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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인베스트먼트는 지금]은둔하던 최대주주, 경영 전면에…'승계 준비' 해석도①직접적 배경은 전문경영인의 갑작스런 사임…지배구조 변화 가능성 관측

최윤신 기자공개 2024-08-12 08:41:41

[편집자주]

보광인베스트먼트는 35년의 업력을 보유한 1세대 벤처캐피탈(VC)이다. 한 때 '소리 없이 강한' 하우스로 꼽혔는데 최근 최대주주인 홍석준 회장이 경영전면에 등판하는 등 주목할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보광인베스트먼트에서 심사역으로 활약하던 장남은 PE업계로 적을 옮겼다. 승계 등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화할지도 관심사다. 홍 회장과 함께 CEO를 맡고 있는 박진범 공동대표의 과제도 산적해 있다. 멈춰있는 펀드레이징을 다시 가동하고 투자 시계도 정상화 해야 한다. 더벨은 보광인베스트먼트의 현황과 지배구조 변화를 살펴보고 VC로서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89년 설립된 벤처캐피탈(VC) 보광인베스트먼트에 변화의 기조가 감지된다. 최대주주인 홍석준 회장(사진)이 처음 대표이사로 등판하면서다. 홍 회장은 지난 1999년 BGF그룹(당시 보광그룹)이 삼성그룹에서 계열분리 하던 당시부터 보광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였다. 그러나 대표이사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판한 직접적인 배경은 전문경영인(CEO)의 갑작스런 사임 때문이다. 다만 1954년생인 홍 회장의 연배를 감안할 때 승계에 대한 고민도 녹아 있을 것이라고 바라본다. 업계에선 이와 관련해 홍 회장의 장남인 홍정환 폴스타파트너스 대표이사의 동향과 가족회사인 에이치아너스의 행보에도 관심을 집중한다.

◇분위기 쇄신하던 젊은 수장, 갑작스런 사임…오너 직접 등판

홍 회장은 보광인베스트먼트의 최대주주였지만 경영자는 아니었다. 2007년까지 삼성SDI에서 근무한 홍 회장은 보광인베스트먼트의 이사회에만 참여했다. 삼성SDI를 그만둔 이후에도 대표이사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사내이사직만을 맡아왔다.

이런 홍 회장이 대표이사로 나서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전문경영인 강민구 전 대표이사가 갑작스럽게 회사를 떠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1년 취임한 강 전 대표는 보광인베스트먼트의 미래를 이끌 것으로 평가받던 인물이다.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으로 동우하이텍에서 투자 업무를 맡았고 2010년 보광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해 심사역으로 근무했다.

보광인베스트먼트는 200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대표 VC로 꼽힐 정도로 업계에서 위상이 높았다. 2013년에는 국민연금의 벤처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돼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다른 VC들이 공격적으로 AUM을 늘릴 때 이런 흐름에 올라타지 못했고 업계에서 존재감이 줄었다. 다수 VC가 '제2의 벤처붐'이라고 불리던 2020년을 전후로 급격하게 성장할 때 단 하나의 펀드도 결성하지 못하며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태였다.

쉽지 않은 상황에 취임한 강 전 대표는 적극적으로 펀드레이징에 나서 하우스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2022년에는 보광창업투자라는 사명을 보광인베스트먼트로 바꾸며 분위기를 쇄신했다. 모태펀드 출자사업 선정을 기반으로 스포츠펀드를 결성하고, 적극적으로 다른 운용사와 공동운용(Co-GP) 펀드를 만들어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성공적으로 3년의 임기를 보낸 강 대표는 지난 4월 갑작스레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첫 임기가 마무리된 시점이긴 했지만 연임이 불발됐다고 보긴 어렵다. 3월 말 사내이사직의 연임이 결정된 상태였는데, 4월 들어 사임이 결정됐다.

보광인베스트먼트가 대표이사 교체에 보수적인 기조를 보여왔음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었다. 강 대표 이전에 대표이사를 맡았던 이준원 전 대표가 7년을 재임했고, 그 전임자인 김호정 전 대표도 5년간 대표를 맡았다. 이보다 앞선 박문수 전 대표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8년간 자리를 지켰다.

보광인베스트먼트 측은 강 전 대표의 사임 이유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강 전 대표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VC업계에선 강 전 대표의 갑작스런 사임이 올해 초 검찰조사를 받은 것과 연관이 있다고 본다. 업계에 따르면 강 전 대표는 투자 후 부당이익을 취한 의혹 등으로 올해 3월경 검찰조사를 받았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내용과 관련해 아직 사실관계가 완전히 밝혀지진 않은 것으로 알고있다”면서도 “대표이사가 조사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하우스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홍석준 회장이 대표이사로 직접 나선 것은 직전 대표이사의 사임으로 어수선한 하우스의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차원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1954년생으로 칠순을 넘긴데다 VC업계 실무 경험이 전무한 만큼 단독대표보다는 공동대표 체제를 택했다.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후보를 물색했고, 박진범 대표를 공동대표로 낙점했다. 박 대표가 하우스의 운영 전반을 맡고, 홍 회장은 오너로서 하우스가 나아갈 방향성을 진두지휘하는 구조인 것으로 파악된다.

박 대표는 1962년생으로 한국 장기신용은행을 거쳐 지난 2000년 KB인베스트먼트에 입사해 심사역으로 활약하며 투자본부장까지 맡았던 인물이다. 2017년 코스닥 상장사 이즈미디어로 적을 옮겼고, 이후 스케일업파트너스에서 부사장으로 근무해왔다.

업계에선 보광인베스트먼트가 박 대표를 선임한 건 ‘안정화’에 방점을 둔 인사라고 평가한다. 박 대표는 KB인베스트먼트에서 수입대체산업 투자에 주력하며 안정적인 운용성과를 내 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박 대표는 현재 내부 안정화와 하우스의 기틀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E 차린 장남, 가족회사는 한국자산평가 인수다양해진 금융 관련 회사

VC업계에선 다만 홍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배경에는 승계에 대한 고민도 녹아있을 것이라고 바라본다. 장남인 홍정환씨는 기존 보광인베스트먼트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했다. 홍정환씨가 보광인베스트 지분 6.71%가량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도 해 업계에서는 그가 회사를 물려받을 것이란 전망이 컸다.

그러나 그가 지난 2021년 회사를 떠나 사모펀드(PEF)운용사인 폴스타파트너스를 창업하며 상황은 예상하기 어렵게 흘러가고 있다. 현재 폴스타파트너스 대표이사인 그는 본인이 창업한 회사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홍석준 회장과 홍정환 대표이사가 지분을 절반씩 가지고 있는 가족회사 에이치아너스의 움직임도 주목할만하다. 에이치아너스는 최근 캑터스프라이빗에쿼티와 컨소시엄을 이뤄 한국자산평가를 인수했다. 한국자산평가를 통해 금융서비스영역 사업 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홍 회장 부자가 자본시장에서 다양한 영역으로 발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보광인베스트먼트의 지분 승계는 필수가 아닌 선택의 영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가가 가진 금융관련 회사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진 만큼 시너지를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부 회사를 매각하는 ‘선택과 집중’의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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