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밸류업 점검]밸류업 지수 편입에 배당매력 부각...제도 개선도 기대요인⑤자사주 소각 없지만 실적 호조에 높은 배당 기대치...준비금 적립 부담은 변수
강용규 기자공개 2024-09-30 12:46:26
[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공개하는 기업들이 속속 나타나는 가운데 현대해상은 아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시장과 공유하지 않았다. 검토마저도 신중한 모습이다. 현대해상의 기업가치 평가에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6일 15:0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해상은 그간 자사주를 소각한 사례가 없다. 2021년부터는 자사주의 매입조차 실행하지 않은 채 배당만을 지속하고 있다. 주가가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기는 했으나 아직 밸류업 계획을 별도로 시장과 공유하지 않은 만큼 향후 주주환원 활동의 방향성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그러나 적어도 올해의 주주환원만 놓고 볼 때 현대해상은 투자자들의 큰 기대를 받는다. 그간 흔들림 없이 유지해 왔던 배당성향 관리 정책과 올해 실적 호조가 맞물려 높은 배당수익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국이 추진 중인 제도 변경이 현대해상의 주주환원 활동에 ‘뒷바람’이 될 여지도 있다.
◇기준 미달에도 밸류업 지수 편입, 원동력은 수익성·배당
현대해상은 최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 지수’의 100개 구성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KB금융이나 하나금융지주 등 시가총액이 더 높은 대형 금융지주를 제치고 지수에 포함된 금융주 10종목 중 하나로 선정됐다.
거래소는 △시장대표성(시가총액 상위 400위 이내) △수익성(최근 2년 연속 흑자 또는 2년 합산 손익 흑자) △주주환원(최근 2년 연속 배당 혹은 자사주 소각) △시장평가(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내 상위 50%) 등 요건을 충족한 기업들 가운데에서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높은 순서대로 100개 종목을 선정했다.
이와 같은 요건들이 절대적 기준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현대해상의 경우 올 상반기 말 기준 PBR이 전체 상위 50%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거래소는 양적 평가 이외에도 시장 영향이나 올해 실적 등 별도의 질적 평가도 고려 대상이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현대해상은 이 질적 평가를 통해 지수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 현대해상이 높은 이익 창출능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질적 평가요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2024년 상반기 감독회계상 순이익 8330억원을 내 반기 실적 신기록을 작성했다. 배당과 직결되는 일반회계상 별도기준으로도 8330억원으로 수치가 동일하다.
현대해상은 20년 넘게 별도기준 순이익 20% 이상의 배당성향을 유지해 왔다. 올해 수익성이 좋다는 것은 결산배당의 기대치 역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10년 기준으로 현대해상이 가장 많은 금액을 배당한 것은 지난해의 총액 1618억원이었다. 당시 별도기준 순이익은 8057억원이었으나 올해는 반년 만에 이를 넘어섰다.
◇배당여력 잠식하는 법정 준비금, 적립 부담 완화될까
일반기업과 달리 보험사의 이익잉여금 활용에는 해약환급금 준비금이라는 추가적인 제약 요소가 있다.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일괄적인 계약 해지에 대비해 보험사가 축적해야 하는 금액으로 이익잉여금에 포함되지만 배당재원으로 활용할 수는 없는 법정 준비금이다.
작년의 경우 현대해상은 8057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반면 해약환급금 준비금은 2022년 말 대비 1815억원 감소했다. 준비금 적립의 부담이 완화됐던 만큼 배당총액을 늘리는 데 따르는 부담이 크지 않았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현대해상은 올 상반기 말 기준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4조2187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7963억원 증가했다. 상반기 순이익 8330억원 중 대부분이 사실상 배당 불가능한 준비금으로 이미 적립됐다는 의미다. 이대로라면 투자자들의 높은 배당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다만 현대해상의 연말 기준 주주환원 여력이 현 시점의 예상치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현 제도상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해약환급금 준비금의 규모를 줄여 보험사로부터 거둬들이는 법인세수를 확대하는 동시에 보험사의 주주환원 강화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와 당국은 금융감독원의 자본적정성 권고 기준인 지급여력비율 150% 이상을 유지하는 보험사에만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현대해상은 올 2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이 169.7%로 잠정집계돼 기준을 상회하고 있다. 이익 창출능력에 기반한 자체 자본확충 역량을 고려할 때 제도 개선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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