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13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공개(IPO)라면 산전수전을 겪은 케이뱅크가 드디어 상장 초읽기에 들어갔다. 상장 밸류의 밴드는 올해 최대어를 넘보는 4조~5조원에 이른다. 아직 연간 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지 못했지만 한국거래소를 설득한 끝에 최종 승인을 거머쥐었다.상장은 영리법인의 일생을 통틀어 가장 큰 이벤트로 꼽힌다. 비상장사로서 덩치를 키워오다가 일반 대중을 주주로 맞이하는 전환점이다. 조달 측면에서도 실리를 거두지만 상장사라는 탈바꿈만으로 체급 변화와 새로운 도약이 예고된다. 이렇게 축포를 터뜨려야 할 IPO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건 두고두고 오명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초강수를 뒀을까. 상장이 한 차례 좌초됐던 케이뱅크는 재도전을 앞두고 주관사 재정비를 단행했다. 그간 대표 주관을 맡았던 NH투자증권이 섭섭해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물적, 인적 재원을 투입한 건 물론 증권신고서까지 대부분 완성된 상태였다. 그럼에도 더이상 실패가 용납될 수 없기에 KB증권과 뱅크오브아메리카를 대표주관사로 추가했다.
무엇보다 IB업계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최대 난관인 밸류에이션을 KB증권이 전담한 대목이다. 새롭게 뽑힌 주관사는 단지 세일즈 채널을 늘리기 위한 들러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케이뱅크는 가장 큰 난제의 해결을 KB증권에 맡겼다. NH증권은 그간 IPO로 명성을 쌓아온 메이저 하우스이기에 이목을 끌 수밖에 없는 카드였다.
이례적 결정의 배경은 정확히 알기 어렵다. 올해 KB증권이 HD현대마린솔루션 딜에서 보여준 비범한 밸류에이션과 카카오뱅크 IPO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경험이 후한 평가를 받았을 수 있다. 아니면 NH증권측에서 실패시 리스크가 큰 작업에서 스스로 물러났을 수도 있다. 내막이 어찌됐든 결과는 대성공이다. 아직 수요예측과 공모 전이지만 케이뱅크, 거래소, 재무적투자자가 모두 납득하는 가격을 찾은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첫 IPO 시도가 불발에 그친 것도 따지고 보면 밸류에이션 탓이다. 글로벌 시장이 급격히 위축된 데다 비교기업인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주저앉았다. 현재 카카오뱅크 주가는 실패 당시와 동일하게 사상 최저치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적합성이 뚜렷한 비교기업을 추가했고 이들 피어그룹을 선정한 논리가 설득력이 높았다.
케이뱅크가 IPO 트라우마를 극복하면서 KB증권에 건넬 답례도 예상을 뛰어넘을 듯하다. 대표 주관 지위를 부여한 지 수개월이 지났을 뿐이지만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NH증권에 근접하는 인수 비중을 확보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관사로서 취득하는 수수료도 커질 수밖에 없다.
고객의 속앓이를 해결한 KB증권이 거둘 소득은 일거양득에 가깝다. 수수료 실속뿐 아니라 대규모 주관 실적까지 확보하기 때문이다. 올해 IPO 주관 선두에 복귀하는 건 IB 파트의 핵심 목표로 꼽힌다. 연말 IPO 1위 타이틀을 거머쥔다면 케이뱅크 딜에서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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