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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의 생존전략]배곯고 내놓은 0원 요금제의 종말 '신고객도 사라졌다'②60개 넘었던 공짜 상품 퇴출, 판매장려금 삭감 영향…중장기 수익전략 '시급'

최현서 기자공개 2024-08-19 13:04:00

[편집자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업자 할당 취소를 확정했다. 이제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카드로 알뜰폰이 지목된다. 하지만 알뜰폰 시장의 현실은 차갑다. MNO에서 MVNO로 번호를 이동하는 가입자가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사업자들의 진출도 이어지고 있어 시장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고 있다. 레드오션이 되어가는 알뜰폰 시장의 현주소와 플레이어들의 생존 전략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3일 15: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신드롬을 일으켰던 0원 요금제는 주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이 택했다. 통신3사로부터 받는 판매 보조금으로 손실을 최소화하고 부족한 가입자를 채운다는 전략이었다. 지난해 5월 첫 모습을 드러낸 0원 요금제 상품만 60여개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0원 요금제가 사라졌다.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이용자 수 감소가 이뤄진 배경이다. 신드롬은 찻잔 속 태풍으로 막을 내렸다. 업계는 근시안적인 사업 전략 대신 시장 분석을 통해 맞춤형 상품을 내놓는 중·장기적 대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수익성 포기한 0원 요금제 '반짝 효과'

0원 요금제가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 5월 경이다. 알뜰폰 요금제 정보 홈페이지 '모두의요금제'에 따르면 그 당시 0원 요금제는 60여개에 달했다.

영원히 요금을 안 내는 건 아니었다. 무료 이용 기간은 7~8개월 정도였다. 가령 '이야기 모바일'이 제공했던 '이야기 스탠다드 11GB+'의 경우 월간 LTE 데이터 11GB를 기본으로, 150GB를 추가로 제공했다. 총 161GB 데이터를 다 쓰면 3Mbps 속도로 매일 2GB를 더 쓸 수 있었다. 통화와 문자메시지는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했다. 7개월 간의 무료 이용 후 월 3만9600원의 요금을 받았다.

0원 요금제를 출시했던 대다수는 중소 알뜰폰 업체였다. 이들이 0원 요금제를 낸 이유는 당장 수익을 내지 않더라도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알뜰폰은 통신3사로부터 '판매 장려금'을 받고 있었다. 망을 대여해준 통신3사가 자사 네트워크를 이용하게 될 알뜰폰 가입자 1명당 20만원 가량의 지원금을 알뜰폰 사업자에게 주는 방식이다. 이용자의 요금 납부로 발생하는 수익을 일정 기간 포기하는 대신 통신3사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확실하게 챙길 수 있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한 달간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가입자 수는 11만7513명이었다. 이는 전월(9만6795명) 대비 21.7% 늘어난 수치였다.

◇0원 요금제에 맞선 MVNO 대형사의 전략 '멤버십'

통신3사, 금융권 알뜰폰 자회사들은 0원 요금제와 같은 대규모 출혈 경쟁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멤버십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KT의 알뜰폰 자회사 'KT엠모바일'은 가입자가 모회사의 음악 플랫폼 '지니뮤직'을 6개월간 반값에 쓰도록 하는 선착순 쿠폰을 뿌렸다. LG유플러스의 '미디어로그'는 해외 로밍을 쓴 가입자가 로밍 기본 요금의 50%를 포인트로 돌려주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경쟁 심화를 계기로 아예 알뜰폰을 연계해 새 금융 고객을 모으는 전략을 내세웠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은 12개월 요금제 약정 이용자에게 적금 금리 0.6%p를 우대해 줬다.

소위 알뜰폰 대형사들이 멤버십 위주로 전략을 세웠던 배경에는 가입자 수가 있다. 가입자 자체를 모아야 했던 중소 알뜰폰 사업자와는 상황이 달랐다.

지난해 7월 말 기준 통신3사 자회사의 가입자 수는 전체 알뜰폰 회선의 48%를 차지했다. 이는 총 700만개 회선 이상을 차지하는 비율이다. 금융권 자회사의 가입자까지 합치면 50% 이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3사→알뜰폰 이동 감소 "요금 위주 경쟁 바꿔야"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조금씩 사라졌던 0원 요금제는 13일 기준 아예 종적을 감췄다. 가장 싼 요금제는 0원에 가장 가까운 110원짜리 요금제가 남아있을 뿐이다.

0원 요금제와 비교하면 제공 혜택은 확 줄었다. 110원 요금제는 월 6GB LTE 데이터를 제공한다. 문자는 100건, 전화는 100분까지 기본으로 이용할 수 있다.


0원 요금제가 사라지자 알뜰폰으로의 번호 이동도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다. 올해 1월 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회선은 12만332개였지만 △2월 10만8908개 △3월 9만6771개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7만8117개로 일시적으로 증가했지만 아직 10만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0원 요금제가 사라진 이유는 통신3사가 알뜰폰에 지급하는 판매 장려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20만원이었던 판매장려금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의 뒷배가 됐던 판매 장려금이 감소하자 자연스럽게 0원 요금제의 동력이 사라진 것이다.

결국 중·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낮은 요금으로 승부를 보던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0원 요금제의 후신격인 1000원 이하 요금제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1000원대 사이에서 100~200원 싼 요금제를 가져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하기 힘들다"며 "타깃으로 삼은 일부 고객층을 분석해서 이에 맞는 서비스를 결합한 상품을 내놓는 식의 세밀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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