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12일 08시0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바이오 업계 종사자들을 만나면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비상장사, 상장사, 투자한 VC 등 분야를 막론하고 어렵다는 소리가 나온다. 그 중에서도 곡소리가 가장 높은 곳은 단연 신약 개발사다. 펀딩은 씨가 말랐고 상장은 더 어려워졌다. 상장사도 자금을 모집하기가 여간해선 쉽지 않다.신약. 바이오의 최대 꿈이자 산업의 꽃이 어쩌다 이런 골칫덩이가 됐을까. 처음에는 지나친 희망이 낳은 부작용 정도로 여겼다. 지난 10년간 바이오 시장은 신약 개발의 무모한 믿음이 초래할 수 있는 비극을 여럿 겪었다. 대장 신약개발 바이오텍들이 글로벌 3상 앞에 무너지면서 좀 더 냉철하게 분석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객관적인 수치로 봐도 국내 수많은 신약 개발사들이 모두 잘 되리란 기대는 지나친 희망사항이다. 경험치가 높은 글로벌 빅파마들도 확신할 수 없는 분야가 신약이다. 한국 제약바이오도 경험과 반성이 쌓이면서 나름의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R(Research)에 특화됐던 곳들이 D(Development)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초기부터 임상 전략을 짜고 BD를 활성화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럼에도 국내 신약 개발 바이오텍을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얼어붙는다. 설상가상 정세가 격동에 휘말리며 상장도 녹록지 않다. 올해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신약 개발 바이오텍이 조만간 상장할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포함해 단 3곳에 그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넘어 '신약 디스카운트'가 극심해진 느낌이다. 물론 바이오 업종이 신약 외에도 의료기기, 소부장, AI 분석 등으로 다양화하고 그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건 필요하고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다양화를 넘어 신약개발기업을 터부시하고 힘들거라 말하는 최근의 분위기는 꽤나 안타깝다. 특정 대장주의 개발 실패 사례가 터져서 침체기를 겪었던 과거와도 다르다. 마치 서서히 침몰하는 배를 보는 듯하다.
"어쩌겠어요. 꿋꿋히 버텨서 좋은 성과를 내는 수밖에 없죠." 한 신약 바이오텍 대표가 건넨 말처럼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허리띠를 졸라매고 묵묵히 개발을 이어가는 일이다. 조그마한 성과라도 만들기 위해 소규모 딜을 마다치 않는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꽃이 핀다는 믿음으로 혹한기를 견디고 있다.
분명한 건 신약 개발 성공 사례와 의미 있는 기술수출(L/O)이 점점 늘어간다는 점이다. 두각을 드러내는 신약 바이오텍이 늘어나면서 해외 VC의 관심도 눈에 띄게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하는 시점에 신약 디스카운트까지 매길 것인가. 혹한기에서도 꿋꿋하게 성장하고자 하는 새싹을 독려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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