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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Frieze Seoul & Kiaf]한국 미술시장 진짜 침체기? "침체기 아니다"지역 컬렉터 수요 특성 파악한 갤러리들, '팔릴만한' 작품으로 판매율 높여

서은내 기자공개 2024-09-10 07:39:59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9일 08: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들어 한국 미술시장은 '침체기'로 언급돼왔다. 전반적인 업계의 거래량이나 경매 결과 등이 시장의 하락 사이클에 진입한 것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4 프리즈 서울, 키아프에서 확인된 시장의 분위기는 '침체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4일부터 5일간 프리즈와 키아프가 진행된 서울 코엑스는 한국 미술시장의 분위기를 엿볼 최적의 장소였다. 아트페어의 두 가지 중요한 정량 지표를 꼽는다면 하나는 참여 갤러리들의 작품 판매량 등 수입이며, 또 하나는 페어를 운영하는 운영사 수익으로 티켓(입장료)과 갤러리들이 운영사에 지불하는 부스비용으로 볼 수 있다.

행사 자체의 흥행, 모객을 놓고 보면 일단 성공적이었다.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가 열린 지난 4일간 코엑스는 발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첫날 입장 시간대를 나눠 입장객을 분산시킨 덕에 프리즈 첫회만큼 드라마틱한 입장행렬이 나타나진 않았지만 페어 종료일까지 페어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프리즈 서울이 국내외에 크게 홍보되면서 페어 자체 외에도 서울 일대에서는 각종 갤러리, 문화기관, 산업계가 미술 전시와 관련된 다양한 부대행사를 쏟아냈다. 그 결과 미술 애호가 뿐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프리즈 기간은 축제의 장으로 각인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이 기간의 작품 거래량, 판매 성과를 봐도 일단 지난해보다 나쁘지 않았다는 게 다수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프리즈에서 공식적으로 정확한 판매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갤러리별 편차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의미있는 포인트는 당연한 듯 보인 시장의 '불황'은 더이상 이번 프리즈 기간에 맞는 표현이 아니었다는데에 있다.

한 미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프리즈 서울 기간과 비교할 때는 화랑들의 판매가 확실히 더 잘된 것으로 보인다"며 "팔릴 만한 작품을 대부분 팔아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4 프리즈 서울 부스 전경.
◇ 지난해 대비 활발해진 거래 분위기

페어 첫날 행사장에서 만난 아트 컬렉터이자 아트페어 사업가 노재명 아트오앤오 대표는 "현재를 미술시장 침체기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2~3년 전 한국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던 것일 뿐 늘 미술시장은 큰 변화 없이 지금과 비슷했다"고 전했다. 최대 호황기와 비교할 때 거래량이 낮은 것일뿐 그렇다고 침체기로 보기 어렵다는 뜻에서다.

2021년은 한국 미술시장이 건국 이래 최대 호황이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다. 그렇게 2022년 9월 프리즈 서울이 첫해를 맞았다. 전문가들은 이미 그때부터 실제로는 시장의 버블이 꺼지면서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페어에 참여한 갤러리들의 얘기도 비슷했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조금 더 지켜봐야하겠으나 차분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지난해보다는 더 성과가 괜찮은 것으로 보인다"며 "프리즈 첫 회에 비해 초고가 작품 판매가 줄었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 지금이나 그때나 수십 수백억대 작품은 국내에서 팔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술업계 관계자들은 프리즈 첫 회 때의 성과에 대해 일종의 '거품'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당시 수십, 수백억원 수준의 작품들이 팔렸다는 얘기들이 많이 있었으나 실제와 차이가 있었으리란 견해다. 그정도 수준의 높은 가격의 작품을 살만한 컬렉터들이 국내에 몇명 안된다는 게 그 이유다.

2024 프리즈서울 가고시안 갤러리 부스 가운데에 전시된 아모아코 보아포의 작품. 40만달러 수준에 판매 된 것으로 전해진다. AMOAKO BOAFO. Deep Red Begonia Dress, 2022. Oil on canvas / 캔버스에 유채. 79 7/8 x 64 5/8 x 2 5/8 in. 202.9 x 164.1 x 6.7 cm (framed)

◇ '보여주기식' 출품보다 '판매가능한' 작품 선보여

올해 판매 성과가 예년보다 더 좋았다는 말 이면에는 또다른 의미가 담겨있다. 프리즈 서울, 동시 개최된 키아프가 올해 3회차를 맞으면서 그만큼 참여 갤러리들이 한국 시장에 대해 정확한 파악을 하게됐고 시장 수요를 제대로 공략할 수 있는 작품들을 들고 나왔다는 뜻에서다.

한 미술업계 관계자는 "프리즈서울 첫해는 글로벌 갤러리들이 한국 시장을 제대로 알기 전이었으며 크기가 큰, 보여주기식 전시용 작품들을 들고나오기도 했다"며 "점차 2회를 거쳐 올해 프리즈서울에 참여하면서 화랑들은 팔릴만한 가격대와 크기의, 팔릴만한 작품을 들고나와 실제로 팔아냈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니콜라스 파티나 아모아코 보아포 작품을 가져온 곳들이 있는데 적절한 가격대에 가지고 나와서 판매한 사례"라며 "이렇게 판매가능한(Sellable) 작품을 가져와서 성과를 내는 것이 시장을 견고하게 하고 지속 성장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가고시안갤러리가 이번 프리즈서울에 들고 나와 부스 한 가운데 배치한 아모아코 보아포의 작품 'Deep Red Begonia Dress'도 판매가 완료됐다. 판매 가격은 40만달러(약 5억35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화랑들이 프리즈서울에서 초고가 가격대의 작품을 선보이는 경우가 이번에 많이 줄어들면서 일각에서는 작품의 질적 수준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 입장에서는 반대로 그만큼 이익이 되는, 작품을 위주로 페어에 참여한 것으로 읽힌다.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갤러리들은 눈에 보이는 성과 외에 정성적인 결과물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한 갤러리 대표는 "올해 프리즈 서울 갤러리즈 부스에서 젊은 한국 작가를 다루는 갤러리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의미있는 성과"이며 "올해 처음 솔로부스를 꾸민 한국 갤러리들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3회차 프리즈 서울을 맞으면서 보다 무게감 있는 컬렉터 군이 형성되고 있다. 최재우 조현화랑 대표는 "외국 고객은 주로 파운데이션이나 주요 기관에서 온 것이 주목할 만한 점이었고 수적으로는 한국 고객이 훨씬 많았다"며 "지난해에 비해 더 많은 해외 주요 컬렉터를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4 프리즈 서울 부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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