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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K-금융 빌드업]인력 늘리고 조직 키우고…글로벌 금융허브 종합점포 진화②차고 넘치는 '조달·운용' 기회…리테일 제외, 기업금융·IB·트레이딩 기능 확충

런던(영국)=최필우 기자공개 2024-09-04 12:55:55

[편집자주]

한국 금융사 런던 지점이 날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최소 유지 인원인 15명 안팎을 유지하던 과거와 달리 50명을 웃도는 인력을 갖춘 지점이 다수다. 외형이 커지면서 자금 조달, 기업금융, IB 투자 등 분야별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엔 외환시장 선진화 정책에 발맞춰 자금센터를 세팅 중이다. 글로벌 금융 허브 런던에서 한국계 금융사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2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런던은 영국 금융만을 대표하는 도시가 아니다. 전 세계의 자금조달과 투자 기회가 몰리는 금융시장이 조성돼 있어 영국 관련 비즈니스는 빙산의 일각이다. 런던에 지점을 설립하고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건 곧 글로벌 금융 영향력 확대를 의미한다.

한국계 은행은 런던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나 최근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외환 거래 등 기본적인 기능에 필요한 인력만 배치하던 과거와 달리 조직 추가와 비즈니스 규모 확대에 발맞춰 인력을 늘려가는 단계다. 글로벌 금융허브인 런던에서 리테일(소매금융) 정도를 제외한 종합점포로 진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40명 넘는 지점 4곳…점포 대형화 한창

한국계 은행은 최근 수년간 런던 지점 인력을 빠른 속도로 늘렸다. 5년여 전만 해도 주재원과 현지 채용 인력을 포함해 15명 안팎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15명은 런던 지점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최소 인력이다.


최근엔 런던 지점 인력이 40명을 넘는 한국계 은행이 4곳이다. 맏형인 산업은행이 64명으로 가장 많다. 주재원 15명과 현지 채용 인력 49명으로 지점을 꾸리고 있다. 이어 KB국민은행 53명, 신한은행 48명, 하나은행 41명 순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도 각각 24명, 16명의 인력을 뒀다. 다른 은행에 비해 인력이 적지만 지점이 성장하면서 안정적으로 인력을 늘려가는 추세다. 지점 전환 준비에 한창인 NH농협은행 런던 사무소에는 8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점 인력을 늘릴 수 있는 건 한국 기업의 유럽 진출과 자금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런던 지점은 영국 뿐만 아니라 중동, 아프리카를 포괄하는 EMEA(Europe, the Middle East and Africa) 지역을 총괄하는 거점이다. 별도의 유럽 법인을 두지 않은 은행의 경우 런던 지점이 헝가리, 폴란드 등 배터리 붐이 일고 있는 지역까지 관할하고 있다.

또 IB 분야에서 기회가 늘어나면서 인력 충원 필요성이 생겼다. 한국계 은행의 기초 체력이 전반적으로 강해지면서 복수의 한국계 은행 런던 지점이 현지 신디케이션 론에 함께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런던 지점 간 경쟁을 벌이기보다 정보와 네트워크를 공유하며 다같이 체급 격상을 도모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런던 지점 관계자는 "일본 국책은행인 미즈오가 런던 지점에만 2000여명의 인력을 둔 것처럼 한국계 은행도 실력만 있으면 승부를 볼 수 있는 기회의 땅"이라며 "자금 조달과 투자 기회가 차고 넘치는 시장으로 기초체력이 강화되는 만큼 인력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 조달이 핵심, IB 확대 추세…PF·파생·벤처 데스크도 추가

런던 지점은 한국계 은행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키우기 위해 반드시 보강해야 하는 요충지다. 자금 조달 기능이 글로벌 점포 중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자금 조달 역량이 강해질수록 외화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 벌이는 비즈니스를 확대할 수 있는 구조다.

여기에 대다수 런던 지점이 IB 데스크를 갖추고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최근에는 외환거래 선진화 정책에 동참해 런던 현지에 자금센터 조직을 새로 갖춰나가고 있다. 한국계 은행에게 진입 장벽이 있는 소매금융 정도를 제외하면 은행의 주요 기능을 대부분 갖춘 종합점포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계 은행 런던 지점 맏형 격인 산업은행이 다른 은행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중이다. 기업여신, IB 여신은 물론 부동산 PF, 파생 트레이딩, 벤처 데스크까지 추가하며 조직을 확장했다. 새로 구축한 데스크별 인력은 1~2명 수준이지만 취급하는 딜 규모가 커지만 추가 인력 충원이 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런던지점장은 "런던 금융시장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근거지"라며 "아직 먼 얘기지만 한국 본점에 준하는 수준의 기능을 갖추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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