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티 컴퍼니 리포트]아이디스, 30년 전 AI 공부한 창업자 '체크메이트'②김영달 대표, 박사 시절 지식 습득…CCTV 기술 접목, 해외시장 공격적 확장
최현서 기자공개 2024-10-28 09:11:15
[편집자주]
해킹의 고도화로 개인정보를 비롯해 기업, 정부의 기밀 유출 위협이 커진 시절이다. 특히 이들 정보는 개인뿐 아니라 우리 경제, 안보와 직결된다. 사이버보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보안시장의 성장은 여전히 더디다. 과거 벤처 열풍을 타고 탄생한 보안기업 경우 실적이 주춤하거나 주가가 저평가된 곳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마다의 기술력 강화뿐만 아니라 신사업에도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주요 보안기업들의 현실과 미래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5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퍼지 이론(Fuzzy theory)을 이용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퍼지 추론을 이용하는 것이다. 퍼지 추론에서는 입력과 출력 변수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항으로 변환한 후 실제 입력이 언어항을 만족하는 정도에 따라 정해진 규칙을 점화시켜 추론한다."김영달 아이디스 대표가 KAIST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1993년 그의 은사 이광형 총장(당시 교수)과 함께 발표한 논문의 발췌문이다. 퍼지 이론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지향하고 자연어를 바탕으로 쓰인 용어를 이용해 문제를 푸는 것이다. AI의 토대가 된 이론이다.
김 대표가 박사 과정 중 머리를 싸매며 공부한 분야가 아이디스 해외 영토 확장의 빛이 되고 있다. AI를 결합한 아이디스의 폐쇄회로화면(CCTV)이 무기다. 김 대표는 AI 접목 제품을 정체됐던 해외 매출 확대와 새 시장 개척의 첨병으로 활용하고 있다.
◇KAIST에서 공부한 지식, 첫 제품부터 투입
김 대표의 스승인 이 총장은 국내에서 퍼지 이론의 대가로 꼽힌다. 그런 이 총장의 밑에서 가르침을 받았던 김 대표는 아이디스 창업 전까지 이 총장과 함께 퍼지 이론에 관한 논문을 수차례 썼다.
그로 인해 퍼지 이론은 한때 학계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AI 시대가 도래하며 위상이 달라졌다. AI가 모호한 사람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는 걸림돌이 있었다. 진위를 명확히 구분하기 힘든 개념을 다루는 퍼지 이론은 AI의 바탕이 됐다.
김 대표는 퍼지 이론을 일찌감치 사업에 접목시켰다. 1998년 아이디스의 첫작 'IDR 1016'부터 퍼지 이론이 적용됐다. 녹화된 영상 속에 이용자가 원하는 시점과 조건에 맞는 장면을 찾아주는 기능이었다.
다만 당시 컴퓨팅 파워로는 이러한 기술을 받치기 어려웠다. 영상 속 글자도 처리하기 힘들 정도로 하드웨어가 따라가지 못했다.
김 대표가 전공을 되살리기까지는 약 20년이 걸렸다. 아이디스는 AI 솔루션 'IDLA' 기반이 되는 딥러닝 영상 분석 엔진 'IDLE'을 2017년 발표한다. 1998년 제대로 구현할 수 없었던 영상 검색 기능은 물론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용의자를 찾을 수 있는 기능이 구현됐다. 공간 침입, 배회, 사람 수 등을 자동 분석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김 대표가 30년 전 배웠던 AI 이론이 빛을 발한 셈이다.
◇중국산 AI '백도어'로 인한 수혜 기대
이제는 그 빛이 해외 시장으로 뻗고 있다. 아이디스는 올 9월 아시아 최대 철도망을 운영하는 인도 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다. AI가 마중물이었다. IDLA를 비롯한 아이디스의 AI 솔루션을 역사 내 CCTV에 탑재했다. 3682개의 인도 전 역사에 AI 솔루션을 수주했다.
김 대표는 아이디스를 세울 때부터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었다. 그가 머물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은 CCTV를 폭넓게 보급했기 때문이다. 창업 1년 만인 199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보안제품 전시회에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사업 초창기 아이디스의 해외 시장 전략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선진국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할 때 각국의 상위 10위 이내 업체가 발주한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ODM 방식을 적용했다. 반면 중국, 중남미와 같이 보안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던 국가 대상으로는 직접 생산 제품에 아이디스 브랜드를 붙이는 판매 방식을 택했다.
아이디스 입장에서는 유효한 전략이었다. ODM을 활용한 덕에 해외 지사를 두거나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의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아울러 인지도가 높은 각국의 고객사 상표가 붙어서 팔리기 때문에 매출이 빠르게 느는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직접 판매 전략을 세운 개발도상국 같은 곳들의 경우 해당 시장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 아이디스 인지도 상승 효과를 안겨줄 수 있었다.
아이디스의 해외 전략의 성공은 수치로 증명됐다. 2000년 전체 매출의 50%였던 수출 비중은 점점 증가해 2004년에는 92%까지 늘었다. 2000년대 초반 아이디스의 영업이익률은 평균 20% 이상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진통을 겪었다. 전통 먹거리인 DVR 분야가 꺾여서다. DVR은 아날로그 카메라에 적용된다. 특히 고객사 전략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ODM 사업 쪽에서 대응이 어려웠다. 중국의 영상 보안 업체들이 비슷한 기능의 저가 제품들을 팔기 시작한 것도 아이디스의 해외 매출 비중 하락에 기여했다.
인적분할한 이후인 2011년 창사 이래로 첫 해외 매출 비중이 50% 미만으로 떨어졌고, 이후 2015년에는 그 비중이 30.9%까지 낮아졌다. 총 매출이 줄었음은 물론이다. 큰 출렁임 없이 사업을 이어가던 아이디스의 첫 위기였다.
김 대표가 택한 건 자체 브랜드 판매 집중이었다. 2014년 자체 브랜드 판매 비율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해 미국 지사를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일본에 영업소 개념 사무실을 개소했다. 몽골에도 연락사무소 개념으로 법인을 설치했다.
ODM 방식에서 벗어나면서 고속 인터넷으로 CCTV와 관제 센터를 잇는 'NVR'로의 먹거리 개선도 이뤄낼 수 있었다. 이후 아이디스는 해외 매출의 80%를 NVR로 벌어들이면서 아날로그 중심의 DVR 매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었다. 체질 개선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2015년 426억원이던 해외 매출이 2022년 886억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위기가 발생한 모양새다. 지난해 해외매출은 802억원으로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 해외 매출 감소는 2017년 이후로 처음이다. 지난해 NVR 가격이 2022년 대비 낮아졌기 때문이다.
돌파구로 삼은 게 'AI' 솔루션을 접목한 CCTV다. AI가 접목된 CCTV가 처음 주목받은 때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이다. 최초 확진자 동선을 파악할 때 AI CCTV가 큰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끝났지만 이를 활용해 범죄 예방 도구로 활용하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늘며 활용 영역도 함께 넓어지고 있다.
아이디스 관계자는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에서도 백도어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 중국산을 안 쓰는 문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그런 인식으로 인해 아이디스 제품들을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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