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풍향계]파두·이노그리드에 주춤한 NH·한국...삼성, 최대 '수혜자'거래소 집중심사로 일부 예비상장사 '기피'...삼성,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빅딜 줄줄이 대기
손현지 기자공개 2024-11-01 08:14:40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0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증권은 투자은행(IB)업계에서 올해 기업공개(IPO) 딜 수임을 가장 많이 따낸 하우스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전통 강자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파두·이노그리드 사태 등으로 논란을 빚은 가운데 IPO 주관시장 틈새를 파고드는데 성공한 것이다.특히 내부 약점이었던 '빅딜' 주관 수임을 꿰찼다는 점이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삼성증권 주식자본시장(ECM)은 지난 2022년 수산인더스트리, 쏘카를 마지막으로 코스닥 딜 위주로 집중해왔다. 하지만 작년말부터 롯데글로벌로지스, DN솔루션즈, 메가존클라우드, 리벨리온 등 굵직한 딜에서 승전보를 울리며 내년 IPO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NH·한국 빅딜 주관 수임 주춤…이득 본 삼성
삼성증권은 올 한해 IPO 딜 수임 집계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연초부터 테라뷰, 세미파이브, 서울로보틱스, 파스토 등 다수의 딜에서 대표 주관 지위를 따냈다. 특히 비바리퍼블리카(토스)와 DN솔루션즈, 메가존클라우드 등 조단위 기업가치가 예상되는 기업들의 주관계약을 쟁취해 주목받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는 주요 딜 주관경쟁에서 미래와 삼성의 활약이 두드러졌다"며 "미래에셋은 원래 한국·NH와 함께 전통 IPO 빅3강자로 평가되지만, 삼성증권의 선전이 눈에 띌 수 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도 그럴것이 삼성증권은 앞서 코스피 IPO에선 그리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하우스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 2022년 7월 수산인더스트리(대표주관) 이후 코스피 딜을 주관한 이력이 전무했다. 뒤이어 그해 8월 쏘카의 공동주관사로 상장을 도운 적이 있긴 하지만 대표 주관사는 아니었다.
IB업계에선 올해 삼성증권이 주관계약을 따낼 수 있던 비결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신뢰약화를 꼽는다. 한국거래소 상장심사팀은 작년 파두 사태 이후 NH증권과 한국증권 하우스가 주관을 맡은 기업의 상장예심을 유독 깐깐하게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다보니 상장 일정을 촉박하게 잡은 기업들은 애초부터 두 하우스를 배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는 후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예비상장사들은 주관 딜 역량을 판단할 때 거래소의 심사 장벽을 얼마나 잘 넘을 수 있을지도 보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지니고, 글로벌 마케팅 역량까지 뛰어난 삼성증권이 급부상해 유력후보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올한해 외국계 기업 IPO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영국 소재 법인인 테라뷰,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미박스, 미국계 반도체 팹리스 회사인 포인투테크놀로지 등 3곳 해외 기업과 주관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외국 기업의 국내 상장이 2021년 이후로 전무했던 만큼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올해 유독 반도체·테크기업 IPO 딜 주관경쟁이 많았다는 점도 삼성에겐 유리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반도체 디자인 하우스 세미파이브, 반도체 팹리스 회사인 포인투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기업들의 IPO 파트너 지위를 따내면서 경험치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반도체 스토리지 전문기업 엠디바이스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IPO 다크호스 급부상…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내년초 상장 줄줄이 대기
IB업계에선 삼성증권이 내년 IPO 주관 순위 톱3 대열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롯데글로벌로지스, DN솔루션즈 등 빅딜 주자들이 내년 연초 상장을 목표로 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작년 수요예측에서 고배를 마셨던 서울보증보험도 내부 기업가치 제고 컨설팅까지 받으며 IPO 전략을 새로 수립하고 있어 흥행 기대감을 높인다.
위의 세개 기업들의 상장이 가시화된다면, 삼성증권은 내년 초에만 빅딜 레코드를 연달아 쌓게되는 셈이다. 이외에도 올해 주관계약을 따낸 세미파이브, 서울로보틱스, 포인투테크놀로지, CTR 등도 빠른 시일 내에 상장 절차를 개시할 것으로 관측돼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메가존클라우드, 리벨리온, 비나우 등은 오는 2025~2026년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IPO 절차도 점차 빨라지고 있다. DN솔루션즈와 롯데글로벌로지스 등도 주관계약을 맺은지 1년도 안된 상황에서 상장 절차를 개시한 케이스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작년 10월, DN솔루션즈는 지난 4월 삼성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정했다.
물론 다음 딜 수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유의미한 트랙레코드를 쌓는 것이 중요하지만, 내부 IB조직의 분위기는 고취된 상태로 알려진다. 삼성증권은 올해 이기덕 본부장이 캐피탈마켓본부를 이끌면서 ECM조직을 4개로 세분화해서 운영 중이다. ECM1팀(김민호 팀장), ECM2팀(최유리 팀장), ECM3팀(고영완 팀장), ECM4팀(김성민 팀장) 등은 각 섹터별 전문성을 키우며 IPO 역량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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