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북미 넘어 유럽서도 경쟁사와 협력 스코다 일렉트릭과 체코 ‘수소경제·미래차’ 생태계 조성…지속가능미래 위한 합종연횡
고설봉 기자공개 2024-09-23 08:15:16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0일 19: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완성차들과의 협력을 한층 더 확대한다. 이번엔 유럽을 무대로 수소경제와 미래차 시장 선점에 나섰다. 앞서 제너럴모터스(GM)와 북미권을 중심으로 포괄적 협력을 맺은데 이어 글로벌 보폭을 한층 과감하게 가져가는 모습이다.특히 GM과의 협력이 내연기관 및 전기차 등 현재 판매가 활성화된 완성차에 집중해 공동 개발 및 생산 등 효율성을 강조하는 차원이라면 이번 스코다 일렉트릭과의 협력은 한차원 더 먼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수소전기차를 비롯한 수소경제 전반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포괄적 협력을 맺었다.
◇유럽시장에서 미래차 한걸음 더 나아가는 현대차
현대자동차는 20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서 스코다그룹 산하 스코다 일렉트릭(Škoda Electric)과 ‘수소 경제와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Collaborate on Joint Establishment of Hydrogen Advancement)’ MOU를 체결했다.
이날 체결식에는 현대차 글로벌상용&수소사업본부 켄 라미레즈 부사장, 스코다 일렉트릭 자로미르 실하넥(Jaromír Šilhánek) CEO 등이 참석했다.
스코다 일렉트릭은 1895년 설립된 체코의 대표 기업 스코다(Škoda)그룹의 그룹사 중 하나다. 친환경 교통수단을 전문적으로 개발 및 생산하는 기업이다. 주로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지역을 대상으로 트롤리(전기)버스, 수소버스 등 친환경차와 전기 추진·제어 시스템(버스, 트램, 기관차 등) 등을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와 스코다 일렉트릭은 이번 MOU를 계기로 두 회사가 가진 기술과 제품의 융합을 통해 수소 연료전지 기술의 발전과 친환경 차량 시장의 확대를 도모한다. 또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의 수소 사회 조기 전환에 힘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협력 분야는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및 기술 관련 헙업 및 공급 ▲모빌리티 프로젝트 및 제품의 효율적인 에너지 솔루션 적용을 위한 연구 ▲모빌리티 이외의 수소 생태계 및 밸류체인 기회 모색 등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현대차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활용한 스코다 일렉트릭의 모빌리티를 확대하는 등 각자의 기술과 제품의 강점을 결합해 수소 모빌리티 밸류체인 구축에 힘을 더한다는 목표다. 또 양사는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로 연료전지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현대 웨이 2030’ 수소경제 정조준…유럽서 첫 도약
현대차가 그리는 미래성장의 한 축은 수소경제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상용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가장 활발히 시장이 개척된 곳은 유럽이다. 유럽은 에너지 부족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에너지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수소경제는 현대차가 지난 8월 밝힌 ‘현대 웨이 2030’의 핵심 주제다. 판매량 확대에 이은 두 번째 상세 전략으로 현대차가 제시한 ‘모빌리티 게임체인저(Mobility Game Changer)’의 한 축을 담당한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에 더해 SDV(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진화하는 자동차)와 자율주행 기술력, 수소를 메인으로 한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으로 장기적인 미래를 그리고 있다.
수소 에너지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에너지 모빌라이저(Energy Mobilizer)’ 전략의 핵심이다. 미래 에너지 패러다임이 수소로 전환되는 시기에 준비된 에너지 사업자로서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전략에 현대차는 5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체코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한 좋은 전진기지다. 체코는 EU의 일원으로 지속가능한 교통 체계를 구축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2020년 ‘친환경 모빌리티 국가 계획(National Action Plan for Clean Mobility)’을 수립하고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체코 정부는 2030년까지 4만~5만대의 수소전기차를 보급한다. 또 현재 6개소에 불과한 수소충전소를 2025년까지 12개소, 2030년까지 40개소까지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1년에는 ‘국가수소전략(The Czech Republic’s Hydrogen Strategy)’을 발표하고 ▲저탄소 수소 생산 ▲저탄소 수소 활용 ▲수소 수송 및 저장 ▲수소 기술 등 4대 중점 분야를 지정해 체코의 탈탄소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현대차는 올해 초 CES에서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 ‘HTWO’를 공개한 이후 수소 관련 실증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자생존 위협받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합종연횡으로 승부수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은 차츰 협력 범위를 넓히는 쪽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완성차 개발과 생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지역별로 혹은 상품별로 필요하다면 경쟁사와도 협력할 수 있다는 원칙을 보여줬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최근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중국 완성차 브랜드들의 공세가 있다. 전기차 생산량 글로벌 1위는 이미 중국 브랜드들이 차지했다. 기술력 격차도 좁혀졌고 개발과 생산비용은 현저히 낮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빠른 변화에 현대차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현대차와 GM은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앞으로 신차를 공동 개발·생산하고 친환경에너지 사업을 함께 벌이기로 했다.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 회사와 포괄적 제휴를 맺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미래 시장 선도를 위해 합종연횡을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차와 GM의 협력이 강력한 형태의 ‘얼라이언스’(동맹)로 진화한다면 글로벌 완성차 1위로 단숨에 올라설 수있다. 2023년 현재 판매량에서 현대차는 세계 3위, GM은 세계 5위다. 양사의 판매량을 합산하면1349만대로 글로벌 1위인 일본 도요타(지난해 판매량 1123만대)를 단숨에 뛰어넘는다. 그만큼 현대차와 GM의 동맹은 세계 완성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이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현대차는 이번엔 협력의 범위를 수소경제와 미래차로 넓혀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었다. 무대도 북미에서 유럽으로 확장했다. 그만큼 전방위적으로 미래지속성장을 위한 투자와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또 다른 측면에선 생존을 위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평가된다.
◇협력 초기단계…동맹으로 확대될까
다만 이번 스코다 일렉트릭과의 협력은 GM과의 협력과는 긴밀함의 정도나 협력의 범위가 깊지는 않다. 협력에 직접 나선 주체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서 켄 라미레즈 부사장으로 직급이 낮아졌고 그만큼 책임과 권한도 많이 낮아졌다. 이에 따라 협력의 범위 자체가 공동 기술 개발 및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판매를 위한 협력 등으로 국한되는 모습이다.
이는 아직 초기단계인 수소경제 및 수소전기차 등 미래차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지 모르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책임과 의무, 협력 범위를 느슨하게 가져가는 만큼 탄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변동성이 큰 미래차 시장에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민첩성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글로벌상용&수소사업본부 켄 라미레즈 부사장은 “스코다 일렉트릭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체코의 탄소중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현대차의 연료전지기술과 스코다 일렉트릭 모빌리티 간의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수소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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