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02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하면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법적 분쟁의 시작이라고 바라봤다. 전속계약이 아티스트의 일방적 선언만으로 해지될 수 없어서다.

뉴진스가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여러 가지 법적 이슈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상표권과 저작권의 문제, 기획업자가 아티스트를 대리해서 광고주와 맺은 교섭과 계약 관계, 정산 구조 등 무엇 하나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결국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문제는 법정에서 최종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뉴진스, 계약 해지 선언에도 활동 강행…상표권·저작권 '불씨'

뉴진스는 지난 29일 오전 김포국제공항에서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 당초 예고했던 사항이다. 뉴진스는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자정을 기점으로 어도어와 전속계약은 해지하지만 계획된 활동은 차질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뉴진스는 “계약 해지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진스는 활동을 멈춰도 문제, 지속해도 문제인 상황에 몰려 있다. 어도어에 일방적으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채 활동을 중단한다면 향후 계약위반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있다. 활동을 이어가더라도 법적 난제가 계속해서 쌓일 수밖에 없다.


송혜미 오페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상태에서 활동한다면 저작권 관련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활동에 따른 대가를 어떻게 정산할지도 복잡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뉴진스가 일본으로 출국하는 건 일본 도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리는 ‘카운트다운 재팬 24/25’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연말 일본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의 실내 페스티벌이다. 다시 말해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상태에서 '뉴진스'로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관련 문제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그룹명이다. 현재 뉴진스가 사용하는 그룹명 New Jeans 상표권의 최종권리자는 어도어다. 즉 카운트다운 재팬 24/25 무대에 오를 때 ‘뉴진스’라는 그룹명을 공식적으로 사용한다면 향후 하이브 등 어도어 측에서 상표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노래와 안무를 실연할 권리가 뉴진스에게 있느냐의 문제다. 일반적으로 아티스트의 곡과 안무의 저작권은 소속사에 귀속되어 있다. 아티스트가 전속계약을 해지하면 자신이 부른 곡을 더 이상 부를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다만 뉴진스는 다를 수 있다. 주요 흥행곡에 뉴진스 각 멤버가 작사가로 참여해서다. 작사가는 저작권자로서 공연권을 인정받는다. 즉 노래 등 저작물을 일반 공중이 직접 보거나 듣도록 공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법적·논리적 모순과 현실적 제약까지, 중첩되는 난체

쟁점은 저작권뿐만이 아니다. 전속계약서상 어도어는 '기획업자'로서 △대중문화예술용역을 위한 계약의 교섭 및 체결 △매체에 대한 출연교섭 △제3자로부터 ‘가수'의 대중문화예술용역에 대한 대가를 수령하고 관리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수령한 대가는 가수에게 정해진 계약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


일본 활동과 광고 등 뉴진스의 활동은 어도어가 ‘뉴진스’를 대신해 광고주 등과 교섭하고 계약을 체결한 결과 성사된 일이다. 이에 따라 광고주는 뉴진스의 용역 대가를 어도어에 지급한다.

만일 어도어가 용역 대가를 뉴진스에게 지급하고 멤버들이 수령한다면 이들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상태에서 계약을 이행하는 셈이 된다. 그렇다고 정산금을 거부하면 무급으로 일을 하는 처지가 된다.

광고주와 별도 계약을 새로 맺는 방법도 있지만 이 경우 법적 부담이 크다. 송 변호사는 “만일 뉴진스가 광고주와 직접 계약을 맺는다면 전속계약 위반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며 “어도어가 뉴진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전속계약 이행을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뉴진스가 어도어의 인프라 없이 당장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단을 마련하는 것도 큰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헤어, 메이크업, 의상 준비부터 차량 등 이동수단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기획업자가 제공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활동해와서다.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를 선언한 상황에서 어도어의 인프라를 사용한다면 논리적으로 모순될 뿐 아니라 법적 논란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여러 일정이 이미 계획된 상태에서 필요한 인력을 즉시 확보해 대체 인프라를 마련하는 일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여부는 법정에서 길고 어려운 공방을 거쳐야 끝이 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뉴진스가 주장하는 사안들이 전속계약 파탄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는 결국 법원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엔터산업에서 전례가 드물고 규모가 큰 만큼, 법원이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원칙에 입각해 판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어도어는 소송과 가능성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어도어는 뉴진스가 기자간담회를 마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어도어와 뉴진스 멤버 간에 체결된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지금이라도 마음을 열고 만나서 진솔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뉴진스가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