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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위 톺아보기]삼성전자, 경영진 장기성과인센티브의 역설3년 평균연봉 기초로 3년간 분할지급, 실적 부진 때 고액보수 받아

원충희 기자공개 2024-09-13 07:52:41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인재다. 인적자원에 대한 보상체계에 따라 회사 내 사기와 '맨파워'의 위력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특히 경영진과 등기이사 보수체계는 객관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이사회에서 심의·의결이 이뤄진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수위원회를 설치, 이사회 선진화를 꾀하는 곳도 있다. 기업별 임직원 보상정책과 보수위원회 운영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9일 07:2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를 통해 등기이사들의 보수정책을 다듬어 왔다. 핵심지표는 실적 등 재무적 요소였고 주당수익률 등 주주가치 지표도 일부 반영했다. 특히 장기성과급의 경우 3년간 분할지급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경영진이 단기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 사업을 이끌어 가도록 한 안배다. 다만 삼성전자의 주력 반도체 사업은 경기를 민감하게 타는 업종이다. 지난해 반도체 불황에도 고액보수가 지급되면서 임직원 간의 성과급 갈등이 불거진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단기성과 치중 방지 위해 장기성과급 3년간 분할지급

삼성전자는 이사 보수결정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를 설치, 운영 중이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위원회는 현재 김한조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김준성 싱가포르국립대 기금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등 3인으로 이뤄져 있다.

셋 다 금융·재무분야에 주요 경력을 둔 인사들이다. 김 전 부회장은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장을 지냈으며 김 CIO는 싱가포르투자청에서 근무하며 글로벌 금융투자를 직업으로 삼았던 이다. 신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 금융위원회를 거친 금융관료 출신이다.

이들은 올 상반기 한 차례 회의를 열고 2024년 사내이사 개별 보수체계 및 고정연봉과 이사보수 한도를 심의했다. 보상체계와 한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경영진인 사내이사 보상정책을 4개로 세분화 했는데 급여와 목표인센티브, 성과인센티브와 장기성과인센티브다.


급여는 업무와 수행결과 등을 고려한 고정급의 개념이다. 목표인센티브는 부서별 목표 달성도에 따라 대표이사가 결정하며 월 급여의 200% 내에서 조직별 성과에 따라 연 2회 분할 지급된다. 성과인센티브는 사업 조직별 사업연도 평가 세후이익, 자본비용 등 재무적 요소로 산정한 보상 재원을 바탕으로 기준연봉의 50% 내에서 개인별 성과에 따라 연 1회 지급한다.

장기성과인센티브의 경우 자기자본순이익률(ROE), 주당수익률, 세전이익률 등을 평가해 3년 평균연봉을 기초로 주주총회에서 정한 이사보수한도 내에서 산정, 3년간 분할 지급하는 형태다. 장기성과급 분할 지급은 경영진이 단기성과에 치중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 사업을 영위토록 하는 유인을 제공한다.

◇2020~2023년 성과 기준으로 2023~2025년에 인센 지급

삼성전자는 올해 초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성과인센티브 지급을 하반기로 연기했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의 적자로 직원들의 성과급이 0%에 이르자 임원들 역시 고통에 동참하기 위한 조치다. 이 같은 조치의 배경에는 장기성과인센티브의 지급구조 문제가 있다.

삼성전자의 사내이사 장기성과급은 지난 3년 간의 성과를 평가해 첫 해에 50%, 두 번째와 세 번째 해에 각각 25%씩 나눠 지급한다. 작년부터 2025년까지 지급될 인센티브는 2020~2022년 성과를 기반으로 산정한다. 그때는 반도체 경기가 상당히 좋았을 시기다. 코로나 팬데믹이 가라앉은 이후 반도체 쇼티지 현상 불거졌다. 반도체 필요한 곳은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니 주문이 넘쳤다.

그러나 지난해는 반도체 불황으로 DS부문이 적자 수준에 이르면서 해당 직원들은 성과급이 제로 상태였다. 이런 와중에 임원들은 50%분의 장기성과급을 지급 받는 것이다. 법제도 및 도덕적, 사회통념상 이슈가 될 만한 일을 아니지만 시기가 좋지 않았다. 연봉 동결로 불만이 더욱 커진 직원들 위주로 파업 이슈가 불거졌다. 결국 임원들도 실적 개선 이후로 지급을 연기해야 했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 내부에선 장기성과인센티브가 경영진의 단기성과 치중 문제를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경기가 들쭉날쭉한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사업구조와 잘 맞물리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추이를 보면 반도체 사이클이 2~3년 주기로 오고 있다"며 "시기가 안 맞으면 오히려 불경기일 때 고액연봉을 받게 되니 보는 눈초리가 안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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