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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원 차명훈의 '두번째 공동경영' [thebell note]

유나겸 기자공개 2025-03-10 07:52:14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7일 08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명훈 코인원 대표가 공동대표 체제를 선언했다. IT 플랫폼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이성현 대표가 합류한다. 하지만 이 결정은 다소 의외다. 차 대표에게 공동경영은 '실패의 기억'이기 때문이다.

2014년 300만원으로 코인원을 창업한 차 대표는 이듬해 고위드에 지분 100%를 매각하며 핀테크 시너지를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는 어긋났다. 고위드의 최대주주였던 옐로모바일이 코인원에서 200억원을 대여해가면서 손실을 입었다. 옐로모바일이 이사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차 대표는 공동대표였지만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결국 사재를 투입해 지분을 되찾은 뒤 단독대표 체제를 유지했다.

공동경영이 회사를 위기로 몰았던 경험은 그에게 깊은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런 그가 다시 공동대표 체제를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방식으론 코인원의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때 이더리움을 가장 먼저 상장하며 시장을 선도했던 코인원의 현재 점유율은 1%대. 1위 업비트와의 격차는 무려 70배다. 경쟁사들이 수수료 인하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높일 때 코인원은 기술에 집중하며 '안정성'을 택했다.

차 대표가 개발자 출신인 만큼 기술을 우선한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기업을 잃을 뻔한 경험은 그를 더욱 보수적으로 만들었을 테다. 하지만 점유율 격차가 커지면서 내부에서도 플랫폼 전략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코인원도 단독 경영의 한계를 인정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셈이다.

과연 차 대표의 두 번째 공동경영은 이전과 다를까. 차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던 고위드 시절과 달리 이번에는 기술과 전략을 분리하고 경영권을 유지하는 형태다. 이 대표는 줌인터넷과 두나무에서 신규 서비스 론칭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차 대표가 기술에 집중하고 이 대표가 조직 운영과 사업 확장을 맡는다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단순한 역할 분배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코인원도 혁신을 받아들여야 한다. 기존의 보수적 접근을 유지한 채 마케팅과 운영만 바꾼다고 해서 점유율이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 혁신적인 서비스 도입, 새로운 사용자 경험 개선이 필수다.

만날 때마다 서비스 개선점을 묻던 코인원 관계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차 대표도, 구성원도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의 결단이 새 도약의 시작이 될지, 또 다른 아픈 기억으로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이제 코인원에게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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