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세아 편입 2년 쌍용건설]모기업 자본수혈 밑거름, 주춤했던 '주택사업' 기지개④존재감 회복 노력…리모델링 수주 강화
박새롬 기자공개 2025-01-31 07:22:23
[편집자주]
올해로 창립 48주년을 맞은 쌍용건설은 숱한 난관을 겪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건설업 불황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글로벌세아그룹에 인수된 것도 그 중 하나다.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은 당시 쌍용건설의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룹의 우산 속에서 쌍용건설은 재도약 할 수 있을까. 더벨은 글로벌세아에 인수된 이후 지난 2년간 쌍용건설의 실적·재무 변화를 비롯해 국내와 해외사업 시너지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3일 07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쌍용건설은 글로벌세아에 편입된 이후 개선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주택 시장에서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및 리모델링 사업에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도시정비 수주 확대 노력…서울 진출하고 분양도 늘려
쌍용건설은 지난해부터 서울 지역 도시정비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나섰다. 2023년부터 1년 반 가까이 도시정비사업 수주가 멈췄었지만 지난해 상반기 서울 금천구 시흥5동 모아타운 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시공권을 확보하며 재개했다. 같은 해 11월 시흥5동 모아타운에서 3구역 시공사로 연달아 선정됐다.
올해도 시흥5동 모아타운 다른 구역을 수주할 예정이다. 시흥동 모아타운 일대를 쌍용 '더 플래티넘 타운'으로 조성하고, 앞으로 이곳을 시작으로 서울 내 정비사업지에서도 플래티넘 브랜드의 존재감을 높일 계획이다.
도시정비사업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지역주택조합 신축공사도 지난해 2건 수주했다. 3월에는 782가구, 공사비 2254억원 규모의 전남 담양지역주택조합 공동주택 신축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12월에는 1048가구, 공사비 2700억원의 경기 평택 송화지구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신축공사 도급계약을 맺어 한 해 동안 5000억원에 달하는 지주택 사업을 수주했다.
오랫동안 착공이 미뤄졌던 서울 동대문구 신답극동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도 지난해 말 착공승인을 받았다. 2022년 11월 이주를 완료했지만 조합과 공사비 갈등으로 2년 넘게 첫 삽을 뜨지 못했다. 쌍용건설은 올해 1분기 중으로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공사비 600억원 규모로 1개 동을 신축해 기존 건물에 붙이는 수평증축 리모델링으로 진행된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추진 중인 경기 광명시 철산한신 리모델링도 지난해 6월 광명시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현재 사업계획승인을 위한 동의율 확보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이곳은 1568가구 규모 대단지로 공사비 46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외 대형공사와 국내 공공 인프라 건설에 집중해오던 기조에서 벗어나 국내 민간주택사업에서도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다.
글로벌세아의 유동성 지원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된 가운데, 풍부해진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존에 소홀했던 국내 사업 확대에 힘을 싣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 직후 1500억원 유상증자 대금이 쌍용건설에 들어오면서 자본이 늘고 현금곳간이 넉넉해졌다. 지난해 9월 현금성자산은 1730억원으로 1년 9개월 만에 두 배로 뛰었다.
이를 기반으로 신규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데 소요될 운전자금 부담에 대한 대응 여력이 높아졌다. 글로벌세아는 쌍용건설의 총 차입금 506억원 중 일부 약정에 대해 연대보증을 제공하며 유동성 리스크도 낮추고 있다.
올해는 분양 규모도 늘릴 방침이다. 쌍용건설은 2021년 창원과 부산, 서울 송파구 3건 분양에 이어 2022년 김해와 여수에 소규모 단지 분양을 진행했다. 2023년에는 분양이 한 건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분양도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평택 가재지구와 인천 작전현대, 춘천과 대전 등 4개 단지를 공급했다.
올해 예정된 분양 사업장은 총 12곳에 달한다. 부산 5곳, 전남 1곳이고 경기와 서울도 각각 4곳, 2곳으로 계획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서대문구 홍은동 가로주택정비사업 분양이 11월로 예정돼있다. 올해 착공 예정인 신답극동 아파트도 분양을 진행할 방침이다.
◇리모델링 강자, 과거 명성 회복할까
쌍용건설은 1980~2000년대 '쌍용예가(YEGA)' 브랜드를 통해 프리미엄 주택을 공급했다. 리모델링 사업으로 2006년 방배동 쌍용예가 클래식, 2011년 도곡쌍용예가를 준공하는 등 강남권 위주로 고급 단지를 개발해 명성을 쌓았다. 부산, 대구 등 지방 주요 도시에서도 사직 쌍용예가, 범어 쌍용예가 등 지역의 대표단지를 공급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에 이어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주택사업이 축소되면서 해외사업과 인프라 건설사업에 주력했다. 2018년 10월 새 주택 브랜드로 '더 플래티넘 (The Platinum)'을 출시하며 재도약을 노리기도 했다.
앞서 2021년 서대문구 홍은동 가로주택정비사업을 마지막으로 서울에서 도시정비(리모델링 제외) 수주는 멈췄다. 이후 진출한 지역은 경기, 부산 위주였다.
2023년에 명일 현대아파트 리모델링(835억원)과 부산 연천시장 시장정비사업(834억원)의 도급사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두 건 모두 2022년 하반기에 따낸 공사인 점을 고려하면 2023년에는 신규 수주가 한 건도 없었던 셈이다.
'리모델링 강자'로 불렸던 명성이 옅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리모델링 신규 수주는 2022년 10월 서울 강동구 명일 현대아파트 이후 끊겼다.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장 곳곳에서 갈등이 발생하며 계약 해지 움직임도 높아졌다.
2017년 시공사로 선정됐던 서울 성동구 옥수극동 아파트는 2023년 4월부터 쌍용건설이 대여금 지원을 중단, 지난해 상반기 조합이 시공계약 해지 절차를 밟고 타 시공사를 찾고 있다. 2015년 쌍용·금호 컨소시엄으로 선정된 경기 안양시 평촌목련3단지 우성아파트도 조합과 사업비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이 예상된다.
리모델링 신규 수주가 줄어들며 진행 중인 사업 수도 줄고 있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까지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기로 한 단지는 전국 39곳(컨소시엄 계약 포함)으로 집계된다. 쌍용건설은 9곳이며 그중 옥수극동, 평촌목련3단지를 제외하면 더 적다.
쌍용건설은 그러나 국내 건설사 가운데 리모델링 준공 실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어 저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2007년 국내 건설사 최초 리모델링 준공 사업지인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예가클래식'을 시작으로, 지난해 2월에 준공된 '송파 더 플래티넘'까지 총 5개 단지, 14개 동, 1302가구를 준공했다.
쌍용건설은 2000년 7월 업계 최초로 리모델링 전담팀을 출범했다. 국내 최초로 2개층 수직증축을 비롯해 신설 엘리베이터를 연결하는 지하층 증설 공법, 진도 6.5~7.0까지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 등 다양한 기술로 경쟁력을 키웠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꾸준한 리모델링 사업 수요와 탄탄한 준공실적을 바탕으로 서울 송파 마천동, 영등포구 문래동 등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적극 수주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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