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도 '안전 선호'…초기 기업 비중 20% '급감' 최근 10년새 투자비중 최저치…후기 라운드 비중 44.6%, '부익부 빈익빈' 심화
이영아 기자공개 2024-08-28 08:11:3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7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 투자성향이 위험도가 높은 신생기업을 피하고 성장 궤도에 올라선 기업을 선호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익부' 현상 심화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검증된 기업에 투자금을 집행하거나 혹은 상장이 임박한 스타트업에 투자해 회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한다.27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올해 1436개사에 3조4513억원 투자금이 집행됐다. 1369개사에 2조7868억원이 집행된 전년동기대비 23.8% 증가한 수치다. 총 153개 조합이 신규 결성됐으며 총 약정금액은 3조3669억원으로, 같은기간 24.8% 늘었다.
주목할 점은 업력별 신규투자 비중이다. 초기 투자비중이 최근 10년새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7월 기준, 후기 라운드가 44.6%로 전체 투자금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후 중기 라운드 35.3%, 초기 라운드 20.1% 수준으로 투자금이 집행됐다.
최근 10년새 전체 투자에서 초기 라운드 비중을 살펴보면 △2014년(30.8%) △2015년(31.1%) △2016년(36.8%) △2017년(32.7%) △2018년(28.6%) △2019년(32.5%) △2020년(30.7%) △2021년(24.2%) △2022년(29.6%) △2023년(24.6%) 등으로 조사됐다.
모험자본이 10개사 가운데 8개사 꼴로 실적이 안전한 중기와 후기 창업기업에 주로 투자한 셈이다. 창업 초기 기업이 투자금 유치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에 전체 투자에서 후기 라운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유동성이 풍부하게 유입되며 벤처투자 호황기로 불렸던 2020년 이후 이러한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020년(29.2%) △2021년(30.5%) △2022년(30.0%) △2023년(37.8%)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올해들어 초기와 후기 라운드의 격차는 20% 이상 벌어지고 있어 업력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창업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늘고 있지만 전체에서 신규 투자액 비중이 줄어드는 흐름일 것"이라며 "벤처투자 혹한기에는 데스밸리(Death Valley)를 극복하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기업 선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기 기업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수익모델이 명확하지 않은 초기 기업 투자에 신중한 분위기가 더해졌다는 의미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153건으로 전년대비 33% 증가했다.
투자할 만한 초기 스타트업 모수 자체가 줄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초기 기업 투자에 주력하는 국내 액셀러레이터(AC) 업계 관계자는 "최근 좋은 창업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교원 창업자 발굴을 비롯해 현장을 발로 뛰고 있지만, 좋은 기술이 있어도 쉽사리 창업에 도전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어졌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제 2벤처 신화를 이룬 카카오, 배달의민족, 토스의 뒤를 잇는 '차세대 스타'가 보이지 않고, 주요 유니콘 기업 또한 추가 투자유치, 글로벌 진출, 직역 단체와의 갈등 등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 창업 위축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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