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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 대한전선의 '도전' [thebell note]

유나겸 기자공개 2025-03-04 07:59:34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국내 한 전선기업 대표와 미래 먹거리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해저케이블을 주제로 한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한참을 이야기한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해저케이블 시장은 후발주자에게 가혹하다는 것.

대화를 요약하면 이렇다. 해저케이블은 전선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지만 크게 두 가지 리스크가 따른다. 1단계는 비용 리스크다. 수천 톤(t)에 달하는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설비 구축부터 운송까지 막대한 비용이 든다. 하자가 발생하면 배상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이 벽을 넘으면 2단계 수주 리스크가 기다린다. 초창기에 사업을 시작한 LS전선, 프랑스 넥상스 등 네 개 기업이 전체 해저케이블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다. 해저케이블은 유지보수가 까다로운 만큼 발주처는 오랜 기간 거래해온 기업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결국 신생기업이 큰 비용을 들여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수주 기회가 적어 투자금 회수가 어렵다.

그런데 이 리스키한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국내 기업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전선 생산업체인 대한전선이다. 2022년 해저케이블 공장 착공으로 시장 진출을 알렸다. 지난해 1공장 일부 가동을 시작했고 올해 상반기 최종 완공을 앞두고 있다.

진입 초기 '무모한 도전'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전선에겐 명운이 걸린 문제였다. 구조조정과 사모펀드 매각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대한전선은 2021년 호반산업에 인수되며 전환점을 맞았다. 기업이 흔들려도 버팀목이 될 사업이 절실했다. 전선 기업이 늘어나며 기존 포트폴리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을 점찍었다. 해상풍력 발전 등으로 시장 전망이 밝고, 소수 기업이 독점하는 구조상 높은 수익률이 보장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리스크를 기회로 본 셈이다.

대한전선은 2조원 규모의 자본력과 유상증자 등을 활용해 1단계 리스크를 넘었다. 2단계 리스크는 국내부터 공략하는 전략으로 대응했다. 국내에서도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을 기회로 삼고 수십년간 쌓아온 국내 거래망을 활용해 '영광 낙월' 수주를 따냈다.

물론 2단계 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다. 해외 시장도 공략해야 한다. 대한전선은 초고압케이블을 거래해온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돌파구를 찾을 예정이다. 대한전선의 도전이 무모한지 아닌지는 몇 년 뒤 판가름 날 것이다. 다만 후발주자는 어렵다는 통념을 깬 것만으로 박수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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