 중인 고팍스(스트리미)는 거래소 중 가장 먼저 1.3% 이자율로 이용료를 지급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고팍스와 전북은행은 당분간 조정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코인원은 사전에 카카오뱅크와 협의해 1%로 이용료율을 결정했다. 은행과 협의한 범주가 있었기 때문에 코빗, 빗썸처럼 전략적으로 이용료율을 상향하고 경쟁에 뛰어들 수 없었다.
하지만 양사도 재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최소 2.1% 금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은 신탁업 면허가 없기에 업비트와 코인원은 업계 평균보다 낮은 이용료율을 책정할 것으로 예상됐다. 코인원콰 카뱅도 이를 염두에 두고 이용료를 협의했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뱅과 코인원 사이 구체적인 협상 결과는 없다"며 "이제부터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케이뱅크와 업비트 사례를 보며 2%대 금리 제공이 가능한지부터 다시 검토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거래소 이용료율이 은행 파킹통장 수준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각 거래소별 이용료를 비교해 고객이 이동할 수 있다"며 "최악의 상황에서는 고객을 뺏길 수도 있기 때문에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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