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4]하나은행 호찌민, 차별화된 '지분 투자' 전략①1등 상업은행 BIDV 지분 15% 인수, 외형 확대·조달 안정화 '성공'
호찌민(베트남)=김서영 기자공개 2024-10-23 12:54:26
[편집자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본점 지원의 성격에서 벗어나 현지화에 집중하는 단계를 거쳐 IB 부문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을 가리지 않고 '기회의 땅'을 찾아나서고 있다. 은행에 치우쳤다는 한계 역시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전략이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1일 15: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이 베트남에서 다른 한국계 시중은행과 다른 행보를 보여 주목 받았다. 타 은행은 법인 형태의 현지 은행을 설립해 현지화 전략을 추구한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법인 전환에 나서기보다 현지 상업은행에 대한 지분 투자를 단행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을 펼쳤다.현지 상업은행 지분 투자를 통해 지분법평가이익 등 이익 창출을 추구하며 수익성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하나은행은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가 기업 고객에 집중해 영업 범위를 넓혀 나가겠단 구상이다.
◇기업금융 '포커스', 연평균 이익 성장률 24%
하나은행이 베트남에 진출한 건 지난 2007년이다. 남부 경제도시 호찌민에 사무소를 설치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15년 4월 호찌민사무소를 호찌민지점으로 승격해 지금까지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호찌민지점에는 주재원 4명과 현지 직원 36명 등 모두 4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호찌민지점은 한국계 기업을 포함해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하는 현지 기업에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들에 투자 상담이나 여수신, 외환 등 전반적인 은행 업무를 수행한다. 지점 전환 2년 만인 2017년 흑자 전환을 한 이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호찌민지점 관계자는 "한국계 은행지점(FBB) 중 최초로 로컬기업 사모사채 인수, 신디론 주선, CD 발행, FX 스와프 대고객 업무 개시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며 "작년 말 기준 영업이익 1000만달러를 시현해 최근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은 24%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현재 호찌민과 하노이 등 베트남 전역 내 2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 금융에 집중하는 게 핵심 영업 전략이다. 기업 고객 유치에 집중해 영업 범위를 넓혀 간단 구상이다 한국계 지상사에 국한하는 게 아니라 해외 현지 기업과의 거래를 통해 자산 증대와 수익 구조 다변화를 꾀한다.
호찌민지점 관계자는 "한국계 기업은 물론이고 해외 현지 기업과 거래를 확대하며 신디론에 참여하고 현지 은행과 협업을 하며 자산을 늘리고 있고, 대고객 FX 스와프를 추진해 수익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고 있다"며 "작년 말 기준 대출자산 규모는 2억3700만달러로 최근 5개년 연평균 성장률이 15%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제3의 선택' BIDV 지분 15% 인수, 효과 '톡톡'
베트남에서 하나은행이 주목받는 이유는 차별화된 전략 때문이다. 통상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시중은행은 사무소에서 지점, 그리고 법인 전환이 목표다. 법인으로 전환하면 매년 3~4개의 지점을 추가로 열 수 있어 영업망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
호찌민만 하더라도 외곽에 8개의 산단이 포진해 있다. 해당 산단에 지점을 낸다면 공격적으로 영업할 수 있어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현재 베트남 금융당국은 한 국가당 2~3개 법인만 보유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신규 라이선스 취득이 어려운 상황이다. 법인 형태로 진출한 한국계 시중은행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뿐이다.
하나은행은 법인 전환이 아닌 '제3의 선택'을 내렸다. 지난 2019년 7월, 호찌민지점 설립 4년 차에 베트남 자산규모 1위 은행 BIDV(Bank for Investment and Development of Vietnam)의 지분 15%를 인수해 외국인 전략적 투자자 지위를 취득했다. 당시 하나은행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베트남 내 은행 업무를 확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하나은행은 BIDV 1조2730억원에 지분 15%를 인수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는 한국계 시중은행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지분 투자였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베트남 내 외국계 및 현지은행 약 90여개의 은행이 경쟁 중인 가운데 한국계 기업의 해외직접투자(FDI) 감소세로 한국계 지상사만으로는 외형 확대를 지속하기 어렵다"며 "BIDV와의 협업을 통해 영업 기회를 공유하고 글로벌 딜소싱을 위한 30여개의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통해 우량한 현지 기업에 대한 익스포져를 늘려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하나은행은 동화(VND) 조달 안정성 확보를 위해 BIVD와 동화 커미티드 약정을 체결했다. 지난해 5000억동(한화 약 272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추가로 2000억동(한화 약 109억원)을 증액할 계획이다. 또 로컬법인에 대한 여신 지원을 위해 BIDV로부터 STB LC 담보를 취득하는 신용보강 구조를 활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BIDV 코리안데스트에 직원을 파견해 여수신 거래를 연계했다.
아울러 하나은행은 BIDV에 대한 지분법이익을 인식해 비이자수익을 올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지분법이익은 73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분 투자 이듬해인 2020년 204억원의 지분법이익을 올린 뒤 2021년 1201억원, 2022년 1607억원까지 증가했다. 작년 말에 다소 주춤해 1228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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