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증권신고서 분석]매입처 이슈 또다른 논쟁, 매도인과의 '특수관계'매입가격 경쟁력이 곧 수익률, 거래 투명성·공정성 동시 확보가 관건
서은내 기자공개 2024-10-29 07:38:15
[편집자주]
미술품의 공동구매, 즉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 하의 제도권 영역으로 흡수되기 시작하면서 점차 수치화된 미술품의 거래 정보들이 증권신고서를 통해 공개되기 시작했다.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이름의 미술품 투자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단계다. 더벨은 해당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주요 3사들의 핵심 노하우와 기초자산 평가 방식, 투자 리스크와 실적 등에 대해 이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바탕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5일 11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계약증권 기초자산의 매입처와 관련해 주목해 볼 또 하나의 이슈는 매입처와 증권 발행사와의 '관계성'이다. 증권 발행사는 기초자산 매도인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신고서에서 밝히도록 요구된다. 몇몇 신고서를 보면 매입처 관련 사항으로 발행사와 특수관계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데에 상당한 양을 할애하고 있다.
◇ 매도인과 이해관계 여부, 거래 투명성·공정성 입증 요구
'관계성'에 대한 검증이 요구되는 배경은 이렇다. 기초자산을 구입하는 증권 발행사와 해당 자산의 매도인(작품 매입처)가 특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 작품 거래의 투명성이나 작품 가격의 적절성 측면에서 의문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는 어느 일방이 공정하지 못한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예를 들어 관계사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면서 매수인 입장에서 '좋은', 즉 저렴한 가격으로 작품을 사들였다는 말은 반대로 보면 매도인 입장에서는 시세보다 싼 가격에 작품을 판매했다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이는 곧 어느 일방이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올해 초 투자계약증권 발행이 막 개시될 당시, 서울옥션블루가 서울옥션 경매에서 취득한 기초자산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발행사(서울옥션블루)와 매입처(서울옥션 경매)가 특수관계를 갖는 사례다. 당시 감독원에서는 서울옥션블루에 매입처 관련 사항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추가할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공개 경매를 통해 작품을 낙찰받았다면 그 경매사가 특수관계인이라고 해도 그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는다"라면서 "다만 관계사를 통해 작품을 구입할 경우 기초자산 매입의 공정성, 투명성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만한 양의 정보를 기재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또 "물론 작품 매입의 투명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가장 최고의 대안은 글로벌 경매사의 경매를 통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부득이한 경우 국내 경매사, 또는 미술품 중개 법인 등으로도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가능하며 그런 경우 관련된 사항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케이옥션 자회사인 투게더아트나 서울옥션 관계사인 서울옥션블루 입장에서는 여러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굳이 계열 경매사에서 작품을 취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고서 정정이 요청되면 증권 발행 지연 리스크도 발생한다. 그렇다고 경쟁회사의 계열 경매사로부터 작품을 매입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 공개경매 활용시 낙찰수수료 추가, 매입가격 경쟁력 확보 관건
기초자산 매입의 이슈는 투자자 보호의 측면만 관련되는 문제가 아니다. 조각투자업체가 얼마나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작품을 취득할 수 있는지의 역량은 향후 투자계약증권의 수익률로 이어진다.
물론 공개 경매를 통한 작품 구입이 매입의 투명성을 입증할 최적의 방식이긴 하나 낙찰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점이 또다른 문제다. 국내 양대 옥션의 낙찰수수료는 17~20% 정도이며 해외 옥션의 낙찰수수료는 15%~26% 수준으로 더 높은 편이다. 해외 거래의 경우 운송 등 추가적인 비용까지 감안하면 매입에 소요되는 비용이 더 늘어난다.
즉 매입 비용이 늘어날수록 투자수익률을 높이기 어려워진다. 매입가격의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즉 작품 매입 거래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입증하기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도 매입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시장에서 상당한 거래 네트워크가 확보돼야 한다.
또 미술품 거래는 미술품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가용 자금이 있다고해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높은 가치를 지닌 작품일수록 구매자가 미술계에서 보유한 신뢰성과 거래 이력이 중요하다. 미술품 거래는 매도인이 작품 매각을 결정할 때 원매자의 자금력이나 구매 의사를 밝힌 선착순이 아닌, 구매자의 이력을 평가한다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결국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매입의 투명성까지 확보하는 것이 증권 발행의 핵심 열쇠인 셈이다. 한 조각투자업체 관계자는 "국내 경매사와 계열 관계가 없는 다른 조각투자사들 입장에서는 국내 경매사를 매입 경로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역으로 증권 발행의 강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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