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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벤더사 돋보기]에스엘, 승계 키워드 '내부 거래'…4세 경영도 준비내부거래로 키운 회사 에스엘과 잇딴 합병…에스엘테크·에스엘라이팅·에스엘미어텍 활용

박완준 기자공개 2025-04-07 13:11:45

[편집자주]

홀로 움직이는 기업은 없다. 국내 굴지의 제조업 기업들도 제품 하나를 생산하는 데 수백 곳이 넘는 납품사와 공생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수 천개가 넘는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의 현황이 중요한 배경이다. 현대차그룹의 벤더사는 순항하고 있을까. 더벨은 현대차그룹 벤더사의 주력 제품과 현황, 연구개발 방향성을 넘어 지배구조까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3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스엘은 1954년 삼립자동차공업주식회사로 설립돼 올해로 71주년을 맞이한 회사다. 창업주 고 이해준 명예회장부터 그의 장남 이충곤 회장, 이성엽 부회장까지 경영 승계를 차질없이 단행하며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에스엘 오너일가가 안정적으로 지분을 승계한 배경에는 일감 몰아주기가 주효했다. 자녀 개인회사를 구축해 내부거래로 몸집을 키워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에스엘과 합병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경영권 승계와 함께 수직 계열화를 통한 비용 절감 시너지도 확보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앞서 에스엘은 1976년 출시된 현대차의 국내 최초 독자 모델인 '포니'에 헤드램프를 독점 공급하면서 사륜 자동차 부품사로 자리 잡았다. 고 이해준 명예회장이 30년간 직접 경영하며 사업을 확장한 후 장자승계 원칙에 따라 1983년 장남 이충곤 회장에게 대표이사를 넘겼다.

이충곤 회장으로 경영권이 이양될 때의 승계 전략은 베일에 싸여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1988년보다 앞서 경영권을 승계한 탓에 당시 에스엘의 지분 보유 내역 등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 회장이 삼립산업 상무이사로 입사한 점에 따라 지분을 증여받아 승계 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엘의 승계 전략은 이성엽 부회장이 지분을 확보하면서 드러났다. 개인회사를 만들어 성장시킨 후 흡수합병해 지분을 확보하는 전략이 골자다. 실제 이 부회장은 1995년 에스엘테크를 설립하면서 지분 52.8%를 확보했다. 그의 남동생 이승훈 씨와 여동생 이지원 씨가 지분을 각각 32.3%, 7.5% 보유한 오너일가 회사로 구축했다.

이후 에스엘테크는 내부거래로 몸집을 키웠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1999년부터 흡수합병 이전인 2006년까지 평균 내부거래율은 92.5%에 달했다. 이 기간 에스엘테크의 매출은 452억원에서 780억원으로 성장했다. 이 기간 이 부회장은 배당금으로 약 103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에스엘테크를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에스엘과 흡수합병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에스엘테크 주식 1주당 에스엘 주식 41.8주를 지급하는 합병 비율이 채택됐다. 당시 에스엘의 평균 주가가 9565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에스엘테크 주식가치는 1주당 약 40만원에 육박한 수준으로 책정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2007년 에스엘테크 합병으로 에스엘 지분율이 기존 9.6%에서 28.6%로 늘어났다. 반면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충곤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25.3%에서 17.4%로 낮아지면서 경영권 승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 부회장은 4세 경영 승계도 동일한 방식을 채택했다. 계열사 에스엘라이팅을 에스엘과 합병하는 전략을 꾀했다. 앞서 에스엘라이팅은 2013년 내부거래 비중 59%를 기록하며 시장에서 자리 잡았다. 이후 매출 성장에 따라 내부거래 비중은 2018년까지 38% 수준을 유지했다.

이 부회장은 에스엘과 에스엘라이팅을 합병하면서 장남 이주환 씨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합병비율도 '1대12.5003152'였다. 이에 따라 에스엘라이팅의 주주들에게 더 유리하게 합병이 이뤄졌다.

실제 이 부회장은 합병 후 보유 주식이 811만8393주에서 1229만1248주로 늘어났다. 아울러 에스엘 보유 주식이 없던 이주환 씨는 208만6240주를 얻으며 지분율 4.33%를 확보했다. 에스엘라이팅과 합병하면서 단숨에 4대 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반면 이충곤 회장의 지분은 14.38%에서 14.14%로 감소했다.


이주환 씨는 에스엘 주식을 장내매수하면서 지분율을 더 높였다. 1997년생인 이주환 씨는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하락하던 시기 에스엘 주식을 장내매수하면서 지난해 말 지분율 5%(232만157주)까지 끌어올렸다.

이 부회장은 4세 경영 승계를 위해 이주환 씨의 에스엘 지분 추가 확보에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중심에는 자동차 백미러 제조와 판매에 주력하는 에스엘미러텍이 있다. 에스엘미러텍은 2022년 에스엘이 492억원을 투입해 지분 51%를 확보한 계열사다. 오너 4세들이 지분 49%를 보유한 개인회사로 알려졌다.

에스엘미러텍은 2021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에스엘과 내부거래로 매출이 2021년 2567억원에서 2022년 3177억원으로 늘어났다. 내부거래율도 같은 기간 15.8%에서 27.9%로 확대됐다. 지난해도 매출 3120억원을 기록했다. 내부거래율도 약 30%로 증가했다.

에스엘 관계자는 "에스엘라이팅의 흡수합병으로 신사업 육성 및 헤드램프 사업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었으며, 2022년 에스엘미러텍 지분 51%를 확보한 부분도 동일한 전략"이라며 "계열사 흡수합병에 따른 승계 전략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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