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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티켓 파워]3분기 뮤지컬 흥행작, SNS의 힘 빛났다<시카고> 압도적 1위, 대형작 쏠림 심화는 '아쉬워'

이지혜 기자공개 2024-12-03 09:18:44

[편집자주]

공연예술산업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익도, 티켓 판매량도 드러나지 않는다. 정보는 알음알음 한정된 인맥 사이에서만 돌고 정보의 신뢰도나 객관성을 담보할 수도 없다. 정부가 나서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만들고 법을 개정했지만 시장에 만연한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정보의 투명성과 비대칭성 개선은 투자자의 저변을 확대해 산업 성장의 토대를 다지기 위한 제반 조건이다. 이에 더벨은 파편처럼 흩어진 공연예술산업의 데이터를 퍼즐처럼 맞춰 공연의 실제 티켓 파워를 가늠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9일 10: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NS 등 유튜브에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스타의 인기가 티켓 파워로 이어졌다. 올 3분기 뮤지컬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특징이다. <시카고>의 최재림 배우, ‘쥐롤라’ 등이 릴스나 숏츠 등에서 화제가 되며 작품 흥행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 덕분인지 <시카고>는 올해로 17번째 시즌을 맞은 ‘고전’ 뮤지컬인데도 사실상 티켓을 모두 팔아치우는 대기록을 세우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밖에 3분기 뮤지컬 시장의 또다른 특징은 중극장(1000석 미만) 작품도 티켓판매액 상위 10위권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어쩌면 해피엔딩>과 <살리에르>가 대표적이다. 작품성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 97.9% 점유율, 대극장 흥행 전설

29일 더벨이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API 데이터를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시카고>가 올 들어 3분기까지 개막한 작품 중 가장 많은 티켓을 판매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카고>는 6월부터 9월 말까지 141회 공연을 진행하며 총 17만1443장의 티켓을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카고>가 상연된 디큐브링크아트센터 디큐브씨어터의 객석이 1242석인 점을 고려하면 객석 점유율은 97.9%에 이른다. 사실상 쓸 수 있는 좌석은 모두 활용한 셈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가 발간한 'KOPIS 2024년 3분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는 <시카고>의 흥행배경을 놓고 “소녀시대의 티파니 영이 복귀하는 등 올 3분기 스타의 뮤지컬계 유입이 유독 활발했다”며 “최재림 배우의 복화술 영상이 대중에게 회자되면서 작품이 흥행하는 등 릴스나 쇼츠가 뮤지컬의 흥행 공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카고>의 티켓판매 수치는 약 한 달 전 KOPIS 데이터 기록보다 2만장 이상 증가했다. KOPIS 데이터에 전산시스템을 통하지 않은 채 발권되는 전관판매, 단체판매 티켓이 누락돼 시장 정보가 왜곡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신시컴퍼니 자체 예매시스템의 판매매수나 전관판매 등의 티켓매수가 추가로 KOPIS에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신시컴퍼니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일 수 있다. 수치를 고치지 않았다면 자칫<프랑켄슈타인>에게 왕좌를 뺴앗길 뻔 했다. <프랑켄슈타인>은 15만9472장의 티켓을 판매해 2위에 올랐다.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6월부터 8월 말까지 공연했는데 객석 점유율 82%를 기록했다. 3분기 대극장 평균 티켓 가격이 9만4000원(자체 집계)으로 집계된 점을 고려하면 <프랑켄슈타인>의 티켓 판매 수익은 15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영웅>과 <킹키부츠>는 각각 13만여장의 티켓을 팔며 티켓 판매량 기준 3위와 4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티켓 판매량 격차는 불과 2000여장 정도다. 그러나 객석 점유율 차이는 크다. <영웅>은 47.6%, <킹키부츠>는 91.8%를 기록했다.

이는 극장 규모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두 작품 모두 상연횟수는 각각 97회, 85회로 비슷하지만 <영웅>은 객석이 3022석이나 되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상연됐다. 반면 <킹키부츠>는 1242석 규모의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무대에 극을 올렸다.

<킹키부츠>도 SNS의 덕을 톡톡히 본 작품이다. 예경은 보고서에서 “<킹키부츠>도 유튜브에서 이른바 ‘쥐롤라’로 소개되면서 흥행몰이를 했다”며 “대형 뮤지컬들이 릴스, 쇼츠의 인기가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을 검증하면서 기획제작자들이 홍보물 영상을 제작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뮤지컬 제작사의 명가로 손꼽히는 에스앤코도 3분기 흥행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데스타운>을 통해서다. 샤롯데씨어터에서 6월부터 10월 초까지 공연된 이 작품은 11만1950장의 티켓을 팔아치우며 객석점유율 85.1%를 기록했다.

에스앤코는 올 1분기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 <오페라의 유령>을 시작으로 2분기 <디어 에반 핸슨> 등으로 꾸준히 저력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 <살리에르>, 작품성으로 승부 본 중형작품

EMK뮤지컬컴퍼니의 <베르사유의 장미>와 <4월은 너의 거짓말>, 쇼노트의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은 대극장에서 상연되긴 했지만 다른 대형작과 비교해 성과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베르사유의 장미>와 <4월은 너의 거짓말>은 각각 8만5227장, 3만9531장의 티켓을 팔았는데 객석 점유율이 낮은 편이다. 두 작품의 객석 점유유은 각각 58.8%, 49.8%로 손익분기점 60~65%에 못 미친다.


더구나 둘다 초연작이다. 이에 따라 EMK뮤지컬컴퍼니는 티켓 파워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유명 배우를 기용했다. 옥주현씨, 팬텀싱어에 출연한 서영택씨 등이다. 이에 따라 상당한 제작비를 투입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흥행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형작 중 객석 점유율이 가장 낮은 작품은 쇼노트의 <젠틀맨스 가이드: 사랑과 살인편>이다. 작품성은 좋았지만 실험적 시도로 흥행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티켓 판매량은 4만3414장, 객석 점유율은 34.2%다.

9위와 10위에 랭크된 작품은 창작 뮤지컬로 CJ ENM이 만든 <어쩌면 해피엔딩>과 HJ컬쳐가 만든 <살리에르>다. 과거와 미래 등 낯설 수 있는 시대를 배경으로 삼았지만 관객의 보편감성을 자극하며 공감대를 형성한 덕분에 인기를 끌었다. 두 작품은 각각 3만3000여장의 티켓을 판매했다.

다만 객석 점유율은 <어쩌면 해피엔딩>이 훨씬 높다. <살리에르>는 57.7%를 기록한 반면<어쩌면 해피엔딩>은 평균 객석 점유율이 84.5%에 이르렀다. CJ ENM이 공식적으로 밝힌 수치는 94.7% 정도다.

한편 업계에서는 대형작이 견조한 흥행실적을 내는 것을 놓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려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상위 10개 작품, 유명 작품으로만 관객이 쏠리는 현상이 심화해서다. 잘 되는 작품만 잘 되고 중소형 작품은 외면받는다는 뜻이다.

예경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뮤지컬 상위 10개 공연의 티켓 판매액은 전체 시장에서 61.8%의 비중을 차지했다.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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