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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뱅가드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5-01-02 11:17:51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2일 11: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뱅가드(Vanguard)는 인덱스펀드 운용사다. 1971년에 웰스파고가 최초로 인덱스펀드를 선보였지만 뱅가드는 1975년에 인덱스펀드를 대중화시켰다. 뱅가드는 인덱스 구성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대로 펀드 포트폴리오를 채운다. 구글, NVIDIA의 1대 주주다. 따라서 펀드 매니저가 할 일이 별로 없고 사실 고유 의미의 주식투자로 볼 수도 없다. 그래서 운용 비용과 운용 보수가 매우 낮다. 수수료가 낮아지면 수익이 높아진다. 뱅가드의 수익률은 기를 쓰고 운용하는 대부분의 펀드들 보다 더 높다. 그래서 주식투자를 잘 모르는 투자자들이나 연기 금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뱅가드는 지배구조도 독특하다. 뱅가드의 주주는 뱅가드가 투자하는 펀드들이다. 즉, 주주들은 뱅가드가 주주들 자신을 통해 시현하는 수익을 수령한다. 물론 개별 펀드들은 각자의 주주들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개별 펀드의 주주들이 뱅가드의 주주들인 셈이다. 이 구조 의 장점 중 하나는 저렴한 수수료다. 2023년의 경우 0.09%였는데 시장 평균이 0.50%였다.

인덱스펀드 운용사는 특정 종목 회사의 경영 실적과 경영 전략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작다. 나는 작년 한 로드쇼 일정 중에 영국 런던의 씨티에 있는 뱅가드 지사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회의에 나온 직원들이 다른 투자자들에 비해 매우 소프트했다. 다른 어떤 투자회사 의 담당자들이 어려운 질문 세례를 퍼붓던 것과 대조적이었다. 커피 한 잔 같이 하면서 의례적인 보고와 질문, 그리고 환담을 하고 나왔다.

인덱스펀드는 자본시장효율성의 가설에 기반을 둔다. 이 가설에 의하면 주식의 시장가격은 시장에서 공개된 모든 정보를 완전하게 반영하는, 해당 회사의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왜곡되지 않은 예상치다. 여기서 시장사기이론이 나왔다.

이 이론에 의하면 잘 발달된 시장에서 거래되는 증권의 가격은 모든 공개된 정보를 바로 반영한다. 보통의 투자자는 회사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를 면밀히 검토하기보다는 증권의 가격이 회사에 대한 공개 된 모든 중요정보를 반영하고 있다는 ‘가격의 정직성’에 의존해 증권을 취득하고 처분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기업공시자료를 검토할 시간, 돈, 전문성이 없다는 점은 증권법의 제정 당시에 이미 지적되었다. 따라서, 어떤 투자자가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에 증권을 취득하거나 처분했다면 그 투자자가 모든 중요정보에 의존했다는 사실이 추정된다. 그래서 소송에서는 공시를 한 회사(피고)가 여러 가지 부담을 안게 된다.

뱅가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멜번에 본부를 둔다. 필라델피아 서편에 있는데 인구가 4천이 채 안되는 작은 곳이다. 창업자는 존 보글(John Bogle, 1929-2019)이다. 워렌 버핏이 보글의 팬이고 폴 사무엘슨은 보글의 인덱스펀드를 수레바퀴, 알파벳, 인쇄술 다음가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했다. 전성기에 보글은 수입의 절반을 모교인 프린스턴대학교를 포함해 교회, 병원, 그 밖의 여러 사회단체에 기부했다.

뱅가드는 영국 넬슨 제독 함대의 기함 이름이다. 1798년 8월 1일에 이집트의 나일강 하구에서 프랑스 함대를 대파했다. 해전사에 길이 남은 대승이었다. 기존에 사용되던 전술을 벗어난 과감한 시도와 그 전술을 이행할 잘 훈련된 장병들이 승전의 비결이었다고 한다. 런던의 뱅가드 지사 입구에는 당시 해전의 해도가 걸려있고 거기에 그런 역사가 소개되어 있다. 영국 해군의 전 역사를 통해 11척의 전함에 뱅가드라는 이름이 붙었고 1992년에 취역해서 아직도 운용 중인 핵잠수함이 뱅가드다. 다른 3척의 핵잠수함도 뱅가드급이라고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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