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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 '태풍의 눈' 언제까지? [thebell note]

고은서 기자공개 2024-12-10 08:34:13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5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 세계 크립토(가상자산) 시장은 거대한 태풍 한복판을 관통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친(親) 크립토 발언이 맞물리며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마치 태풍의 눈처럼 격변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글로벌 크립토 시장이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는 동안 무력감 속에 멈춰 서 있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크립토가 정치·경제적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공화당은 크립토 산업 육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며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 대형 금융사들도 앞다퉈 비트코인 ETF 출시 준비에 속도를 내며 시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반면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2017년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상통화 긴급대책' 이후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보유와 매입, 지분투자가 금지됐다. 규제는 7년이 지난 지금도 변화가 없다. 한국 자산운용사들은 여전히 상품 개발 자체가 불가능한 현실에 놓여있다.

크립토 상품의 출시 여부는 운용사들이 직면한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언제까지 상품 고민만 하고 있어야 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어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크립토 시장이 대외 이슈에 민감한 고위험 자산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내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한때 30% 이상 급락한 것도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근 몇 년간 발생한 가상자산 거래소 파산 사례 등이 시장 안정성에 대한 불안을 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크립토 시장은 한국이 언젠가는 직면해야 할 현실이다.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크립토 ETF와 같은 상품 도입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대세를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서두르는 것은 위험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본질적인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가상자산의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가 선제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일례로 가상자산 ETF를 설계할 때 기존 리스크 관리 모델을 적용하거나 특정 변동성 기준을 초과할 경우 거래를 제한하는 방식 등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이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하면서도 철저한 규제와 감시 체계를 구축한 점은 한국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행 규제를 재검토하고 변동성 관리를 위한 제도적인 틀을 마련할 때다. 태풍의 눈에서 벗어나 한국도 글로벌 시장의 중심에 합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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