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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사로잡은 예술]"송은의 첫 현대미술 컬렉션, 할머니 닮은 석조 흉상"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의 특별한 수집철학 "피노 컬렉션으로 송은 취지 되새겼다"

서은내 기자공개 2024-08-12 07:48:47

[편집자주]

예술 작품에는 무한한 가치가 녹아있다. 이를 알아본 수많은 자산가, 기업가들의 삶에서도 예술은 따뜻한 벗으로서 그 역할을 해오고 있다. 더벨은 성공한 CEO들이 미술품 컬렉터로서 어떻게 미술의 가치를 향유하는지, 그의 경영관, 인생관에 예술품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인터뷰를 통해 풀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8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64)은 선친인 고 유성연 명예회장의 문화예술 열정을 이어받은 저명한 미술계 후원 인사다. 유성연 명예회장의 호 '송은'을 따 만들어진 송은문화재단은 특별한 철학 아래 미술품을 수집해왔다. 유상덕 회장은 송은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신진 인재들을 발굴, 지원하는데에 깊은 관심을 표해왔다.

1962년 국내 광산업을 시작으로 글로벌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변모해온 ST인터내셔널(옛 삼탄)은 신재생 에너지,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며 투자전문사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기업가로서 유상덕 회장의 행보에서도 예술은 조화를 이룬다. 송은의 미술품 컬렉션은 석탄 회사란 구시대 이미지를 벗고 새 영역을 개척하는데에 시너지를 내는 모습이다.

송은문화재단은 송은아트스페이스란 이름으로 전시공간을 운영해왔다. 2021년에는 서울 청담동에 신사옥 ST빌딩을 짓고 전시공간을 확장했다. 스위스의 건축 듀오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한국에서 진행한 첫 번째 프로젝트로도 잘 알려진 건물이다. 이곳에 '송은'을 개관하면서 유상덕 회장의 예술경영도 더 빛을 발하고 있다.

유 회장은 인터뷰에서 송은의 소중한 컬렉션으로 선친의 첫 현대미술 수집품인 강관욱 작가의 석조 흉상을 꼽았다. 유성연 명예회장은 조각상을 보며 이북에 남아있는 모친을 떠올렸다고 한다. 송은문화재단과 인연을 맺어온 케링그룹 창업자 프랑수아 피노(Francois Pinault)도 이 조각작품에 큰 감명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강 작가는 1945년 전북 군산 출생으로 홍익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했으며 조각가로는 처음 1999년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했다. 1985년 롯데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으며 화강암을 재료로 한국인의 어머니 시리즈를 전시했다. 한국적인 형상을 추구하는 조각가로 알려져있다.

송은미술관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해외 개인이나 단체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초대해 전시하는 일이다. 컬렉션의 다양한 목적과 방법, 의미를 국내 미술계에 소개하는데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 2011년 아시아에서 최초로 피노 컬렉션을 공개한 것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 오는 9월 또한번 피노와의 교류를 앞두고있다.

피노 회장은 구찌, 발렌시아가 등 명품 브랜드로 알려진 케링그룹의 창업주이자 경매사 크리스티의 소유주다. 근현대, 동시대 미술품 만여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유상덕 ST인터내셔널 회장.

Q. 예술품을 단순한 감상을 넘어 소유하게 계기는 무엇인가.

A. 함경남도 출생이셨던 가친께선 어린시절 화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평생 가슴 속에 품어왔다. 미술을 대단히 사랑했고 외아들인 내게 미술을 전공하라고 권할 정도였다. 그는 1989년 미술에 대한 꿈과 열정을 젊은이들을 통해 펼쳐내겠다며 재단을 설립했다.

1999년 아버지가 작고하신 후 나는 유지를 따라 송은문화재단의 미술문화 지원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유성연 회장의 아호 '송은'은 숨어있는 소나무란 뜻이다. 그는 미술계 젊은 작가들의 전시와 활동을 대외적으로 드러내지고 않고 조용하지만 꾸준히 지원하고 육성했다. 작가들의 작품을 재단 컬렉션으로 소장하게 된데에는 이같은 배경이 있다.

Q. 예술에 대한 애호가 경영에도 영향을 줬을 것 같다. 예술품의 향유가 기업 경영 마인드에 어떤 시너지를 일으켰나.

A. 바이어를 포함한 방문객들이 ST빌딩 사옥을 방문해 송은 전시장을 둘러보고 미술품을 감상하게 되면서 회사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이고 우호적으로 변하는 걸 느꼈다.

기업이 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한다. 2016년에는 몽블랑이 주관하는 제25회 '몽블랑 문화예술 후원자상'을 수상하면서 ST인터내셔널, 삼탄이란 기업 이름이 다시한번 주목 받았다. 기업과 예술이 조화를 이뤄 긍정적인 힘을 만들어 낸다는 걸 경험했다.

Q. 컬렉션 특별한 스토리가 담긴 소장품을 꼽아본다면.

A. 선친의 첫 현대미술 수집품이었던 강관욱 작가의 석조 흉상이 생각난다. 송은문화재단의 컬렉션 중 하나다. 이 흉상은 이북에 남으셨던 할머님의 외모와 무척 닮았다고해서 의미가 더 깊다.

2011년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피노 컬렉션을 중심으로 'Agony and Ecstasy(고통과 환희)' 전시를 열었는데 그때 프랑수아 피노 회장이 이곳을 방문했었다. 피노 회장도 기념관에 전시된 강관욱 작가의 조각상을 보고 크게 감동하더라. 그 역시 농부였던 부모님의 모습을 담은 소박한 전원 풍경 페인팅이 첫 소장품이었다고 했다. 예술을 향한 사랑은 그 주체, 대상과 상관없이 서로 닮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

예술 작품은 개인의 역사와 감정을 담아내고 사람들 사이에서 공감을 이끌어 낸다. 송은문화재단의 컬렉션은 단순한 미술품의 집합체를 넘어선 것이다. 각 작품이 지닌 특별한 사연, 이야기를 통해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으면 한다.

2011년 송은에서 진행한 프랑수아 피노 컬렉션 전시 작품.

Q. 오랜기간 개인적으로 피노 컬렉션과 그에 속한 작품들을 좋아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계적인 슈퍼컬렉터 피노와의 교류는 어떻게 성사될 수 있었나.

A. 피노 컬렉션은 작가들과 오랜 시간 '동반자적 관계(companionship)'를 유지하며 현대미술에 아낌없이 기여, 헌신해오고 있다. 프랑수아 피노 회장은 기성작가와 신진작가 구분 없이 다양한 세대와 커리어의 작가들을 동등한 위치에서 조명하는 독자적인 수집 철학을 보유하고 있다.

피노 컬렉션의 철학을 보면서 송은의 취지도 되새겨봤다. 송은도 미술계 인재를 꾸준히 발굴, 지원해오고 있으며 미술계 활성화를 도모해나가고 있다. 2011년 피노 컬렉션 측에 전시 교류 제안을 했고 결국 성사가 됐다.

Q. 송은에서 또한번 피노 컬렉션 전시를 앞두고 있다. 13년 전 전시와 다른 이번 전시의 의미를 짚어본다면.

A. 2011년 프랑수아 피노 회장은 본인이 소장 중인 작품들로 한국 대중과 소통하고 싶어했다. 지금은 물론 그때에도 스타 작가라 불렸던 신디 셔먼, 제프 쿤스, 무라카미 다카시, 데미안 허스트 작품들을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선보였다. 당시 한국에서 다시 한번 갖게 될 전시를 기약했었는데 다음엔 덜 알려진 작가를 선택해 놀라움을 주고 싶다고 했었다.

이번에 한국 대중들과 만나게 될 피노 컬렉션은 그간 국내에서 만나보기 어려웠던 미리암 칸(Miriam Cahn), 폴 타부레(Pol Taburet), 플로리안 크레버(Florian Krewer)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유명한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에스터(Dominique Gonzalez-Foerster), 얀 보(Danh Vo)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가 작품들로 소장품이 구성된다. 컬렉션의 본질을 담은 예술적 표현을 종합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송은에서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해외 컬렉션 전의 일환으로 작가와 컬렉터의 관계, 미술작품 소장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현대미술이 생동하는 현장을 폭넓게 이해하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Q. 송은문화재단을 통한 문화예술사업의 비전은.

A. 현대미술의 다양한 현장 속에서 선택과 집중의 방향성을 가지고 한국에서 활동하는 만 45세 이하 젊은 작가들의 창작활동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 온 작가지원 플랫폼 뿐 아니라 국내외 현대미술 작가 개인전, 해외기관과의 협업을 통한 컬렉션 소개 등 새로운 모습을 많이 선보이려 한다. 현대미술의 현재를 비추고 그 향유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하는 것이 송은문화재단의 지향점이다.

ST인터내셔널과 송은문화재단 사옥의 주요 키워드는 '랜드마크'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찾아올 수 있는 수준 높은 건축물로 만들고 싶었고 이를 통해 이곳에 전시된 국내 작가 작품의 재발견을 이뤄내고자 했다. 송은문화재단의 철학은 잠재력, 역량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대중과 함께 작품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 철학을 꿋꿋이 세워가고 싶다.
서울 청담동 ST빌딩 '송은' 미술관 내부 전경.
서울 청담동 ST빌딩 '송은' 미술관 외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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