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카트라이더 '배수진 전략' 안먹혔다 서비스 대폭 축소, 원작 마니아층 놓쳐…한국·대만 중심 재편
황선중 기자공개 2024-08-05 11:41:11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2일 08: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넥슨이 <카트라이더:드리프트> 대수술에 나선다. 게임 규모를 대폭 축소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모습이다.게임 흥행을 위해 원작 서비스까지 종료하는 배수진을 쳤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게임 생명력 유지에 필수적인 '마니아층'을 지키지 못한 점이 실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카트라이더:드리프트> 서비스 대폭 축소
넥슨 계열사 니트로스튜디오에서 <카트라이더:드리프트> 개발을 총괄하는 조재윤 디렉터는 지난 1일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콘솔과 모바일, 글로벌 서비스를 종료하고 한국과 대만 PC 플랫폼에 집중해 재도약하고자 한다"라고 했다. 지난해 1월 게임 출시 이후 2년도 되지 않아 서비스 규모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다.
<카트라이더:드리프트>는 넥슨의 글로벌 진출 의지가 담긴 레이싱 게임이다. 다양한 국적의 해외 이용자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전역에 게임을 서비스했다. 또한 PC·모바일뿐 아니라 콘솔 플랫폼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지원했다. 서구권에서는 모바일게임보다 콘솔게임을 즐겨한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또한 이용자의 과금을 유도하는 이른바 P2W(Pay to Win) 수익구조도 과감히 포기했다. 유료아이템이 아닌 오직 실력으로만 승부하게끔 했다. 그간 P2W 수익구조는 넥슨 실적에는 도움이 됐지만 글로벌 진출에는 장벽이 됐다. 서구권 이용자는 과금 여부가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 거부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서비스하던 원작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 서비스까지 종료하는 강수까지 던졌다. 원작 이용자를 <카트라이더:드리프트>로 유인하기 위한 일종의 배수진이었다. 당시 원작 이용자들은 서비스 종료 결정 철회를 요구하는 트럭시위까지 진행할 정도로 거세게 반발했지만 넥슨은 선택을 바꾸지 않았다.
◇원작 마니아층 붙잡지 못해
결과적으로 배수진은 실패로 돌아갔다. <카트라이더:드리프트>를 개발한 니트로스튜디오 실적이 방증한다. 니트로스튜디오는 지난해 매출 47억원, 영업손실 244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잠식까지 겪고 있다. 글로벌 전역에 서비스하는 탓에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커진 반면 P2W 수익구조를 포기해 매출은 기대만큼 발생하지 않았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원작 마니아층을 품지 못한 점이다. 원작 마니아층 눈에 <카트라이더:드리프트>는 '순한 맛'에 가까웠다. 20년 가까이 서비스되며 다양한 콘텐츠로 가득했던 원작과 달리 신작은 상대적으로 콘텐츠가 빈약했기 때문이다. 해외 이용자 눈높이에 맞춰 전반적인 게임 난도를 낮춘 것도 원작 마니아층에겐 지루했다.
하지만 원작 <크레이지레이싱 카트라이더>가 서비스를 종료한 만큼 되돌아갈 곳은 없었다. 신작 <카트라이더:드리프트> 애정 섞인 쓴소리를 던지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넥슨은 20년 가까이 즐기던 게임을 한순간에 잃은 원작 마니아층의 서운함과 허탈함을 제대로 보듬지 못했다. 결국 원작 마니아층이 신작에서 대거 이탈해 버렸다.
PC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이 산출한 <카트라이더:드리프트> 글로벌 이용자 규모를 살펴보면 지난해 1월 출시 당시에는 최고 동시접속자 4688명까지 찍었다. 하지만 3개월도 지나지 않아 1000명 이하로 감소했다. 최근에는 100명 전후에 머무르고 있다. 다양한 이용자와 무작위로 맞붙는 재미가 핵심인 레이싱 게임 특성상 이용자 감소는 치명적이다.
◇<카트라이더:드리프트> 개발 방향 원점으로
넥슨은 게임 개발 방향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재윤 디렉터는 "시대의 눈높이에 따르려 했지만 정작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서비스 방향에 결단을 내리고 토대부터 다시 다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면서 "이용자들이 진심으로 재미있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라고 했다.
원작 마니아층에 대한 사과의 말도 건넸다. 조 디렉터는 "이용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게임 내·외적인 부분에서 실망을 드렸던 과거의 발언에 대해 늦었지만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무너진 신뢰를 되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카트라이더:드리프트> 재도약을 위해 낮은 자세로 다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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