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해외 전초 제재 리스크]상이한 문화·규제 대응이 성패 가른다[총론]글로벌화로 커진 현지 제재 위험…천차만별 규제에 고초 겪는 금융사
이재용 기자공개 2025-02-18 10:58:42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 진출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회사의 진출 의지와 금융당국의 지원이 맞닿으면서 은행 등 금융사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해외 사업 활성화로 수익성이 증대됐지만 비례해 현지 생크션(Sanction·제재) 리스크도 커졌다. 특히 문화와 규제 수준이 달라 금융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에 시장 공략 성패가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제재 현황 등을 들여다보고 리스크 요인인 현지의 문화·규제가 무엇인지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1일 07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 시장 진출은 금융권 화두 중 하나다. 국내 시장의 포화 상태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화를 통한 외연 확대는 필수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 금융당국도 정책과제 중 하나로 금융 글로벌화를 선정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독려한다.외연 확대 흐름 속에서 은행 등 국내 금융사의 국제화 지표 '초국적화지수(TNI)'는 껑충 뛰어올랐다. 이 과정에서 수익성이 확대됐지만 리스크도 커졌다. 특히 다른 문화와 규제 수준에서 기인한 생크션(Sanction·제재) 리스크는 시장 공략의 성패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속도 붙는 금융사 글로벌화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은행의 초국적화지수는 11%다. 초국적화지수는 국제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금융감독원이 2008년부터 도입했다. 전체 자산, 이익 중 해외 점포의 기여도를 측정해 100%에 가까울수록 글로벌화됐다는 의미로 쓰인다.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한 4대 은행의 초국적화지수는 17%까지 올랐다. 스탠다드차타드, UBS, HSBC 등 60%를 웃도는 해외 은행의 초국적화지수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꾸준히 우상향 중이다.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하면 4대 은행의 지수는 13%포인트 개선됐다.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권이 글로벌화에 공을 들인 결과다. 실제 금융사의 현지법인, 지점, 사무소 등 해외점포는 지난 10년간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국제업무국 통계를 보면 금융사의 해외점포 수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469곳으로 같은 기간 85곳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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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국내 시장의 포화상태를 극복하고 회사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한 외연 확대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금융당국도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적극 권장한다. 국내 금융 시장에만 머물러서는 회사의 지속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23년 12대 정책과제 중 하나로 '금융 글로벌화를 통한 금융산업 육성'을 제시하고 해외 진출에 힘을 싣고 있다. 금융산업 글로벌화를 추진할 협의체 금융산업 글로벌화TF를 발족하고 이를 지원할 전담 조직 금융국제화 대응단도 새롭게 구성했다.
실질적인 해외 진출 규제 개선도 이뤄졌다. 역외금융사 투자 및 해외지사 설치 시 사전 신고 의무가 사후 보고로 전환한 게 대표적이다. 동일한 해외 직접투자에 대해 개별 금융업권법에 따라 신고·보고하는 경우 해외진출규정에 따라 신고·보고한 것으로 갈음하기도 했다.
◇활성도에 비례한 수익과 제재 리스크
해외 진출 활성화에 따라 수익성도 증가세다. 금감원의 현지화 지표 평가 결과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2023년 해외점포 순이익은 13억3000만달러였다. 전년 대비 3억4000만달러(3.4%) 증가한 규모다. 총자산은 2101억9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70억5000만달러(3.5%) 늘었다.
다만 활성도에 비례해 현지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받는 처벌도 많아졌다. 금감원이 유동수 의원실에 제출한 국내 은행의 해외 제재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5개의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기업은행)이 받은 제재 건수는 모두 136건으로 확인된다.
해외에 진출할 때 금융사는 우리나라의 금융 규제는 물론 현지 규제도 모두 준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진출 국가별로도 규제 수준과 처벌 기준, 민감한 영역이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테러에 민감한 미국은 자금세탁방지(AML) 이슈를 특히 심각하게 바라본다.
한국계 은행들도 AML 이슈에 곤욕을 치렀다. 농협은행은 2016~2017년 AML과와 은행보안규정(BSA) 시스템 미비로 미국에서 1100만달러의 금전제재를 받았다. 금감원은 AML 업무 소홀로 미국에서 과태료 처분을 받은 농협은행에 기관주의 등 추가 제재를 내렸다.
기업은행은 미국에서 AML프로그램 유지, 운영의무 위반으로 6년간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고 조사를 마친 뒤인 2020년 미국 연방검찰과 뉴욕주금융청에 각각 5100만달러, 3500만달러의 과징금을 내야 했다. 수사당국은 자금세탁방지 컴플라이언스 미비를 문제 삼았다.
인도네시아는 단순 오류 등에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당국 보고 이후 결산 조정 사항 발생 시 데이터를 수정하는 경우 연동된 데이터 수정 내역에도 건당 과태료를 모두 부과하는 식이다. KB국민은행의 인니법인에서 지난 5년간 28건의 제재가 발생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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