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 김진수 KT인베 CIO "AI 투자붐? 틈새시장 공략할 것"미래 성장 산업 알아보는 '선구안' 강점…"버티컬 기업 투자로 하우스 역량 끌어올릴 것"
이기정 기자공개 2024-07-30 07:36:33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6일 10: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스타트업이 빅테크 기업과 경쟁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나 이제는 AI 기술력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특정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버티컬 기업이 주목받을 수 있다."지난 24일 서울시 종로구 KT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더벨과 만난 김진수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AI 산업이 보편화되면서 틈새시장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가 아닌 미래 기술을 파악해야 하는 벤처캐피탈(VC) 심사역 관점에서 특정 섹터를 공략하는 AI 기업들이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CIO는 미래 성장 산업을 파악하는 특유의 안목으로 국내 1세대 AI 기업인 루닛을 초기에 투자한 주인공이다. 이를 통해 KT인베스트먼트가 VC업계에서 인정을 받는데 큰 기여를 했다. 김 CIO AI 버티컬 기업을 차기 유망주로 판단한 배경은 뭘까.
◇회사 탄생 맞물려 자발적으로 VC업계 입문, '상생' 투자 가치관 눈길
1978년생인 김 CIO는 한양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KT에 입사한 후 미래융합전략실, 신사업추진본부 등을 거쳤다. 이 기간 그는 소프트뱅크와의 클라우드 서비스, 모바일 헬스케어 등의 신사업을 개발했다. 이후 2015년 KT인베스트먼트가 신설되면서 자진해 VC업계에 입문했다.
김 CIO는 "회사에서 보내 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VC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는데 마침 KT인베스트먼트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했다"며 "처음에는 KT캐피탈에서 이관한 펀드의 회수에 주력했는데 점차 자체 펀드가 만들어지면서 투자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약 9년 동안 KT인베스트먼트에서 활동하면서 총 41개 기업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11개 포트폴리오는 회수를 마쳤다. 투자 기업 중 루닛, 한국신용데이터, 메가존클라우드 등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성공했다.
김 CIO는 "루닛은 2017년 KT인베스트먼트가 아직 업계에서 인정을 받기 전 국내 톱 VC와의 리딩 투자사 경쟁을 이겨내고 베팅한 사례"라며 "너무 투자하고 싶어 적극적으로 구애했고 투자 후 성장 과정을 보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신용데이터는 서비스를 확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놀랐던 포트폴리오"라며 "메가존클라우드는 경영자의 겸손함에 반해 투자를 진행했는데 KT에서 후속 투자를 진행해 의미가 있었던 사례다"라고 덧붙였다.
김 CIO는 투자에 나설 때 시장의 성장성을 가장 우선시해서 보는 스타일이다. 그는 "지금까지 투자 성패 사례를 보면 결국 시장에 대한 예측이 맞았는지 여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시장 성장성이 확인되면 이후 해당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회사인지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경영자의 인품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자 포인트다. 김 CIO는 "단기적으로 돈만 벌기 위해 투자하지는 않는다"며 "스타트업 대표와의 관계를 중시하는데 엑시트를 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지 여부가 중요한 의사결정 포인트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 후에는 포트폴리오 경영진들에게 서로를 소개해주는 것을 선호한다"며 "특히 성공한 기업의 대표들에게 후배들을 챙겨달라는 부탁을 많이하는데 이를 통해 투자 기업 모두가 동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I 기술력 상향평준화…빅테크와 경쟁 피하는 산업군 주목
루닛에 투자해 투자 성과로 최종 멀티플 6배, 내부수익률(IRR) 40%를 기록한 김 CIO는 여전히 AI 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다만 과거에는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들을 찾았다면 최근에는 특정 섹터에 집중한 버티컬 기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AI 기술이 범용적으로 사용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했고 스타트업들이 빅테크를 이겨내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이제는 철강, 화학, 조선, 시멘트 등 특정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이는 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틈새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공룡들이 진출하기에는 버티털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아 진출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며 "버티컬 산업군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기업은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생각은 AI 기업을 판단하는 기준도 바꿔놨다. 김 CIO는 "루닛 등 기업을 투자할 당시에는 회사의 기술력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AI 기술력이 의미가 점차 없어지고 있다"며 "시간이 흐를수록 이같은 격차가 더 좁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만의 분야에 강점이 있는 스타트업을 찾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 버티컬 기업 외에도 우주항공 등 분야의 스타트업들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은 이른 시점인 것 같다"며 "AI가 시장을 지속적으로 주도할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AI 기업 중에서도 진주를 찾기 위해 주력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구성원이 역량 십분 발휘하는 사내 문화 만들겠다"
김 CIO의 목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1등을 하는 국내 기업을 발굴하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시작해 성공하는 기업은 많지만 국내에서 시작해 글로벌 톱티어가 된 스타트업은 사실상 없다"며 "우리나라 사람이 창업해 글로벌에서 톱티어로 거듭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KT인베스트먼트 CIO로서 회사를 테크 투자에 강점이 있는 하우스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품고 있다. 그는 "회사가 막 생겨나고부터는 정말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제는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이제는 테크 투자 전문성을 기반으로 회사를 톱티어 하우스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구성원들이 좋은 기업들을 만나면서 투자 기업을 발굴하는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고무적"이라며 "누구나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팀원이 똘똘 뭉쳐 투자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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