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이낸스 2024]기업은행 호찌민, 세 번째 법인 전환 '승부수'①중소기업 대출 규모 1위, 영업이익 240억…김성태 행장, 당국 인허가 요청
호찌민(베트남)=김서영 기자공개 2024-10-25 12:44:27
[편집자주]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본점 지원의 성격에서 벗어나 현지화에 집중하는 단계를 거쳐 IB 부문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을 가리지 않고 '기회의 땅'을 찾아나서고 있다. 은행에 치우쳤다는 한계 역시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전략이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3일 15: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BK기업은행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중 '세 번째'로 법인 전환을 노리고 있다. 한국계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지난 7월에는 김성태 행장이 베트남 총리를 만나 법인 전환을 위한 인허가를 요청하는 등 승부수를 띄웠다.기업은행은 법인으로 진출해 있는 한국계 은행을 제외하고 중소기업 대출 지원 금액 1위를 기록했다. 또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동시에 연체율 0%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까지 이어진 고금리 기조 속 중소기업 고객과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협력하는 등 본연의 역할 수행에 집중하는 중이다.
◇중소기업 대출 규모 '1위', 꾸준한 성장세…MGM 전략 눈길
기업은행은 2005년 베트남에 진출했다. 남부 경제도시 호찌민에 사무소를 열었고 이로부터 3년 후인 2008년 3월 정식 지점으로 승격해 현재까지 약 16년간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호찌민지점은 본국 주재원 7명과 현지 직원 28명 등 모두 35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호찌민지점은 단연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중소기업을 주요 영업 타깃으로 삼고 있다. 중소기업 고객 유치를 위한 핵심 전략은 MGM(Members Get Members) 마케팅이다. MGM 마케팅이란 '고객이 고객을 끌어온다'는 뜻이다.
기업은행 호찌민지점 관계자는 "한국에서 이미 기업은행과 거래 중인 중소기업이 베트남 진출을 계획할 때 현지동향 및 관련 제도 등 다양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한다"며 "진출 초기에 사업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해외투자 기업에 대해 시설자금, 운전자금 등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금융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현지 로컬기업이나 개인을 대상으로 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호찌민지점은 2008년 개점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 7월 말 기준 자산 규모는 4억7000만달러, 한화로 약 6400억원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 규모는 2억4000만달러, 약 3300억원 수준이다. 작년 말 기준 영업이익으로 약 240억원을 시현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호찌민지점 관계자는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현지법인을 제외한 호찌민 내 한국계 은행 중 중소기업대출 지원 금액 1위를 달성했다"며 "이익 규모 또한 최상위 수준이라 평가받으며 이러한 성장세 속 체계적인 여신 심사와 건전성 관리를 통해 연체율 0%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진출 20년, 법인 전환에 가장 적극적
올해는 기업은행의 베트남 진출 20년 차가 되는 해다. 이에 기업은행은 호찌민지점의 법인 전환이란 '승부수'를 띄웠다. 지점에서 법인으로 전환하면 매년 3~4개의 지점을 추가로 열 수 있어 영업망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
호찌민 외곽에만 8개의 산단이 포진해 있다. 해당 산단을 중심으로 지점을 낸다면 공격적으로 영업해 자산을 확대할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 고객에 대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서 법인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베트남 금융당국은 한 국가당 2~3개 법인만 보유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신규 라이선스 취득이 어려운 상황이다. 법인 형태로 진출한 한국계 시중은행은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뿐이다. 기업은행이 법인 전환에 성공한다면 세 번째 현지은행이 된다.
기업은행 호찌민지점 관계자는 "베트남 진출 한국계 중소기업에 대한 원활한 금융 지원이라는 목표로 매일같이 동서남북으로 영업하고 있다"며 "향후 법인으로 전환된다면 현지화를 위한 영업활동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본점에서도 법인 전환을 위한 노력을 쏟고 있다. 올해 7월 김성태 행장은 방한한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 응우옌찌중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 응우옌홍지엔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 등을 만났다. 김 행장은 호찌민지점의 현지 법인 전환을 위 금융당국의 인허가를 요청했다.
베트남 현지법인 설립은 김 행장에게도 중요한 경영 목표다. 지난해 3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까지 글로벌 부문 이익을 두 배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2022년 말 기준 글로벌 부눔 이익은 1260억원 수준이었는데 두 배 수준인 25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뜻이다. 아시아 금융벨트에 속한 베트남과 유럽 시장을 타깃으로 한 폴란드에 각각 법인을 설립하는 게 당면 과제다.
호찌민지점 관계자는 "유망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자산을 확대하되 표면적인 외형성장 보다는 거래하는 모든 기업과 위기 상황을 같이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법인 전환에 성공한다면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란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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