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이차전지사는 지금]피엔티, 늘어난 유통 물량에 '시총 1조' 증발②도미누스, 'RCPS 90만주' 보통주 전환…30만주 매도해 '수익 실현'
박완준 기자공개 2024-08-12 07:39:30
[편집자주]
글로벌 이차전지 산업은 '캐즘'이라는 단어와 직결된다. 지층 속 단절된 공간이 마치 새로운 첨단 제품이 나올 때의 시장 확산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 붙여진 말이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제 성장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으로 대기업마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단순 사이클에 따른 불황이 아닌 산업의 대격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환경에 놓인 중견 이차전지사들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더벨은 중견 이차전지사의 경영 현황과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8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통주 전환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 하락은 지속될 것'. 피엔티 주가 얘기다. 매 분기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피엔티 주가는 실적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4월 유상증자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일부가 올 6월 19일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유통 물량이 늘어난 영향이다.피엔티 주가는 올 초부터 국내 증권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이차전지 관련 기업이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며 주가도 연일 내림세를 보인 데 반면 피엔코는 꾸준한 질적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주가도 실적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앞서 피엔티는 지난해 매출로 5454억원을 거둬 최고 실적을 썼다. 2022년 매출 2178억원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올 1분기도 매출 2045억원, 영업이익 38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96.4%, 120.2%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337억원을 거둬 분기 최고 실적을 썼다.
본격적인 상승세는 5월 중순부터 나타났다. 피엔티 주가는 5월 10일 종가 4만3450원에서 6월 19일 장중 8만9500원까지 치솟았다. 김준섭 피엔티 대표가 6월 4일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LFP 배터리와 양극활물질 매출이 내년부터 실현 가능하다고 발표한 영향이다. 수주 잔고도 2조원에 달해 내년 목표 매출을 기존(5454억원) 대비 3배 높인 1조5000억원으로 제시한 부분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실제 피엔티는 올 4월부터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 내에 양극활물질 양산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내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LFP 배터리 0.2GWh(기가와트시)와 양극재 6000톤 규모의 생산을 목표한다. LFP 양극재는 내년 1분기 시생산 후 2분기부터 양산에 돌입한다.
하지만 피엔티 주가는 6월 19일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사모펀드에 우선주로 발행한 RCPS 일부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다. 앞서 피엔티는 지난해 4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의 RCPS 발행으로 1500억원을 조달한 사모펀드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에 지분 7.7%(298만1809주)를 지급했다. 배정 가격은 주당 5만305원이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보유 중인 우선주의 30% 이상인 89만4543주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후 지난달 1일부터 7거래일간 주당 평균가 6만2000원에 29만8781주를 장내 매도했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는 주식을 처분하며 25%가량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판단된다.
도미느스인베스트먼트의 주식 전환에 피엔티의 보통주 물량은 기존 2274만1198주에서 2363만5741주로 늘어났다. 이에 피엔티 주가는 지난달 23일 5만1200원까지 떨어졌다. 이 기간에 피엔티의 시가총액은 2조1250억원에서 1조2156억원으로 급감했다. 증권업계는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가 피엔티 보통주(59만5762주)와 우선주(208만7266주)를 보유하고 있어 추가적인 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당성향이 낮아진 점도 주가에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실적 우상향에도 불구하고, 피엔티의 배당성향은 2020년 6.18%에서 2022년 3.7%로 낮아졌다. 지난해 배당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2022년과 비슷한 주당 100원 수준의 배당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의 물량이 늘어날 시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주가 하락은 필연적"이라며 "도미누스인베스트가 지난달부터 보유 중인 피엔티 지분을 매각해 수익 실현에 나선 것은 투자자들의 실망 매물도 끌어낼 것으로 보여 부정적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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