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합병 '승부수']3조 RCPS, 합병법인 아닌 신설지주가 떠안은 이유는'E&S 시티가스'가 재발행…ESG 투자 확대 중인 KKR 요구 가능성
정명섭 기자공개 2024-09-27 07:21:23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5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과정에서 또 하나의 관심사는 과거 SK E&S가 발행한 약 3조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처리였다.RCPS 보유자인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합병안에 반대해 상환을 요구한다면 현금흐름이 막혀 통합 SK이노베이션의 재무개선과 배터리 사업을 지원하는 합병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SK E&S가 당장 RCPS를 상환할 현금을 보유한 것도 아니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그간 RCPS 발행 취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KKR과 논의 중이며 합병법인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SK그룹은 당초 KKR의 동의 없이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을 결정했다. 다행히 큰 틀에서 RCPS를 유지하는 데에는 KKR과 합의했다.
양사 합병 계약서상 선행조건에 "합병기일인 11월 1일 전까지 RCPS를 전부 상환하거나 감자한다"는 조항이 담긴 이유다. 계약 당사자를 바꾸려면 RCPS를 재발행해야 해 계약서상 해당 조항을 넣은 것이다.
다만 RCPS 현금 상환 시 보장수익률을 7.5%에서 9.9%로 상향하고 1500억원의 중간 배당을 해주는 조건 등이 붙었다. KKR의 동의 없이 합병이 진행되기 어려운 만큼 SK 측은 KKR에 당근책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다.
오는 11월 1일 합병법인 출범 전에 RCPS를 소멸하고, 합병법인 산하의 중간지주사를 신설해 RCPS 계약을 새로 맺는 방법도 KKR과 동의 하에 추진됐다. 중간지주사는 SK E&S가 최근에 설립한 'E&S 시티가스', 'E&S 시티가스 부산'이다. 두 회사 산하에는 합병법인 출범 시기에 맞춰 코원에너지서비스, 강원도시가스 등 7개 자회사가 나눠 배치된다. RCPS 발행 당시 기초자산이 된 도시가스 기업들이다.
RCPS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 부채로 잡힌다. 이에 RCPS가 통합 SK이노베이션에 부채로 인식돼 파생 관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었다. 그러나 SK E&S의 RCPS는 회계상으로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된다. 상환청구권이 SK E&S에 있어서다.
재무건전성 해소가 주요 과제 중 하나인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 합병법인 명의로 RCPS를 재발행하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다. 그럼에도 별도의 중간 지주사를 RCPS 발행 주체로 내세운 건 KKR의 요구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KKR의 펀드 운용전략 중 하나는 ESG 투자 확대다. 실제로 KKR은 2021~2022년에 SK E&S와 RCPS 계약을 맺은 당시 배경에 대해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K E&S는 자금조달 당시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수소 사업 등 친환경 사업 투자를 조달 목적으로 내세웠다. KKR이 정유·석유화학 사업이 주력인 SK이노베이션보다 SK E&S에 투자한 이력을 유지하고 싶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최종 관문은 KKR에 인수금융을 댄 대주단을 설득하는 작업이다. RCPS 계약 주체가 SK E&S에서 합병법인 산하의 신설 지주사로 바뀌면서 대출과 관련한 모든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
대주단의 동의를 받지 못하면 양사 합병은 무산될 수도 있다. 현재 대주단 설득 작업은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가온그룹, ESG보고서 발간 지속가능경영 박차
- SK스퀘어 경영진 성과금, NAV 할인 개선폭 따라 준다
- 미래에셋생명 변액보험, '일석삼조' 재테크 상품
- 비브스튜디오스, AI 포토부스 '스냅파이' 기술력 선봬
- [렉라자 주역 ‘오스코텍’의 지금]자회사 제노스코가 갖는 의미, 상장은 득일까 실일까
- 대웅제약, 막강한 '신약효과'의 명암 '개발비 손상 확대'
- [Company Watch] 인력재편 끝낸 케이엠더블유, 6G 대비 '선택과 집중'
- [LG그룹 인사 풍향계]위기의 LG화학, 신학철 부회장 역할 남았다
- [LG그룹 인사 풍향계]LG엔솔, 임원 승진 역대 최소…김동명 대표, '유임 성공'
- [현대차그룹 CEO 성과평가]이규석 현대모비스 사장, ‘전동화·전장·비계열’ 다각화 통했다
정명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기본에 충실한 SK가스…'경영성과' 반전 필요
- [SK그룹 인사 풍향계]'그림자 참모' 있는 곳엔 굵직한 변화…다음 행보는
- [2024 이사회 평가]주력사업 부진한 HS효성첨단소재, 독립성·다양성 개선 시급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더 악화할 '미·중 패권 갈등'이 기회
- [LG그룹 인사 풍향계]'안정 속 변화'에 무게…부회장 승진 인사 주목
- [재계 트럼프 연결고리]트럼프 1기 인사 영입한 LG…측근 지역구 대규모 투자 인연
- SK이노 'O/I' 추진 조직 신설, 내실 경영 속도전
- [SK 이사회 2.0 진화]거버넌스 체계, 이전과 어떻게 달라지나
- [2024 이사회 평가]OCI홀딩스, 안정적 육각형…자본효율성에도 '저평가'
-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세기의 이혼' 대법 본격 심리, 핵심 쟁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