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티켓 파워]EMK의 <마리 앙투아네트>, 초라한 피날레…손익은[뮤지컬] 티켓 판매량 6만826장, 객석 점유율 40.8% 추산
이지혜 기자공개 2024-09-09 08:21:04
[편집자주]
공연예술산업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익도, 티켓 판매량도 드러나지 않는다. 정보는 알음알음 한정된 인맥 사이에서만 돌고 정보의 신뢰도나 객관성을 담보할 수도 없다. 정부가 나서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만들고 법을 개정했지만 시장에 만연한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정보의 투명성과 비대칭성 개선은 투자자의 저변을 확대해 산업 성장의 토대를 다지기 위한 제반 조건이다. 이에 더벨은 파편처럼 흩어진 공연예술산업의 데이터를 퍼즐처럼 맞춰 공연의 실제 티켓 파워를 가늠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5일 13: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2024년 상반기 티켓 판매액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축하만 받기 아쉬운 성적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10주년을 맞아 '그랜드 피날레'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흥행실적은 예년만 못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마리 앙투아네트>는 2024년 2월 27일부터 5월 26일까지 서울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약 3개월간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김소향과 이지혜, 옥주현, 윤공주, 이아름솔 배우가 출연했습니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을,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투자를 맡아 네 번째 시즌을 만들었죠.
<마리 앙투아네트>는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삶과 사회 부조리에 맞서 혁명을 이끄는 가상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의 이야기를 대조적으로 그리며 정의의 의미를 탐구한 작품입니다. 뮤지컬 <레베카>, <모차르트!>, <엘리자벳> 등을 만든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가 창작했습니다.
2014년 한국 초연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는 역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혹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입소문을 타며 첫 시즌에서 평균 객석 점유율 92%, 동원 관객 수 14만명을 기록하며 엄청난 성공을 거뒀습니다. 2019년과 2021년의 두 번째, 세 번째 시즌에서도 90%가 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흥행세를 이어갔죠.
그러나 이번 10주년 기념 시즌의 성적은 썩 좋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마리 앙투아네트> 티켓은 공연 기간 총 6만826장 팔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객석 규모 1242석, 120회 공연된 점을 고려하면 객석 점유율은 40.8%정도입니다. 2024년 상반기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작품의 평균 객석 점유율 63.6%에 한참 못 미칩니다.
일반으로 대극장 무대에 올리는 라이선스 뮤지컬 작품은 유료 객석 점유율 65~70% 정도를 손익분기점으로 잡습니다. EMK뮤지컬컴퍼니가 효자IP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과거만큼 이익을 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2016년 헝가리에 라이선스를 판매했고 2018년 일본 토호에 역수출되는 성과를 거둘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은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입니다.
물론 반론의 여지도 있습니다. 한 뮤지컬업계 관계자는 "KOPIS가 모든 예매처의 정보를 집계하는 것은 아니다"며 "실제 티켓 판매량은 KOPIS 집계보다 많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여러 번 시즌을 거듭한 공연은 세트와 의상, 소품, 마케팅 등에 투입되는 제작비를 10%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10년 저력이 비용효율성에서 발휘됐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비용절감 효과도 이번이 끝입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마리 앙투아네트>를 재구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CEO는 "3~4년 뒤 다시 돌아올 <마리 앙투아네트>는 의상, 무대, 소품, 무대를 전부 다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되면 제작비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시즌 <마리 앙투아네트>의 티켓 가격은 VIP석 17만원, R석 14만원, S석 11만원, A석 8만원으로 책정되었습니다. 다만 이를 기준으로 평균 티켓 가격을 산정해 티켓 판매 수익을 추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공연마다 좌석 등급의 비율과 가격이 다르게 적용되며 초청권이나 할인율 등의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KOPIS가 집계한 올 상반기 뮤지컬 티켓 평균 가격인 5만85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마리 앙투아네트>의 티켓 판매 수익은 약 36억원으로 추정됩니다.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작품을 기준으로 한 평균 티켓 가격 9만9853원으로 계산하면 약 61억원의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추정치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제작사와 KOPIS가 세부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투자자와 시장이 정보 비대칭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파크 티켓의 예매자 통계에 따르면 <마리 앙투아네트>는 남성 관객의 비율이 비교적 높았습니다. 남성 관객 비율이 27.1%, 여성 관객이 72.9%를 차지했죠. 상당수의 공연에서 여성 관객 예매자가 80%를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또 예매자의 연령대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습니다.
EMK뮤지컬컴퍼니 관계자는 "공연과 관련된 구체적 수치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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