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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비전 MRO]'엔지니어' 대한항공, 항공엔진·군용기 '베테랑 정비사'⑥50년 업력에 PW·GE·미 국방부 찾는 MRO…민·군용 전방위 수리·정비

허인혜 기자공개 2024-08-05 08:19:19

[편집자주]

'영원한 것은 없다'는 명제를 떠올리면 제조기업에게 애프터서비스(AS)는 필수 불가결인 사업이다. 특히 방산과 선박, 항공처럼 규모가 큰 제품들은 신품 구매만큼 유지·보수·정비(MRO)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투입 자금이 많다는 의미는 또 다른 노다지 시장이라는 뜻, 국내 중후장대 기업들이 MRO에 주목하는 이유다. 국내 대표 제조사부터 제조업을 투트랙으로 운영하는 타 업권의 기업까지 새로운 꿈으로 삼고 뛰어들고 있다. 더벨이 MRO 사업을 뉴 비전으로 낙점한 기업들의 현황과 성공 스토리를 살펴보고 전망을 제시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31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탱크 킬러'로 불린 미 공군의 A-10 선더볼트Ⅱ은 퇴역의 기로에 섰었다. 1977년 도입한 탓에 유지비가 비싸고 속도도 떨어졌다. 문제는 주한미군이 이 공격기를 사용해 왔다는 점. 당장 퇴역시키기에는 위협이 늘 상존하는 분단국가라는 게 딜레마였다.

퇴역 시기는 늦추되 효율성을 높이는 묘안은 대한항공에서 나왔다. 운송 사업자가 아니라 항공기 제작자이자 유지·보수·정비(MRO) 전문가로서다. 개량사업에 참여해 새 날개를 달아준 대한항공은 2029년까지 선더볼트의 정비도 도맡기로 했다.

대한항공에서 밤낮을 잊은 곳은 항공 운항부문만이 아니다. 항공기 정비 사업도 24시간 불이 켜져있다. 대한항공은 국내 최고의 항공운송사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민항기·군용기 동시 정비 사업체로도 유명하다.

◇'완전 정비' 갖추자 PW도 GE도 고객사

대한항공의 MRO 부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민항기 분야에서는 항공엔진에 주력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1972년 우리나라 항공당국과 미국 연방항공청(FAA) 인가를 받아 항공기 엔진 수리를 시작했다. 우리나라와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 항공안전청(EASA), 중국 민용항공국(CAAC) 등 국내외 관계 당국 12곳이 인가를 내줬다.

1976년 보잉 707항공기 엔진 중정비 작업을 시작하며 엔진 MRO 사업의 지평을 열었다. 약 5000여대의 항공엔진이 대한항공의 손을 거쳐 새 단장했다.

엔진 분야에서는 이 시장 톱티어인 프랫앤휘트니(PW)와 제너럴일렉트릭(GE)이 고객사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주로 GE90, PW4090, PW4168, PW4170, PW4062 및 PW1100G 엔진을 정비한다. PW와 GE 엔진이 항공기 80%에 들어가니 사실상 글로벌 항공기 대부분 정비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항공사는 미국 델타항공과 중국 남방항공 등이 주요 고객으로 꼽힌다.
인천 영종도 대한항공 엔진테스트셀(ETC)에서 항공기 엔진을 정비하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엔진 MRO의 장점은 '완전 정비'다. 부품을 완전 분해해 세척하고 수리한 뒤 장착하는 모든 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럴 만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서다.

경기 부천에 자리한 공장에서 정비한 뒤 영종도 ETC에서 최종 성능 시험을 거친다. 영종도 운북지구에 아시아 태평양 지역 최대 규모의 엔진 정비 단지는 6월 첫 삽을 떴다. 현재 김포·인천·김해 격납고를 비롯해 부천, 인천 ETC까지 총 5곳의 정비 기지를 보유 중이다.

◇미 국방부가 찾는다…50년 제작·45년 수리 경력

대한항공은 미 국방부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군용기 창 정비부터 성능개선, 수명연장까지 항공 MRO 부문에서는 기술력이 최정점인 사업체만 수행하는 사업들을 수주해 왔다.

군용기 부문에서는 자체 제작 능력과 긴 업력이 무기다. 국내 방위산업체로 선정된 지 50년차인 방산 베테랑이면서 해외 군용기 등의 정비 수주 전문가로도 비등한 세월을 보냈다. 1978년 미군 전투기 창 정비 사업이 첫 발이다.

전투기와 수송기, 정찰기와 헬기 등 군용기종을 전방위로 다룰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F-15K 전투기 종합 정비 지원을 추진 중이다. F-4, F-15, F-16, A-10 등의 창정비와 수명연장, UH-60, CH-47 등 헬리콥터 정비가 가능하다. 현재까지 약 6000여대의 군용기를 정비해 왔다.

F-16과는 인연이 깊다. 전투기 개조 사업부터 최근 수명연장 사업까지 수행했다. 우리 군도 사용하는 기종인 만큼 F-16은 대한항공이 가장 잘 다루는 군용기로 꼽힌다. 1984년 이후 현재까지 F-16 890여대에 대한 창정비 및 서 성능개량사업을 진행해왔다.

군용기 MRO는 최근에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5월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에 대한 첫 창 정비를 수행했다. 지난해 12월 공군으로부터 KC-330 창정비 사업을 수주했다.
서울 김포공항 인근 대한항공 본사에 위치한 격납고. 사진=대한항공

◇수익성은…국내 시장만 조단위 규모

대한항공이 미국 육·해·공군의 전투기 창 정비를 맡았던 1979년부터 '외화벌이'는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1990년대부터는 정비에서 한 단계 나아간 성능개선 작업이 가능했는데 이때부터는 외화벌이의 규모가 달라졌다. 기술용역이 중심이다보니 제작 대비 부가가치율이 높고 원가율이 낮다.

1993년 미국이 대한항공에 F-16 전투기 개조사업을 맡겼는데 해외에 발주한 첫 사례다. 덕분에 1990년대 대한항공은 항공기 정비 부문에서만 연간 2500만달러를 벌었다. 당시에는 대한항공이 운항부문에서 적자를 봤었는데 정비 사업 등이 손해를 보전해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기술력의 향상이 매출액도 증진시킨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MRO 부문은 대한항공의 알토란으로 성장 중이다. MRO 부문이 포함된 항공우주산업은 대한항공 매출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군용기MRO, 민항기 제조와 무인기 개발 및 제조 사업을 수행 중인 항공우주산업 부문은 지난해 540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대한항공이 항공기 정비를 맡지 않고 있다면 국내 민간 항공사만 연간 수천억~조단위의 금액을 해외 MRO 사업체에 지출해야 한다. 업계가 추산한 국내 시장규모만 2조원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는 내년까지 국내 항공 MRO 물량의 70%를 국내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한항공이 '믿는 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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