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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딥페이크 규제'에 뛴 보안주

이종현 기자공개 2024-08-30 10:00:0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9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고가 터져야 주목받는다."

보안업계에서 오래전부터 인용돼 온 말이다. 평소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주목받는 보안 산업의 실태를 꼬집는 우스갯소리다. 이 말은 이번에도 현실이 됐다.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확산하자 보안 기업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 이미지·영상·음성 합성 기술을 이용해 가짜 자료를 생성하는 것을 뜻한다. 음란물에 실존 인물의 얼굴·음성을 덧입히는 방식의 범죄에 흔히 활용된다. 폐쇄형 SNS인 텔레그램을 통해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유포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각됐다. 대학생이나 직장인에 더해 중·고등학생까지 범죄의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음란물 유포가 텔레그램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2020년 발생한 'N번방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반복되는 범죄에 코스닥 보안 기업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27일 사태 공론화 이후 샌즈랩과 플랜티넷, 지니언스, 모니터랩, 라온시큐어, 파수 등 주요 보안 기업의 주가가 상승했다.

사이버위협 인텔리전스(CTI) 기업 샌즈랩이 대표 수혜주로 급부상했다. 연초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과제인 보안 특화 소형언어모델(SLM) 개발 사업 수주 소식이 조명된 영향이다. 샌즈랩은 LG유플러스 등과 함께하는 해당 사업을 통해 딥페이크·가짜뉴스 방지 기술도 개발 중인데, 해당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2거래일 동안 40% 상승했다.

플랜티넷의 경우 샌즈랩보다도 상승 폭이 크다. 2거래일 동안 53.6% 올랐다. 인터넷망에서 음란물이나 폭력물 등을 차단하는 플랜티넷은 과거 N번방 사태 당시에도 수혜 기업으로 주목받았다. 사태 이후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한 정부 R&D 과제도 다수 수주했는데 불법 촬영물 유포 방지, 온라인그루밍 탐지·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콘텐츠 판별 등이다. 디지털 범죄물에 대한 직접적인 차단 등에 활용될 수 있는 기술들로, 일부는 연구를 마치고 본격적인 사업화를 구상하는 단계다.

특히 감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텔레그램에 대한 탐지·차단 기술은 제대로 구현된다면 미봉책에 그쳤던 기존 대책을 기술적으로 해결할 열쇠가 될 수도 있다. 플랜티넷은 경찰 유관기관과 유해 콘텐츠를 판별·차단하는 플랫폼 구축에 대한 협업을 논의 중이다.

일각에서는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대응에 나서는 세태를 두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비난하곤 한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같은 사고를 겪을 수는 없다. 계속해서 소를 키우려면 늦었더라도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 딥페이크 범죄가 반복됨에도 기술적 한계가 발목을 잡았지만 이제는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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