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50년 비포&애프터]32년 D램 1위 무너뜨린 HBM, 경쟁은 이제부터③주도권 잡은 SK하이닉스, 캐파·파운드리 보유 '이점' 살려야 뒤집기 가능
김도현 기자공개 2024-10-07 13:02:48
[편집자주]
삼성의 몸통으로 여겨지는 반도체 사업이 50주년을 맞았다. 오너가의 도전적인 결단과 전폭적인 지지로 그룹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으로 거듭났다. 미국과 중국의 고래 싸움에서 살아남게 한 버팀목이 되기도 했다. 그랬던 삼성 반도체가 전례 없는 위기다. 새 먹거리인 파운드리는 물론 주력인 메모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다만 한편에선 과도한 우려라는 평가도 나온다.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분투 중인 삼성 반도체의 현주소와 미래를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4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1993년 세계 D램 시장 1위를 차지한 뒤 30년 넘도록 한번도 선두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대만 등의 여러 업체가 사라지고 약해지는 와중에 삼성전자는 항상 꼭대기에 위치했다.철옹성 같던 삼성전자 D램에 금을 가게 한 건 고대역폭 메모리(HBM)다. 단순히 경쟁사의 추격을 받는 것을 넘어 왕좌를 내줘야 할 위기에 놓였다. 문제는 HBM을 이루는 일반 D램까지 밀리는 양상이 나타난 점이다. 초유의 비상사태를 맞이한 현재보다 미래가 더 걱정되는 배경이다.
부정적인 평가만 있는 건 아니다. 수십 년간 정점에 있던 삼성전자의 저력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좋은 분위기는 아니나 충분히 회복할 능력과 여력이 삼성전자에 존재한다는 믿음에서다. '6세대 HBM(HBM4)'이 승부처로 꼽힌다.
◇가까운 듯 먼 엔비디아 '고지가 보인다'
여러 개의 D램을 쌓아올려 만드는 HBM은 인공지능(AI) 가속기와 짝을 이루면서 급부상한 제품이다. 개별 D램 성능과 적층 기술이 핵심 가치로 꼽힌다. HBM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뒤처진 요인이 두 영역이라는 의미다.
삼성전자가 HBM에 잠시 손을 놓았기에 적층 노하우는 그렇다 해도 D램 경쟁력이 저하된 부분이 치명적이다. 미세공정에서 매번 우위에 있던 삼성전자가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등 기본 지표에서 밀렸다는 건 자존심을 크게 구긴 일이기 때문이다.
5세대 HBM(HBM3E) 원재료가 쓰이는 10나노급 5세대(1b) D램에서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서면서 엔비디아 HBM3E 물량이 조기 선점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가 HBM4에 활용할 6세대(1c) D램 역시 SK하이닉스가 세계 첫 개발에 성공하면서 차세대 대결에도 먹구름이 낀 상태다.
삼성전자로서는 엔비디아의 HBM 공급망에 진입하는 것이 급선무다. 당초 상반기 말이면 품질 검증(퀄테스트)을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도 기대감을 높였다가 결국 10월이 됐다.
다만 최근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 방문해 HBM 관련 실사를 수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퀄테스트 종료 시점이 다가왔음을 예고했다. 이는 전용 라인 및 제품을 점검하는 절차로 통상 이를 무사히 끝내면 최종 승인에 다가선 것으로 본다.
지난달 SK하이닉스가 12단 HBM3E 양산에 돌입하면서 한번 더 치고나가면서 삼성전자를 향한 우려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번 실사로 8단 및 12단 HBM3E 납품이 본격화한다면 걱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HBM3E 공급에 들어간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건 아니다. 이미 SK하이닉스가 1차 벤더 지위를 굳힌데다 마이크론이 2차 벤더로 합류한 만큼 삼성전자에 많은 물량이 할당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엔비디아와 거래를 텄다는 사실 자체가 추후 확장 가능성이 키워주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부터 적용될 HBM4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HBM3E의 경우 늦은 측면이 있어 납품에 의의를 두고 HBM4에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테이프아웃(팹리스가 파운드리에 도면을 넘기는 단계) 등 주요 일정이 2~3개월 정도 빠르긴 하나 삼성전자 특유의 생산능력(캐파) 등을 앞세워 공략하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1c D램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려야 한다. SK하이닉스는 HBM4에서 1b D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잘만하면 추격 또는 역전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또한 SK하이닉스는 HBM4부터 TSMC와 협업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가 힘을 모은다. 이론상 삼성전자가 속도감 있게 전개할 수 있는 구도다.
◇'넥스트 HBM' CXL·PIM 주도권 잡는다
삼성전자는 다음 스텝도 준비 중이다. 잠재력이 풍부한 '컴퓨트 익스프레스링크(CXL)'가 대상이다.
CXL은 2019년 등장한 개념으로 메모리 채널과 다른 장치를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고속 인터페이스를 일컫는다. 구체적으로 컴퓨터 시스템 내부에서 다양한 컴포넌트 간에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기 위한 기술이다. 중앙처리장치(CPU)와 함께 사용되는 가속기, 메모리, 저장장치 등을 연결하는 것이 특징으로 '확장성'에 최대 장점이다.
기술적인 완성도가 일정 수준에 올라오면 HBM은 물론 메모리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품목이다. 시장조사기관 욜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CXL 시장은 2023년 1400만달러(약 187억원)에서 2028년 150억달러(약 2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중 CXL D램이 80%(약 16조원)를 차지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021년 업계 최초로 CXL 기반 D램인 'CMM-D램'을 개발한 바 있다. CXL도 1.0~1.1~2.0로 세대교체가 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인텔, AMD 등과 손을 잡고 주도하는 흐름이다. 내년 상반기 CXL 2.0용 CPU가 출시되면 삼성전자도 전용 메모리 제작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도 삼성전자의 기대주다. PIM은 D램에 연산이 가능한 프로세서 기능을 더한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HBM와 PIM을 더한 HBM-PIM을 선보이기도 했다. 앞서 AMD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해당 제품을 탑재하는 등 경쟁사 대비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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