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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K배터리 지각변동]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지원책…위기 속 기회는[총론]트럼프 행정부 IRA 혜택 축소 가능성…대중국 견제장벽 반사이익 기대

정명섭 기자공개 2024-12-13 13:01:35

[편집자주]

K배터리의 2025년은 '시계 제로'다. 전기차 의무화에 반대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전기차 보조금 축소, 반친환경 기조 등이 예상된다.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트럼프 2.0' 시대, K배터리에 닥친 리스크와 기업별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1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 수주잔고 1000조원을 돌파해 반도체를 이을 한국의 차세대 산업으로 주목받은 K배터리에 겹악재를 맞이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고금리,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실적 저하를 겪은 데 더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공약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전기차에 제공되는 최대 7500달러(약 1045만원)의 세액공제 혜택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수요 둔화가 당초 전망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북미에서 진행 중인 투자 프로젝트를 추가로 연기하는 등 속도조절에 나섰다.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 견제 강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을 배제하면 중장기적으로 K배터리에게 기회가 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전기차 보조금 축소 가능성...전기차 캐즘 장기화 불가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내년 1월 20일(현지시각)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IRA 수정 방향이다. IRA는 배터리와 핵심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자국에서 제조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한다. 이와 별도로 현지에서 생산하는 배터리에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도 제공한다. 배터리 셀의 경우 1kWh당 35달러의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전자는 소비자 공제, 후자는 생산자 공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올 3분기까지 AMPC로 거둔 합산 영업이익만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AMPC는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IRA 이후 현재까지 LG에너지솔루션은 약 1조원, SK온은 약 2110억원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IRA 세제혜택 권리를 조기에 매각해 현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IRA 권리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은 1973억원이었다.


우선 가장 큰 리스크인 'IRA 폐기'는 현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기제정된 법안을 폐기하려면 의회 상·하원의 동의가 필수다. 상원의 경우 의원 100명 중 60명이 동의해야 법안 폐지가 가능한데 공화당이 얻은 상원 의석수는 53석이다.

하원은 공화당이 220석, 민주당이 215석을 차지했다. 양당의 의석 차이가 5석에 불과하다. 앞서 K배터리 투자를 유치한 지역(조지아·테네시 등)의 공화당 하원의원 18명이 IRA 폐기에 반대 입장을 밝혔는데 이 중 15명이 재선한 점은 IRA 폐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다만 IRA 수정은 행정명령만으로 가능한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세액공제 혜택을 이전보다 줄일 가능성은 있다. 구체적으로는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는 7500달러의 소비자 공제 자체를 줄이거나 핵심 광물과 배터리 부품 요건을 더 엄격히 적용해 보조금 대상 차량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는 실제로 트럼프 정권 인수팀이 폐지를 전제로 검토 중인 사안이다.

소비자 공제가 사라지거나 줄면 미국 전기차 수요 위축이 불가피하다. 이는 주요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생산 감소, 배터리 주문 감소를 의미한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현대차 등의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까지 여파가 번질 수 있다.

이미 전기차 캐즘으로 실적이 꺾인 배터리업계 입장에선 큰 악재다. 올 3분기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59.8%로 1년 전 대비 13.1%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SK온의 공장 가동률은 94.9%에서 46.2%로 줄었다. 배터리 공장의 경우 가동률이 70% 안팎까진 올라야 대체로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3사의 올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1~10월)이 최고치를 기록한 4년 전(2020년 34.7%) 대비 14.5%포인트 줄어든 20.2%를 기록했다.

배터리업계는 이미 현금창출력 저하로 북미 생산설비 구축 프로젝트 속도를 늦추고 있으나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해 추가로 투자를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SNE리서치

◇중국 견제 강도 높이는 트럼프, 미 배터리 시장은 'K배터리' 몫

위기 속 기회요인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 K배터리는 중국의 '전기차 굴기'를 막아줄 우군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일본 파나소닉뿐이다. 파나소닉은 테슬라향 배터리를 주로 취급하는 반면 국내 배터리 3사는 유수의 완성차업체와 모두 공급 계약을 맺은 상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IRA 세제혜택을 축소한다고 해도 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이 배터리 기업들의 주요 무대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중국은 현지 기업 CATL과 BYD가 이미 장악했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경기 침체가 길어져 당분간 전기차 판매량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1~2년 전에 비해 성장세가 꺾이긴 했으나 여전히 내연기관차보다 성장률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통상 정책 중 하나로 최대 보편관세 20%, 대중국 관세 60% 등을 예고한 상황이라 현지에 상당수의 생산설비를 갖추거나 짓고 있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경쟁력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3사가 현재까지 미국에 짓거나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공장은 총 16개(합작 포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유럽이 중국에 대한 견제 장벽을 더욱 견고히 하려면 자국 내의 제조능력을 확대해야 하는데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등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있는 제조 기반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미국이라는 가장 큰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은 (K배터리의) IRA 훼손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IRA 제정 이전부터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에 생산설비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설령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재정적 위기가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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