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vs성장' 기로에 선 제약사]일양약품, 음성에서 찾는 기회…백신 드라이브 거는 오너3세②본사 이전하고 신규 생산시설 마련…독감백신 수출 확대 우선 과제
정새임 기자공개 2024-07-29 09:26:22
[편집자주]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제약사들은 '제네릭·상품유통·리베이트'라는 틀 안에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약가규제, 불공정 관행 철퇴 등 과거와는 다른 규제환경에서 새로운 살 길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해 오너십이 바뀌는 과도기까지 겹치면서 가지각색 '생존전략'이 등장했다. '위기냐 성장이냐'를 놓고 각각 다른 전략을 펼치는 제약사들의 현실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6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동안 리더십이 부재했던 상황에서 오너 3세 정유석 대표이사 사장이 전면에 나서게 됐다. 부친이 만든 유산을 가꿔 나가면서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꾀한다.백신공장이 위치한 충북 음성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는 행보가 눈에 띈다. 1545억원을 투입해 제조공장을 새로 짓고 본사까지 이전하는 대대적인 움직임이다. 내수로 한정됐던 백신 사업에 드라이브 걸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미미했던 백신 사업, 핵심 주력사업으로 급부상
일양약품을 지탱하는 사업부 중 빼놓을 수 없는 부문이 독감 백신 사업이다. 별도로 집계하진 않지만 독감 백신으로 연 200억원가량 매출을 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양약품은 신종플루를 계기로 2009년 백신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충북 음성에 연면적 1만3361㎡(약 4000평) 규모의 공장을 지었고 2013년부터 공급에 나섰다.
야심찬 선언이었지만 10년간 백신 사업부는 큰 성장을 보이지 못했다. 수많은 백신 중 독감으로 한정된 데다 내수 위주로 사업을 펼쳤기 때문이다. 일양약품의 백신 매출 대부분은 국가 입찰을 통해 발생한다. 고객이 비용을 부담해 맞는 민간(프라이빗) 시장도 있지만 가격경쟁이 치열하다.
5년 전 방글라데시와 이집트 등에 독감백신 수출 길이 열려 매출 확대가 기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수출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계절성 백신인 독감백신은 생산 시기가 한정돼 있다. 한국 반대편인 남반구에 수출함으로써 가동률을 높여야 하는데 작년 한 해 일양약품 백신공장 가동률은 43%로 예년과 같았다.
독감 외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지도 않았다. 일양약품에서 백신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었던 배경이다.
최근 백신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겠다는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일양약품은 300억원을 들여 백신공장 완제라인 증축을 결정했다. 백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목적이다.
나아가 올해 2월에는 충북 음성에 새로운 승부수를 걸었다. 2026년까지 음성 용산일반산업단지 4만9500㎡ 부지에 의약품 제조공장을 짓고 본사를 이전하기로 했다. 총 1545억원을 투자하는 대대적인 사업이다
충북시와 투자협약을 마친 뒤 최근 9억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했다. 추가 37억원을 투입해 토지매입 등 기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일양약품은 용인 기흥구에 본사와 공장, 연구시설을 두고 있다. 음성 공사가 완료되면 본사와 용인공장을 모두 음성으로 옮길 계획이다. 1972년부터 54년간 이어진 용인시대를 접고 오너 3세를 중심으로 한 음성시대를 열게 된다.
◇음성에서 오너 3세 시대 준비…균형추 잡는 전문경영인
음성은 일양약품의 백신공장이 위치한 곳이다. 이곳에 새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건 백신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너 3세 정유석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뒤 진행되는 대규모 사업인데다 투입자금이 1500억원대에 달해 주목도가 집중된다. 정 대표의 경영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첫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부친 시절에 개발된 놀텍과 슈펙트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물론 아직까지는 백신으로 무엇을 어떻게 성장할 계획인지 구체적인 그림이 보이진 않는다. 일단 보유한 독감 백신을 필두로 미진했던 해외 수출부터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론 프리미엄 백신 등을 개발하는 방안 등이 점쳐진다.
슈펙트처럼 오너 3세를 대표할 만한 강력한 신제품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막 경영입지와 지배력을 다져나가는 그의 입장에선 부친이 이룬 성과를 극대화 하면서 자신의 성과를 구축해나가는 연착륙이 필요해 보인다.
김동연 대표이사 부회장의 존재감도 한몫 했다. 김 부회장은 일양약품에서 45년을 재직한 인물이다. 일양약품 연구소장을 거쳐 2008년 대표이사에 올랐다. 대표이사직만 16년째 수행 중이다. 정도언 회장에서 정 사장으로 오너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그는 전문경영인으로서 균형추를 잡는 역할을 해왔다.
김 부회장이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밝힌 회사 성장전략에서도 이같은 기조를 엿볼 수 있다. 그는 "놀텍, 슈펙트, 백신을 주축으로 한 경쟁력 강화와 수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균형적인 발전'을 강조했다. 고부가가치 품목을 육성해 신성장동력을 키우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성장 차원에서 백신에 드라이브를 거는 건 맞다"면서 "향후 해외수출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프리미엄 백신 등 신품목은 차후 때가 되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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