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시장 '치매' 개화 길목에 서다]15년 연구집념 결실, 치매 진단시장 파고든 뉴로엑스티②성재준 대표 주축으로 솔루션 개발…"알츠하이머 AI진단 중요성 높아질 것"
정새임 기자공개 2024-09-02 10:25:21
[편집자주]
인류 건강 최대 난제인 치매. 일라이릴리가 3번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썬라를 상업화 하면서 다시 한번 치매 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대표되는 치매 치료 '옵션'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미지의 영역, 미완의 과제다. 더 많은 기업들의 공조 그리고 경쟁이 필요하다. 근본 치료 외 예방과 사후관리 등 시장의 '판'을 깨는 옵션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혁신신약 개발 기대주부터 진단과 사후 관리를 포함한 '치매 치료 전주기'를 노리는 기업들까지 더벨이 치매 시장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30일 13: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양한 항암 신약이 나오면서 관련 분야에서 동반진단이라는 개념이 도입됐다. 특정 바이오마커를 겨냥한 정밀 치료로 나아가며 항암 진단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이제 개화하기 시작한 알츠하이머 시장도 항암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알츠하이머 역시 암처럼 복잡한 상호작용에 의해 발현되기 때문이다. 정밀진단을 통해 어떤 치료 전략이 가장 효과적일지 논의하는 장이 이제 막 열리기 시작했다.
뉴로엑스티는 초기 시장에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아직 명확한 진단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AI 영상 진단 솔루션을 선보였다. 설립된 지 2년이 갓 지난 신생 기업이 미국 유수 대학병원과 공동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건 15년간 뇌 영상을 파고든 집념 덕분이다.
◇최초로 아밀로이드 베타-타우 '슈퍼전파' 이미징화
뉴로엑스티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고려대학교 바이오의공학부 교수를 지내던 성준경 대표가 2022년 교원창업으로 시작한 회사다. 영상을 분석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로 뇌 영상을 분석하는 연구를 주로 했다.
15년 이상 뇌 영상을 분석해 퇴행성 뇌 질환 연구를 하던 성 대표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의 상관관계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뉴로엑스티의 기술 근간이 된 핵심 연구다. 이 연구 결과는 2022년 국제학술지 셀(Cell) 자매지 뉴런(Neuron)에 실렸다.
성 대표는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아밀로이드 베타가 신경세포를 직접적으로 파괴하진 못하지만 타우와의 어떤 상관관계 속에서 타우 단백질을 확산시켜 신경세포를 죽인다고 알려져 있다"며 "타우가 주변부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아밀로이드 베타와의 상관관계를 처음으로 사람 레벨에서 이미징화 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초기에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원격으로 타우에 영향을 주지만 어느 순간 두 단백질이 서로 만나 타우가 급속도로 전파되는 순간이 생긴다. 일명 '슈퍼 전파'다. 성 대표는 두 단백질이 만나는 그 기전을 이미징화 했고 이를 토대로 치료제의 효과를 예측하는 솔루션을 만들었다.
아밀로이드 베타 타깃 기전의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최근 글로벌 허가를 받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 성 대표는 치료제 효과가 달라지는 기점을 두 단백질이 만나 슈퍼 전파가 시작된 시점으로 봤다. 뉴로엑스티 솔루션으로 알츠하이머병 진행 단계를 판별하면 환자의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를 위해 NEXT-AT와 NEXT-CDX 두 가지 솔루션을 구현했다. AT는 진단, CDX는 예측을 담당한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쓰기 전 주로 실시하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는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가격이 높다. 방사능 부작용도 장벽으로 꼽힌다. AT는 MRI로 간단하면서도 PET 검사의 90% 수준으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한다.
성 대표는 "위양성(가짜양성), 위음성(가짜음성) 수치로 보면 AT의 정확도가 95%까지 확인되는데 약 15%의 환자에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그레이존이 나타난다"며 "그레이존을 보일 경우 최종 확진을 위해 PET 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PET 촬영을 가급적 줄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AT로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양성을 측정해 CDX로 영역별 타우 축적을 예측한다. 치료의 골든타임을 찾아줄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주요 부작용인 뇌부종과 뇌출혈을 동반하는 'ARIA' 발생 가능성도 사전에 예측한다.
◇하버드대 병원과 1년간 120명 임상검증…美 협력병원 확대 중
뉴로엑스티의 진단 솔루션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사뿐 아니라 보험사, 규제기관에서도 큰 관심을 두는 영역이다. 레켐비·키썬라 등 치료 신약들을 어떤 환자에게 써야 부작용 위험을 낮추고 높은 효과를 낼지 파악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재정을 고려해서라도 치료 효과가 높을 환자를 선별하는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버드 의과대학 부속병원 BIDMC와 함께 솔루션 임상을 진행하게 된 이유다. 뉴로엑스티에서 보낸 연구자료를 본 BIDMC가 함께 연구를 해보자고 제안했고 설립 3년 차 만에 양사의 파트너십이 성사됐다.
미국 내 알츠하이머 환자 데이터가 가장 풍부한 BIDMC에서 뉴로엑스티 솔루션을 검증하게 된다. 최초 1년 계약을 포함해 약 2년간 미국에서 임상 검증을 실시하게 된다. 1년간 검증할 환자 수는 약 120명 정도다.
BIDMC를 시작으로 미국 내 임상 검증을 실시할 수 있는 병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성 대표는 약 2주 간의 미국 출장에 나섰다. 뉴로엑스티 솔루션을 검증할 수 있는 환자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해 병원과의 협업 네트워크를 넓히는 작업에 있다.
임상에서 쌓은 데이터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허가를 타진해볼 계획이다. 이제 막 치료제가 들어오기 시작한 국내에서는 임상 데이터가 충분치 않아 진단용 AT 솔루션 인허가를 먼저 진행한다.
본격적인 임상 검증을 위해 최근 시리즈A 펀드레이징에 나섰다. 초기 투자에서 아주IB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데일리파트너스,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 등 굵직한 투자사를 유치했던 뉴로엑스티는 올해 시리즈A에서 약 70억원 투자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성 대표는 "알츠하이머 치료와 가장 밀접히 연관된 진단 시장은 이제 막 열리고 있고 그 중에서도 AI 영상 진단 기술을 선보이는 건 뉴로엑스티가 처음"이라며 "항암제 동반진단 시장처럼 알츠하이머 영역에서도 진단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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