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거래소 '준비금 마련' 확정, 수백억대 보험료 '부담' 5대 거래소 중 고팍스만 보험가입, 4개사는 자체 준비금 마련
노윤주 기자공개 2024-07-23 09:01:09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2일 1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보법) 시행에 따라 거래소들의 준비금 마련 현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보법에 따라 각 거래소들은 고객 가상자산 예치금 일정 부분을 준비금으로 쌓아두거나 보험, 신탁에 가입해야 한다.원화거래소 중에서는 유일하게 고팍스(스트리미)가 삼성화재 보험에 가입했다. 원화거래소 최소 준비금은 30억원이다. 고파이 사태로 재무상 결손 상태인 고팍스에게는 보험 가입이 최선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나머지 거래소는 모두 준비금을 선택했다. 당초 논의한 '보험+준비금' 하이브리드 모델은 보험료 부담으로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준비금 마련 완료, 상위 3개사 내년 주총서 잉여금 처분 예정
22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두나무), 빗썸, 코인원, 코빗 등 원화거래소는 이보법 시행일인 19일을 기점으로 준비금을 마련을 끝마쳤다.
준비금은 거래소가 해킹, 전산장애 등 사고를 당했을 때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돌려주기 위해 마련된 법적 장치다. 고객이 예치한 가상자산의 80%는 물리적으로 별도 보관된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나머지 20%는 빠른 작업 처리를 위해 인터넷과 연결된 '핫월렛'에 보관할 수 있다. 핫월렛은 해킹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이보법을 통해 거래소 핫월렛 보유량의 5% 수준을 준비금으로 마련해 두거나 보험에 가입하라고 규정했다.
정석대로라면 19일 이전에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이익잉여금의 준비금 사용 처분 안건을 상정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은 빠듯한 일정을 고려해 유연성을 부여했다.
매일 원화 환산액이 변경되는 가상자산 특성도 반영해 우선 준비금을 별도로 쌓아두고 정기 주주총회에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익금이 있는 거래소는 우선 이사회를 거쳐 별도로 준비금을 마련해 두고 추후 정기주총에서 잉여금 처분 및 계정과목 변경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준비금보다 이익잉여금이 많은 상태라 주총은 따로 진행하지 않았다"며 "가상자산 시세가 매번 바뀌기 때문에 준비금 규모가 변경될 때 마다 매번 주총을 열 수도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익금 없는 거래소는 준비금 마련을 결의하기 위한 주총을 열어야 한다. 이에 따라 코빗은 최근 주총을 개최하고 관련 작업을 끝마쳤다. 코빗 관계자는 "보험가입이 아닌 준비금 마련으로 결정한 후 필요한 모든 절차를 끝마쳤다"고 말했다.
◇업비트 기준 보험료 400억…준비금 선택할 수밖에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코인마켓거래소들은 대부분 보험가입을 선택했다. 원화거래소들도 막바지까지 보험가입을 고민했었다. 투자재원으로 쓸 수 있는 현금을 준비금으로 쌓아놓기 아깝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일부 준비금, 일부 보험가입' 형태까지 고려했었지만 높은 보험료율로 인해 철회했다.
업비트, 빗썸처럼 규모가 큰 원화거래소는 연 수백억원대의 보험료가 산정된다. 가장 가상자산 예치금이 많은 곳은 업비트를 예로 들면 연 444억원의 보험료가 추산된다. 올해 1분기 말 고객 소유 가상자산 55조5352억원 어치를 위탁 보관 중이다. 핫월렛에 보관하는 20%는 11조107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업비트가 마련할 준비금은 5553억원이 된다. 8%대 요율을 대입하면 444억원이란 숫자가 성립한다. 3조원 넘는 이익잉여금을 쌓아둔 업비트 입장에서는 굳이 매년 400억원 넘게 납부해야 하는 보험을 선택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반대로 원화거래소 중 가장 규모가 작은 고팍스는 보험 가입이 이득이다. 고팍스가 작년말 기준 위탁보관하고 있는 고객 가상자산 예치금은 1361억원이다. 이에 실제 핫월렛 보관량의 5%는 13억6000만원 수준이지만 무조건 채워야 하는 최소준비금은 30억원이다.
보험에 가입할 경우 최소준비금 기준으로 요율이 책정되지만 부담이 크지 않다. 원화거래소 중 유일하게 보험을 선택한 고팍스는 연 2억7000만원 수준의 보험료를 납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정말 많은 보험사들이 업비트와 빗썸에 접촉했다"며 "말 그대로 대형 고객이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보험사가 정해준 요율이 있어 조정도 어렵고 보험료도 너무 비싸다 보니 준비금을 마련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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